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신 vs 하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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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6-16 오후 4:43:33

올 여름 여성들의 패션을 보자면, 여신이 될 것인가 하이디가 될 것인가를 정해야 할 것이다. 우아한 고대 헬레니즘 신화로부터 톡 튀어나온, 그리이스의 여신이 될 것인가, 아니면 초원에서 들꽃을 꺾어 쥐고 맨발로 뛰어노는 듯한 하이디가 될 것인가. 우선 여신형의 패션을 보자면, 고대 그리스의 키톤을 응용한 풍성한 주름의 드레스를 빼놓을 수 없다. 얇고 하늘하늘한 소재에 엠파이어 라인으로 정돈된 풍성한 드레스들은 50년대 풍의 핏앤플레어(Fit&Flare)라인에 익숙했던 소비자들의 눈을 전혀 새로운 매력으로 사로잡는다. 생각해보면, 여성의 판타지란 참으로 ‘공주’와 ‘여신’사이를 넘나드는 반복을 거듭해왔다. 저 멀리 앙뜨와네뜨 시대까지 거슬러 가보자. 공주패션이었던 앙뜨와네뜨 시대를 지나, 여신 패션이었던 나폴레옹 시대가 왔고, 다시 공주풍이었던 빅토리아 시대를 거쳐, 현대복식이 시작되던 20세기 초에 또 한번의 여신 패션이 찾아왔다. 왜 여성들은 여신에 매료되는 것일까. 20년대의 뛰어난 드레스 제작가였던 마들렌 비오네나, 30년대에 전위적 패션으로 명망을 높인 스끼아빠렐리 또한 로마시대의 집정관 드레스에 집착했다. 이같은 패션은 80년대와 90년대에도 틈틈히 패션의 한 귀퉁이를 장식하고 지나갔으니 그야말로 잊혀질만하면 한번씩 나타나는 것이 바로 여신 패션이 아닐까 생각한다. 무엇보다 이같은 드레스들이 주는 가장 큰 매력은 인체 곡선의 억압없이 그대로 살려준다는 자연스런 아름다움이다. 사실 현대여성으로서 여성을 정의하는 것이 아니라, 시대를 막론한 여성 본연의 매력에 대해 접근하는 것이라면 이처럼 적합한 옷도 찾기 힘들다. 이같은 유행이 오면, 가장 각광받는 소재는 얇은 단색의 쉬폰이나 실크류다. 나염이 들어간 것은 본래의 깨끗함과 순수함을 해치므로 대체적으로 솔리드의 얇고 드레이프성 좋은 원단들이 좋은 재료가 된다. 유행은 돌고 돌지만, 어딘가 다르다고 했던가. 이번 시즌의 여신 패션이 복식사의 다른 때와 유독 차이가 나는 것은 특히 컬러에 있다. 이전까지는 화이트 모슬린이나 엷은 톤의 쉬폰이 각광을 받았다면, 이번 시즌에는 블루, 옐로우, 보라 등의 짙고 선명한 컬러들이 불투명감을 특징으로 어필하고 있다. 짙고 무게감있는 패션을 럭셔리로 여기는 시대이다보니, 여신 패션 또한 다소 묵직하게 해석된다. 여기에 가죽 벨트나 금속의 체인장식을 덧붙이기도 하다보니, 혹자는 여신이 아닌 여전사 패션이라고 지칭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또한 이번 시즌에 간과할 수 없는 또하나의 패션은 여성의 오랜 판타지를 자극하는 하이디 패션이다. 하이디 패션 또한 매우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 의복심리학자들은 이 양치기 패션에 대한 여성들의 오랜 동경에 대해 책마다 다른 입지로 서술해 놓고 있다. 올 시즌 하이디 패션의 특징은 재킷에서 두드러졌다. 그동안 스커트나 블라우스만을 위해 사용되던 레이스 소재가 자켓으로 대답하게 테일러링 되어 나타난 것이다. 이 트렌드의 가장 특혜를 입은 소재는 화이트 코튼의 엠브로이더리 레이스다. 약간의 기하학적 반복성을 담은 소재들이 가장 빈번히 사용되며 이 트렌드를 럭셔리하게 표현하기 위해, 실크를 코튼처럼 가공한 소재들도 두드러졌다. 너무 대조적인 패션들이 공존하고 있다. 여신이 될 것인가, 하이디가 될 것인가. 어쨌거나 트렌드의 커다란 방향은 순수주의를 향하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을 듯 하다.

김소희 말콤브릿지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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