마시멜로 브랜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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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9-15 오후 3:12:36

출판계의 장기 불황에도 불구하고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100만부 판매를 돌파한 <마시멜로 이야기>가 화제입니다. 저 또한 그 책이 가진 강한 흡입력에 여름휴가 동안 세 번이나 반복해서 읽었습니다. 이 책의 핵심 내용은 실제 있었던 사례를 바탕으로 한 것으로 미국의 심리학자 월터 미셸 박사가 1970년에 실시한 ‘만족 유예’에 관한 실험입니다. 미셸 박사는 4세의 아이들 수 백 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는데 아이들을 한 방에 한 명씩 들어가도록 했고, 방 안에는 벨과 접시에 담긴 마시멜로 과자 한 개씩을 준비했습니다. 그리곤 15분 동안 마시멜로를 먹지 않고 기다리면 마시멜로 두 개를 더 주기로 하였으며, 중간에 먹고 싶은 경우에 벨을 누르면 마시멜로 한 개를 더 주기로 약속했습니다. 실험 결과 어떤 아이는 잠시도 참지 못하고 벨을 누르는가 하면, 어떤 아이는 15분을 꾹 참고 기다렸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이 실험의 결과가 이들이 성장한 14년 후 공개되었는데, 매우 의미심장한 내용을 담고 있었습니다. 요컨대 미국 대학수학능력시험(SAT) 성적을 비교한 결과, 오래 기다린 아이일수록 좋은 성적을 받아 좋은 대학에 진학했으며 사회적으로도 성공했습니다. 반면에 참지 못하고 일찍 벨을 누른 아이는 문제아가 된 비율이 높았으며 학교를 다니는 기간 내내 교사들에게 나쁜 평가를 받았습니다. ‘만족 유예’란 크고 장기적인 목표 달성을 위해 순간의 충동적인 욕구나 행동을 자제하며 즐거움과 만족을 지연시키는 능력입니다. 눈 앞에 보이는 마시멜로 한 개의 유혹을 뿌리치고 인내할 수 있는 아이에게는 두 개의 마시멜로가 주어졌던 것입니다. 즉 당장 하고 싶은 것을 참거나 하기 싫은 일을 하는 것이 장기적인 성공을 가져다 준다는 지극히 보편적인 진리를 쉽게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례를 브랜드의 관점에서도 생각해 보니 내심 씁쓸한 마음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당장의 이익을 얻기 위해 무차별 세일을 한다거나, 오로지 눈앞의 원가절감만을 위해 해외생산에 치중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자체 브랜드 키우기’ 보다는 가장 손쉬운 전개 방법인 ‘라이센스 브랜드’ 전개에만 치중하는 모습들은, 눈 앞의 마시멜로를 참지 못하고 벨을 누르는 아이들과 크게 다를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이제는 둔감해진 디자인 카피와 자기 사람에 대한 투자 보다 남의 사람을 거액에 스카우트 하는 행태, ‘뜬다’하는 시장에 모두 뛰어들기 등 이 모든 것이 궁극적으로 당장의 마시멜로를 먹기 위해 더 많은 마시멜로를 포기하는 일이란 생각이 듭니다. 불황을 핑계로 너 나 없이 눈앞의 마시멜로를 먹으려 달려든다면 브랜드의 가치는 계속해서 떨어지고, 소비자에게 외면 받는 브랜드가 많아지면 결국엔 시장 자체가 축소되는 악순환이 계속될 것입니다. 브랜드의 자제력을 기르는 일은 도덕적 책임감이나 무조건적 의지만으론 해결될 수 없을 것입니다. 한 개의 마시멜로에 만족하지 않고 참고 기다리는 아이들은 엄격한 훈련을 받아서가 아니라, 다른 생각에 골몰하면서 마시멜로의 유혹을 뿌리친 것 일겁니다. 어려운 시기일수록 명확한 비전을 가지고 좀 더 먼 곳을 바라봐야 할 것입니다. 당장을 인내할 줄 아는 진정한 브랜딩의 지혜가 절실한 요즘 패션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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