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코처럼 화려한 춤이 또 있을까? 화려한 조명과 반짝이는 의상, 펄럭이는 소매와 유려한 바지의 실루엣은 손가락으로 하늘을 찔러대는 동작만큼이나 자극적이다. 디스코의 화려함은 한동안 잊혀져 왔다. 젊은이들의 춤은 브레이크 댄스와 힙합으로 흘러버렸고, 패션은 찢어진 청바지와 너덜거리는 티셔츠로 변모했다. 그런지(Grunge)하고 건조한 느낌이 강할수록 멋쟁이로 인식되는 시대가 온 것이다.
그러나 패션은 돌고 돈다고 했던가. 언제부터인지 사람들은 반짝이는 소재를 다시금 선호하기 시작했다. 니트에는 메탈사가 섞이기 시작했고, 실크는 본연의 광택을 되찾았다. 화려한 새틴이나 타프타가, 일상적인 재킷이나 트렌치코트에도 사용되고, 블라우스와 팬츠에까지 적용되는 시대가 온 것이다.
드디어 이번 가을, 이 같은 흐름은 1970년대의 디스코 감성을 정면으로 건드리기 시작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새틴의 광택성 수트와 화려한 세퀸 자수의 드레스 혹은 탑을 의미한다.
화려하게 전체를 세퀸으로 자수한 반짝이는 블랙 원피스나 니트에 빼곡히 들어간 스팽글들은 모두 블랙과 같은 밤의 열기를 대변해 주며, 화려한 새틴 수트들은 청록색이나 적색과 같은 딥 주얼 톤(Deep Jewel Tone)의 느낌을 대변한다. 이들은 마치 조명을 고려한 듯, 무대 의상과도 같은 광택을 중시한 소재들이다.
디스코에 대한 추억은 이것만이 아니다. 지금 10대들은 ‘디스코 머리’에 심취해 있다. 인터넷에는 ‘혼자서 디스코 머리 하는 법 알려주세요’ 등 디스코 머리에 관한 질문이 쏟아져 나온다. 혹자는 자기가 스스로 디스코 머리 하는 과정을 동영상으로 찍어 올려놓기도 한다. 일반적인 땋는 머리보다는 다소 화려한 꼬임을 자랑하는 디스코 머리가 연예인들을 중심으로 10대들에게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것이다.
스포츠 브랜드인 「리복」은 얼마 전 ‘디스코 퀸’이라는 이름의 운동화를 시리즈로 내놓았다. 디스코 퀸 1, 2로 이어지는 이 여성용 운동화는 사실 디스코와 어떤 관계인지 짐작하기 어려우나, 여하튼 인기를 끌고 있다. 「리복」은 이 운동화와 관련해 ‘내가 디스코 퀸’이라는 이벤트까지 열어 디스코 유행을 주도하고 있다.
디스코에 대한 더 놀라운 아이템은 바로 ‘디스코 바지’다. 디스코 바지는 허리 오빗단 아래에 2~3개의 턱이 잡혀 있고, 바지통은 발목으로 내려올수록 좁아지며, 바지 길이는 발목 위쯤으로 짤막한 다소 조붓한 팬츠를 의미한다. 이는 1980년대에 유행했는데, 지금처럼 골반 바지가 유행하는 시절에 태어난 세대들은 디스코 바지를 ‘배바지’라고 줄여서 부르기도 한다.
‘저런 바지를 내가 입게 될 리는 없어’라고 부르짖던 신세대들의 눈에도 슬슬 이 배바지는 유행의 언저리로 떠오르고 있다. 하긴, 배바지 시절에는 이렇게 흘러내리는 바지를 입는 것을 상상조차 할 수 없었으니, 그들에게 배바지가 낯설었던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디스코 바지의 원명은 ‘테이퍼드 팬츠(Tapered Pants)’다. 이제 테이퍼드 팬츠는 촌스러운 배바지의 오명을 벗고 가장 트렌디한 실루엣으로 제안되기에 이르렀다. 허리는 완전한 웨이스트보다는 약간 처진 듯 제안되는 것이 현재의 흐름이다. 트렌드세터 브랜드일수록 이번 시즌에는 조붓한 테이퍼드 팬츠를 핵심 아이템으로 제시하고 있는데, 이 중에는 반짝이는 실크로 제시된 팬츠도 있으니 이 얼마나 디스코스러운 비주얼들인가?
세퀸 소재는 현재 탑, 원피스부터 버버리, 수트에 이르기까지 상상하지 못할 만큼 과감한 아이템으로 선보여지고 있다. 사실 세퀸의 쓰임은 그동안 지속적으로 영역을 확대해 왔다. 가방이나 구두에서 블랙 세퀸, 퍼플 세퀸의 아이템들이 인기를 끌어왔으며, 그 같은 소재감이 의류로 확대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70년대에 미국을 주름잡던 디자이너 할스톤은 프린트 직물을 쓰지 않기로 유명했다. 그랬던 그가 화려한 디스코 시대를 겪으면서 즐겨 썼던 소재가 바로 세퀸이었는데, 결코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 같던 이 소재가 2006년 가을을 앞두고 부활한 셈이다.
과연 디스코의 펄럭이는 감성이 돌아올까? 글쎄, 펄럭거리는 팬털룬까지야 아직 가늠하기 어렵지만 넓어진 소매들의 화려한 블라우스와 세퀸 아이템들, 그리고 새틴 수트로 이어지는 흐름을 보자면 디스코의 흐름은 현재진행형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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