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식이 지나쳐 가식으로 느껴질 때는 수수한 현실을 상기시켜라.”
적절한 시기에 의표를 찌른다는 것은 언제나 성공의 열쇠가 되어왔다. 패션도 예외는 아니어서 유명 디자이너 중에는 뜻밖의 소재를 활용하여 명성을 얻는 디자이너들이 상당수 있다.
이 같은 성공의 행운은 1978년 미우치아 프라다에게도 찾아왔다.
그해에 미우치아 프라다는 할아버지 마리오 프라다가 설립한 피혁제품 매장을 물려받게 된다. 당시 가방 시장은 「루이비통」이나 「구찌」 식의 딱딱한 가죽이 풍미하고 있었는데, 그녀는 취임 초에 검은 나일론으로 된 토트 백을 과감히 선보였다. 미우치아는 어릴 때 할아버지가 검은 나일론 천으로 트렁크를 덮어 보호하는 걸 유심히 지켜보곤 했는데, 이 싸고 투박한 소재를 자신의 컬렉션에 과감히 선택한 것이다. 그야말로 허를 찌르는 발상이었다.
이 프라다의 토트 백은 약간의 잠재기는 있었지만 곧 반응을 일으키기 시작했고 심플리즘에 대한 열망이 극에 달했던 1996년, 「프라다」의 나일론 토트 백은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여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게 된다. 그것이 우리가 기억하고 있는 역삼각형 라벨로서, 한국에도 ‘프라다 열풍’이 몰아친 시발점이라 볼 수 있다.
그런데 엄청난 히트의 여파 때문이었을까? 이때부터 국내에는 한 가지 재미있는 현상이 발견된다. 그것은 검고 광택이 있는 합섬 소재는 무조건 ‘프라다 소재’라고 부르는 사람이 생겨났다는 것이다. 이 같은 흐름은 금방 퍼져서 이제는 10대 꼬마들까지 프라다 소재란 말을 자연스럽게 쓰고 있으니, 실로 사회적 현상이 아닐 수 없다.
「프라다」가 실제로 사용하는 소재는 바로 ‘포코노 나일론(Pokono nylon)’이다. 이 소재는 실용적이며 미관도 나쁘지 않아 「프라다」 이후 사용이 급증했는데, 유명한 가방 제조사 「샘소나이트」에서는 포코노를 소재로 하는 포코노 컬렉션이 해마다 따로 제시될 정도다. 또 포코노 나일론은 스키웨어의 소재로도 폭넓게 사용된다. 질기고 방수도 되기 때문에 여타의 신소재에 뒤지지 않고 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통상적으로 말하는 ‘프라다 소재’는 바로 이 ‘포코노 나일론’일까. 실제로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사람들이 프라다 소재라고 지칭하는 것들을 살펴보면, 여기에는 검은색의 나일론 스판이나 폴리 스판, 얇은 폴리 타프타에 필름을 입힌 합포지, 혹은 파라핀을 입힌 듯한 나일론 코팅 등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 그야말로 ‘미원’이 조미료의 대명사가 된 것처럼, ‘프라다 소재’가 검은색 소재의 대명사가 된 것이다.
그녀는 다양한 소재를 자신의 컬렉션에 응용하면서, 스스로의 모던함을 다채롭게 변화시켜 왔다. 실제로 1996년 이후 「프라다」 컬렉션을 보면, 포코노 나일론 이외의 다양한 소재들을 액세서리는 물론 트렌치 코트나 재킷 등에 기교 있게 활용했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검은색 소재를 모두 프라다 소재라 부르는 것이 틀렸다고는 볼 수 없다.
한편‘오리지널’에 해당하는 포코노 나일론은, 흥미롭게도 그 기원이 데님과 같다. 즉, 둘 다 질긴 ‘텐트’의 소재였다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데님은 서부개척시대에 광부들이 사용하던 질긴 캔버스 텐트의 원단이었다. 리바이 스트라우스는 원래 광부들에게 이 텐트를 팔려다가, 광부들의 바지가 쉽게 해지는 것을 보고 텐트 천을 잘라 바지를 만들기 시작했다.
이와 유사하게도, 포코노 나일론은 군용 텐트 소재였다. 나일론은 탄생 이래, 그 실용성으로 인해 군대에서도 중요한 소재로 자리잡았는데, 특히 낙하산이나 텐트·배낭에 있어서는 입지가 확고하다.
포코노 나일론은 군용 텐트 소재로 출발하여 다른 가방을 보호하는 천으로 쓰이다가, 최고의 디자이너에게 선택되면서 명품으로 발굴된 소재다.
“아름답게 소박하고, 소박하게 아름답다.”
흔히 「프라다」의 세계를 이렇게 일컫곤 한다. 실크처럼 깨질 듯한 아름다움을 지닌 명품들도 있겠지만 포코노 나일론이 보여주는 편안한 아름다움은 어떤 의표를 찌르는 진실성, 즉 소박한 실용성을 내포한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말콤브릿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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