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 가지 색 운명과 사랑, <냉정과 열정 사이>
시대와 함께 변화를 거듭하면서 미래로 달려가는 거리, 도쿄. 역사와 함께 살아가면서 과거를 지키기 위해 존재하는 거리, 피렌체. 시대의 최첨단과 역사가 만들어낸 예술이 혼재하는 거리, 밀라노. 영화 <냉정과 열정 사이>는 대조적이라고도 말할 수 있는 이 3개의 도시를 무대로 두 남녀의 러브 스토리를 보여준다.
피렌체는 그림 복원사라는 그의 직업이 말해주듯 옛사랑을 다시 되돌리고 싶어하며 과거에 머물러 있는 듯한 남자 주인공 준세이를 닮았고, 밀라노는 현재의 사랑과 과거의 기억 속에 혼란스러워하는 여자 주인공 아오이를 닮았다. 도쿄는 세월의 흐름 속에 묻혀가는 두 사람의 사랑을 닮아있다.
퐁테 베키오 다리, 두오모 성당, 라파엘로의 그림이 많은 팔라티나 미술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이 있는 산타 마리아 델 레 그라치에 교회, 안젤리코의 대표작 ‘수태고지’가 있는 산 마르코 수도원, 산타마리아 노베라 역, 아르노 강 등 영화 속 공간에 푹 빠져 있다 보면, 남녀 주인공의 10년에 걸친 엇갈린 인연과 애절한 사랑을 함께 여행하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질지도 모른다.
1990년 도쿄대학에서 처음 만나 연인이 된 준세이(다케노우치 우타가 분)와 아오이(진혜림 분). 이들은 10년 뒤 아오이의 생일 날 이태리 피렌체에 있는 두오모 성당에서 만나기로 약속한다. 달콤한 만남 뒤 헤어짐의 아픔을 겪은 이들은 세월이 흘러 피렌체에서 그림 복원술을 공부하고 있는 유학생 준세이와 작은 보석상에서 일하던 커리어우먼 아오이로 밀라노에서 우연히 만난다.
그럼 이들 연인의 패션을 엿보자. 먼저 진에 셔츠와 같이 깔끔한 스타일로 순수하고 맑은 여대생의 이미지를 연출한 아오이는 밀라노에서 커리어우먼으로 성공한 후 터틀넥, 팬츠, 파스텔 톤 재킷이나 카디건을 주로 입어 장식이 절제된 미니멀한 패션을 선보인다. 이러한 스타일은 준세이와의 사랑을 가슴 속 깊이 담아둔 채, 고독하면서도 냉소적인 아오이의 캐릭터를 잘 표현했다.
그러나 부잣집 남자 마빈을 만나 동거하면서 아오이의 패션은 화사한 색채를 띤다. 레드, 오렌지 계열의 스커트나 원피스를 주로 입은 아오이는 준세이와 재회하게 되는 칵테일 파티 장면에서도 「디올」 드레스와 「펜디」의 모피 그리고 종종 사용하는 「디올」 백을 들고 나온다. 이는 ‘과거의 냉정’과 ‘미래의 열정’ 사이에 있는 아오이의 현재 모습을 말해준다.
한편 준세이는 청바지에 니트를 즐겨 입으며 그레이, 블랙 등의 어두운 색상의 옷을 입고 나와 순수하고 고독한 내면을 가진 남자의 모습을 표현한다.
순수하면서도 위험한 사랑, <도쿄 타워>
섬세하고 대담하게 표현한 스물한 살 청년과 마흔한 살 유부녀의 위험하지만 멈출 수 없는 사랑을 담은 영화 <도쿄 타워>. 토오루(오카다 준이치 분)는 평범한 미대생이지만, 그에게는 삶의 전부인 연인이 있다. 바로 유명 CF 기획자의 아내로, 성공한 커리어우먼으로 부유한 삶을 살아가는 스무 살 연상의 시후미(구로키 히토미 분)다.
3년 전, 소년의 순수함과 청년의 열정을 품은 토오루와 모든 것을 다 가진 듯 고혹적인 마흔 살의 시후미는 처음 만났던 순간부터 사랑에 빠진다. 둘의 불 같은 사랑이 시작되는 곳은 빠르게 변화하는 첨단 도시 도쿄다. 젊음 가득한 번화한 거리와 화려한 상점들을 배경으로 스크린에 펼쳐지는 아름답고 감성적인 화면은 젊은 관객들로 하여금 토오루와 시후미의 운명적인 사랑에 저절로 빠져들게 만든다. 속삭이듯 날리는 눈발 아래 펼쳐지는 도쿄의 황홀한 야경 속에서 누구라도 사랑에 빠질 것만 같은 그 순간, 도쿄 타워는 사랑의 수호신처럼 그들을 내려다본다. 흔들리지 않는 존재감의 도쿄 타워와 비가 내리거나 눈발이 날리는 등 시간과 날씨, 계절에 따른 변화가 인상적이다.
현실에서 유리된 듯한 매력적인 여성 시후미의 패션은 <도쿄 타워>의 이미지를 만드는 데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요소다. 촬영 장소도 도쿄의 고급 상점들이 즐비한 아오야마와 롯본기였고, 그녀를 둘러싼 환경은 귀족적이기까지 한 최고 상류층의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셀렉트 숍의 오너이기도 한 그녀는 자주 유럽에 출장을 나가기 때문에 「구찌」 「프라다」 「루이비통」 중심의 유럽 최고급 브랜드의 옷을 입고 나와 고급스럽고 신분이 높은 여성의 이미지를 보여준다. 특히 겨울 장면에 보여졌던 모피 코트와 「
전해림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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