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지, 민망함과 섹시함
가+
가-

2006-07-28 오후 3:56:47

1970년대에 유년기를 보낸 사람이라면, 저지에 대해 2가지 시각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상체를 휘감듯 들러붙어 내려오는 저지 티셔츠나 저지 드레스는 1970년대의 연약한 여성들의 이미지와 맞물려 크게 히트했다. 사실 유려한 몸매의 여성들을 가장 돋보이게 할 수 있는 소재로 저지만한 것이 또 있으랴. 그러나 유행이라는 것은 한번 시작되고 나면 연령대를 개의치 않는 경향이 있다. 1960년대에 재키 룩이 유행할 때에는 여성들의 나이가 20이든 50이든 모두 미니스커트를 입었던 것처럼 저지 또한 유려한 몸매의 여성들에게만 입혀진 것은 아니었다. 뿐인가. 최근 유행하는 힙스터 룩을 보자. 조금 배가 나온 여성들이 골반바지를 입기라도 하면, 그들이 의자에 앉거나 할 때, 벨트 위로 배가 튀어나와 걸쳐지곤 한다. 유행의 본질이란 사실 이러한 것이 아니겠는가. 그래서 간혹 저지를 혐오하는 디자이너나 소비자를 만나기도 한다. 실은 필자도 그중 하나였다. 이들은 저지라는 소재를 볼 때, 풍만한 가슴과 잘록한 허리를 감싸는 섹시한 실루엣을 연상하기보다는, 불룩불룩 튀어나온 살들을 여과 없이 드러내는 민망한 무언가를 떠올린다. 어린 시절 보았던 사진 속에서 ‘왜 이렇게 옷을 입었지?’라는 강한 의문을 품었던 기억이나 동네의 넉넉하신 아주머니께서 과감하게 차려입으신 저지에 너무 강렬한 인상을 받았기 때문이리라. 또한1970년대의 저지는 블랙이나 네이비와 같은 깨끗한 솔리드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와일드한 호피무늬부터 기하학적인 사이키델릭까지 다양한 수위로 전개된 복잡한 패턴물들은 어울리는 여성들에겐 섹시함을 배가시키는 요소가 되었지만, 그렇지 않은 여성들에게는 도리어 무서워 보이게 만드는 악영향을 끼치기도 했다.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이번 가을부터는 그 같은 저지가 또 한 번 유행될 것으로 내비쳐지기 때문이다. 이전의 저지는 잊어야 한다. 실크로 짠, 그러면서 매우 스트롱한 나염을 구비한 1970년대풍의 저지 드레스가 오고 있다. 또다시 호피무늬의 찰랑거리는 저지를 보게 될 시점에 와 있는 것이다. 아마도 여성들은 이 드레스를 입고 웨스턴 부츠를 신거나 커다란 벨트로 장식함으로써 와일드한 섹시미를 강조하고자 할 것이다. 이것은 일종의 와일드한 판타지다. 마치 파라파세트가 윌리엄 홀덴과 결혼하여 아프리카에서 찍힌 어느 사진처럼, 무언가 낭만과 야외적 정서를 표현하는, 그리고 섹시함을 이해하는 여성의 이미지가 이 같은 드레스에는 담겨 있다. 사실 여성들 중에는 ‘호피만 입는 여성’이라는 부류가 따로 있다. 40대 중반 정도의 여성 중에는 특히 사시사철로 호피무늬를 구비해 놓고 입는 여성들이 의외로 꽤 존재한다. 그만큼이나 그들이 젊은 시절에 보았던 이브 생 로랑 식 사파리 룩의 이미지는 강렬했다고나 할까. 이 흥미로운 드레스들은 신세대들에게도 충분히 어필하는 것 같다. 소수의 브랜드들이 제시하지만, 확연히 눈길을 끌고 있고, 실제로도 많은 여성들이 매장에서 이 드레스를 입어보려 한다. 정말로 멋지게 어울리는 여성도 있고, 1970년대에 그랬던 것처럼 조금 민망한 여성들도 있다. 최근 들어 유행의 주기는 점점 짧아져서, 이 같은 트렌드가 과거의 그것처럼 오래 풍미하게 될는지는 가늠하기 어렵다. 매장에서 드레스를 입어보는 여성들을 보면서 먼 훗날 그녀들의 딸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게 될지를 상상해 봤다. 사진에서 엄마가 저지 드레스를 입고 있는 사진을 보고 자란 딸들은 이 옷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엄마가 뛰어난 몸매를 자랑하고 있었다면 분명히 이들은 유행이 다시 한 번 돌아올 때 서슴없이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무언가 민망한 실루엣을 사진 속에서 발견했다면, 그들은 지금의 누군가가 그렇듯이 저지는 너무 민망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를 일이다.


- Copyrights ⓒ 메이비원(주) 패션인사이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메이비원(주) | 대표:황상윤 | 개인정보보호책임자:신경식
사업자등록번호:206-81-18067  | 통신판매업신고:제2016-서울강서-0922호
TEL 02)3446-7188  |  Email : info@fi.co.kr
주소 : 서울특별시 강서구 마곡중앙8로 1길 6 (마곡동 790-8) 메이비원빌딩
Copyright 2001 FashionInsight co,.Lt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