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는 그리스·로마 복식을 기반으로 한 기독교의 금욕적인 요소와 여기에 몸을 감싸는 게르만적인 의복 요소가 혼합되어 발전한 시기였다. 그래서인지, 남녀 구분 없이 신체를 구속하듯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꽁꽁 감싸는 패션이 특징이었다. 최소한의 절제된 디자인 복식에 실용성을 강조한 <킹 아더>와 전쟁과 분열의 시기에도 미약하나마 변화하는 의복과 장신구들의 미적 가치에 주목한 <킹덤 오브 헤븐>을 비교해 본다.

고증에 충실한 실용적인 미학, <킹 아더>
중세 초기인 5세기의 암흑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킹 아더>는 실존 인물 아더(클라이브 오웬 분)가 브리튼의 왕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제작되었다. 특히 기사들이 겪은 험난한 여정을 격렬한 전투로 표현하고 있어, 등장인물들의 의상들은 대부분 검은색, 갈색, 카키색, 탁한 자주갈색 등 어둡고 톤다운된 색상이 주를 이룬다.
영화에서 보여주는 중세 남성들의 기본 의상은 튜닉과 브레(바지), 그리고 맨틀(망토)이었다.
부유한 사람들은 기본적인 튜닉 의상의 목 부분에 화려한 자수와 장식을 더하기도 했다. 정의로운 영웅의 전형인 아더 왕은 튜닉에 바지를 입고 벨트를 착용하였는데, 그 벨트에 전쟁이나 수렵에 필요한 물건들을 착용하고 망토를 두른 모습으로 자주 등장한다.
<킹 아더>의 영화 의상은 실용성을 기반으로 한 등장인물의 캐릭터를 부각시키는 데 중점을 두었다. 큰 덩치에 야수의 얼굴을 닮은 색슨족은 강한 가죽 옷과 겹겹이 엮은 모피를 입고 등장해 야만성을 강조했고, 게릴라전에 능한 민첩한 워드족의 의상은 색슨족에 비하여 단순하지만 몸에 푸른색 보디 페인팅을 해 거친 느낌을 강조했다.
한편, 엔딩 장면인 기네 비어(키이라 나이틀리 분)와 아더의 결혼식에서는 중세의 시대적 배경과 맞지 않는 ‘옥의 티’가 등장한다. 기네비어는 소매 끝으로 갈수록 깔때기처럼 소매통이 넓어지는 ‘블리오’라는 의복을 입었지만 중세 초기는 여성 복식의 발달이 미미했던 시기였기 때문에 화려한 결혼식 장면을 위해 중세 중기부터 입기 시작한 블리오를 중세 초기로 불러들인 것으로 보인다.
상상력을 더한 아름다움의 미학, <킹덤 오브 헤븐>
십자군 전쟁이 한창이던 12세기 말을 배경으로 한 <킹덤 오브 헤븐>은 비천한 신분의 젊은 대장장이 발리안(올랜도 블룸 분)이 신분과 운명을 뛰어넘어 십자군전쟁의 전설적인 영웅이 되는 과정을 그렸다. <글래디에이터>로 잘 알려진 리들리 스콧 감독이 연출해 화제를 모은 <킹덤 오브 헤븐>은 명성에 걸맞은 방대한 스케일과 화려한 영화 의상이 돋보였다.
중세 십자군전쟁을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왕과 귀족, 가문의 권위를 상징하는 장식 마크 문장과 군인의 충성심을 판가름하는 다양한 색상이 눈길을 끌었다. 문장 모양과 마크는 단순한 튜닉 의상 속에서 화려하게 빛나 장식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또한 의상의 디테일한 부분에 주목해 등장인물의 캐릭터를 나타냈던 <킹 아더>와는 달리 <킹덤 오브 헤븐>은 의상의 색상 대비로 등장인물의 캐릭터를 부각시켰다. 특히 그 동안 십자군 영화에서 십자군에 비해 상대적으로 추하게 그려졌던 이슬람 군대의 의상을 캐릭터에 맞게 복원한 것이 돋보였다. 이슬람 군대 의상은 주 무대인 사막을 잘 표현하기 위해 붉은색과 모래색·호박색·황금색 등을 섞어 사용했는데, 살라딘과 그의 경비대장 이마드의 의상에 은색과 황금색·검정색을 사용해 대비를 이루게 한 점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한편 중세 중기는 봉건제도와 기사도 정신이 여성들의 일상에 많은 영향을 미쳐 여성스러운 복식이 발달했던 시기였다. 이에 따라 보석이나 의복이 신분을 나타내는 기능을 하기 시작했다. 따라서 <킹덤 오브 헤븐>에서 여성 복식은 화려해지고 몸에 밀착되는 형태 등 중세 시대 복식의 새로운 변화를 잘 표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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