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군 복무 시절 육군 특공부대에서 소대장으로 근무했습니다. 특수한 임무를 맡은 부대였기에 가끔씩 대항군(가상의 적군이 되어 침투 공격하는 역할)으로 인근 공군부대 작전에 투입되곤 했는데, 예비군을 포함해 1천 여명의 병력이 삼중 사중으로 방어하는 공군부대를 20명 정도의 소대원이 뚫고 들어간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필자와 전령, 단 두 명이 최신 전투기가 들어있는 격납고 침투에 성공해서 '폭파스티커'를 붙인(실제 폭파와 같은 의미) 실로 엄청난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사실 그토록 삼엄한 방어망을 뚫을 수 있었던 것은 무슨 특별한 이유가 있었다기 보다는 ‘지피기지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라는 평범한 진리를 적용했기 때문입니다. 즉 몇 차례 침투 실패의 경험을 가졌던 필자는 상대방의 입장에서 방어한다면 어디를 중점적으로 경계하고 어디를 대수롭지 않게 여길지를 생각해 보았고, 그러다가 약점을 찾아냈습니다.
그곳은 작은 하수구였습니다. 공군부대 바깥쪽으로부터 펜스 안쪽까지 연결된 사람 몸 하나가 간신히 통과할 50미터 정도 되는 그곳은 앞뒤 구멍이 단단한 쇠창살로 막혀져 있었습니다. 작전 전날 지형정찰을 나갔다가 이 하수구를 발견하곤 시험 삼아 직접 머리를 쇠창살 사이로 넣어 보았더니 쑥 빠져나갔고, 군장을 해체한 후에 몸을 하나씩 통과시켜봤더니 통과가 가능했습니다. 머리가 빠져나갈 공간만 있으면 몸은 어디든 통과할 수 있다는 걸 이때 배웠습니다.
다음날 실제 훈련에서 마른 체형의 날쌘 병사 한 명을 선발해 옆에 붙이고, 다른 침투조로 하여금 양 옆쪽 100미터 떨어진 지점에서 일부러 정면 침투로 잡히게 하여 시선을 분산시킨 다음, 앞서와 같은 절차로 침투에 성공했습니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체득한 중요한 점은 규모가 크다고 꼭 이기는 싸움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 앨리스와 잭트라우트가 쓴 <마케팅전쟁>에 보면, 일등 브랜드가 아닌 경우 ‘리딩 브랜드가 관심을 갖지 않을 만큼 작은 지역을 선택하는 것이 게릴라 마케팅의 규칙’이라는 구절이 나옵니다. 또 ‘대부분의 기업은 게릴라전을 펼쳐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패션 업계가 유래 없는 불황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전망도 그다지 밝지 못합니다. 흔히 성공한 사람들을 보면 모두가 어려워할 때 자신만의 진가를 발휘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전기밥솥의 절대강자인 ‘쿠쿠’는 IMF당시 상식을 파괴한 과감한 광고비 투자로 순식간에 시장을 점령하였습니다. 김치냉장고, 스팀청소기 등 대기업의 틈새에서 일등으로 자리잡은 브랜드도 많이 있습니다. 이 브랜드들의 공통점은 작은 시장에 집중해서 결국은 일등이 되고 시장도 크게 키웠다는데 있습니다. 1968년 미국이 월남전에서 패했을 때 54만 3천 명의 파병인원 중 전투부대 병사는 8만 명뿐이었고, 나머지는 지원과 서비스업무에 종사하였었다는 기록은 많은 시사점을 남겨줍니다. 경기에 대한 전망이 어두울수록 불필요한 몸집 줄이기는 필수이지만, 기존의 상식이나 틀에 얽매이지 않는 차별화된 선택과 집중의 지혜가 더욱 필요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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