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복이 참해졌다. 수트로 치자면, 과거에는 원버튼 정장에 셔츠 깃을 세우고, 소매는 걷어붙인 액티브한 스타일이 주를 이루었다. 그러나 올해의 여성은 더 이상 액티브가 아니다. 이들은 참한 수트 안에 참한 리본 블라우스를 입고, 머리에는 부드러운 컬(Curl)을 가미하여 하늘거리며 걷고 있다.
어디 이뿐이랴. 레이스와 러플이 눈에 띄게 늘면서 원피스들은 더 얇고 부드러운 주름으로 장식되고 있으며, 부분적으로 투명하게 짜여진 실크 스트라이프 소재들도 새로운 블라우스 소재로 각광받고 있다. 도대체 이 트렌드의 정체는 무엇일까.
1950년대 이후 시작된 반문화적 흐름은 비트닉(Beatnik)과 히피를 중심으로 미국 젊은이들의 가슴을 사로잡았다. 그 유행이 1970년대 포크로어로 이어지려는 순간, 아마도 당시의 패셔니스타들은 이 같은 지저분한 룩에서 잠시 반전의 휴식을 취하려는 듯, 일시에 참하게 입고 다닌 적이 있었다. 갑자기 단추를 하이넥으로 꼭 채우는 레이스 블라우스와 화이트 스커트를 입고 다니거나, 영국 사립학교의 소녀처럼 작은 리본과 러플이 달린, 그저그런 베이직의 카디건과 스커트로 자신을 장식하고 다녔던 것이다. 마치 얼마 전의 보헤미안의 열풍에서 막 빠져나오려는 지금, 이 같은 참순이 스타일이 유행하고 있는 것과 매우 비슷한 시기적 양상을 보여주면서 말이다.
보다 여성적이며, 참하게 되려는 움직임은 무엇보다 소재를 더 얇게 만들면서 나타난다. 더 얇고 차르르 흐르는 소재를 원하는 마인드는 블라우스 소재를 먼저 딱딱한 코튼에서 실크로 변화시켰다. 처음에는 실크 새틴이 인기를 끌었다. 똑같은 셔츠 디자인에 소재를 코튼에서 새틴으로 변화시키기만 해도, 눈에서 느껴지는 물성은 놀라우리만치 참하고 여성스러웠다.
그러나 새틴이 보편화된 지금, 여성들은 더 가볍고 흐르는 소재를 원하게 된다. 새틴은 너무 무겁고 느끼한 소재라는 인식이 싹트게 된 것이다. 그러다보니 이제 원피스와 블라우스는 더 가볍고 하늘거리는 크레이프 드신(Crepe Du Chine) 쪽으로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타페타와 같은 가볍고 얇은 광택과, 여기에 새틴을 능가하는 드레이프성은 풍성한 주름을 잡은 원피스나 스커트로 보여졌을 때 지극히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었다.
이것은 열두 폭 치마라는 말도 있듯이 스커트 풀 분량이 침대 시트처럼 넓어진 지금, 크레이프 드신이 유일한 해법일 수밖에 없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마치 1920년대의 얇고 하늘거리던 플래퍼 드레스들을 에드워디안의 감성으로 풀어낸 듯한 느낌, 바로 이것이 현재의 여성복이 지향하는 참한 스타일의 코드다.
얇은 소재는 자칫하면 시스루(See Through)의 섹시함으로 비약할 수 있다. 시폰이나 조젯(Georgette)이 그 같은 느낌을 담고 있다면, 크레이프 드신은 얇지만 불투명감이 강조된다는 점에서 ‘참한 스타일’의 대표주자라 할 수 있다. 최근에는 이 같은 트렌드로 인해 보일(Voile) 소재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너무 노골적으로 비치는 것은 참해야 한다는 정신에 위배되므로, 여기에 자카드나 스위스도트를 가미하여 보다 덜 비치는 소재로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 같은 트렌드가 언제까지 지속될까? 1970년대의 모드 사쥬에 빗대어 말하자면, 이 트렌드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그러나 이 짧은 트렌드는 또한 매우 강력한 것이다. 어느 문헌에는 ‘그 당시에는 일시에 모든 여성들이 화이트 레이스 블라우스에 화이트 스커트를 입고 다니는 것이 보편적 현상이 되었다’라고 언급되어 있으니 어느 정도인지 가히 짐작할 수 있다.
김소희 말콤브릿지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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