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란넬의 힘, 지성적인 순수
가+
가-

2006-04-08 오전 10:21:48

올 가을·겨울 시즌겨냥한 여성 컬렉션이 얼마 전 막을 내렸다. 이번 컬렉션은 상당히 복잡 미묘한 변화를 보여주었는데, 커다란 흐름이라고 한다면 무엇보다 로맨티시즘과 섹시즘에 대한 탈피를 들 수 있다. 한때에는 로맨틱함을 주저없이 표현하는 여성이 가장 아름답다고 여겨졌다. 핑크색 원피스를 입을 수 있는 여성, 레이스와 플로럴한 패턴을 과감하게 선택하는 여성, 보다 귀엽고 젊은 감성을 택할 수 있는 여성이 자신감 있게 느껴졌다면, 앞으로는 그런 여성을 철이 없다거나 경박하다고 폄하하는 시대가 올지도 모르겠다. 특히 이번 컬렉션이 겨냥하는 여성상은, ‘지성적인 순수함’을 겸비한 여성들이다. 어떤 여성이 지적이며 순수해 보이는가? 늦은 나이에도 공부에 열중해 있는 대학원생들처럼 입거나, 아니면 지극히 심플한 옷, 즉 꽃무늬 원피스보다는 심플한 블랙 드레스의 아름다움을 이해하거나, 그것도 아니면 속세로부터 완전히 떨어진 어떤 곳으로부터 이승에 잠시 들른 방랑자처럼 보여야 한다. 성숙하고 지적이며 순수한 여성들 앞에서 어리고 보호받기를 원하는 여성은 이제 유치하게 취급된다. 이 같은 무드에서 가장 먼저 강조되는 것은 역시 클래식이다. 지성의 원천은 역시 클래식이 아니던가. 가장 기본적인 수트들과 블레이저, 그리고 랄프로렌 식의 프레피 룩이 주목된다. 또한 미니멀리즘도 중요해진다. 어떤 장식도 없는 심플한 드레스들이 액세서리도 없이 입혀지고, 이들은 깨끗한 A라인으로 재단되어 휘날림이나 주름을 형성할 여유라곤 전혀 없다. 한편, 전혀 다른 차원의 레이어드 룩도 등장했다. 이들은 마치 인도나 터키, 중근동의 미개발지를 방랑하는 초월적인 유목민들처럼 자신을 꾸몄다. 속세의 고민은 모른다는 듯이, 창백한 메이크업과 창백한 컬러, 늘어지듯 입은 옷차림은 역설적으로 매우 순수해 보였다. 흥미로운 것은, 이 3가지 동향 모두에 플란넬이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두껍고 빳빳한 플란넬들은 모헤어를 대체하여, 보다 상식적이고 소박한 클래식 룩을 만들어냈다. 이번 시즌에는 럭셔리함보다는 소박한 것에 집중하는 것이 지적인 어필의 핵심이 된다. 또한 얇은 플란넬들은 단순하게 재단되어 원피스나 튜닉 등의 심플한 아이템으로 만들어졌고, 미니멀리즘을 표현하기에도 가장 적합한 소재로 대두되고 있다. 어디 그뿐인가. 워싱 처리한 플란넬들은 적절한 주름들을 지니고 빈티지한 체크 문양으로 짜여진채 몸에 마구 둘러졌다. 토가(Toga)처럼 걸쳐지기도 하고, 형태 없는 랩 원피스나 랩 튜닉으로 입혀지기도 했다. 어떤 방식이건 공통적으로 어필된 것은, 지극히 소박했고 지극히 지적이었다는 점이다. 디자이너들은 플란넬을 내보이면서, 혹시라도 지적인 느낌이 결여될까 봐 모델마다 안경을 씌워 내보내는 배려를 보이기도 했다. 플란넬이라는 소재가 이처럼 복합적인 용도로 사용된 데에는 여러 가지 역사가 존재한다. 우선 16세기경에 영국에서 많은 품종을 생산해 냈기 때문에, 클래식 무드에 있어서는 당연히 즐겨 쓰는 소재일 수밖에 없다. 한편, 다소 방랑자적 무드에 있어서는 플란넬이 조금 다른 판타지를 지닌 것 같다. 우선 플란넬은 기존에 담요 소재로 많이 사용되었기 때문에 몸을 두르는 형태의 디자인으로 쉽게 활용된다는 것이 하나의 판타지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Blanketlike는 이번 시즌 중요한 코드 중 하나이다. 또 하나, 플란넬 하면 떠오르는 로커, 커트 코베인도 빼놓을 수 없다. 전설의 로커라 불리는 너바나(Nivana)의 리더 커트 코베인은 청바지에 플란넬 남방으로 유명한 인물이다. 여행지에서 쉽게 몸에 두를 수 있는 담요와, 전설적 로커가 즐겨 입은 남방 소재라는 복합적 이미지는 소박함을 넘어 탈세적 순수로 나아가기에 충분하다. 올 겨울, 우리는 많은 여성들로부터 플란넬을 보게 될 것이다. 그 스타일이 방랑자가 될지 클래식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한 것은 플란넬을 입는 이상 그들은 누구보다 소박한 동시에 지성적 순수를 표현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김소희 말콤브릿지 실장

- Copyrights ⓒ 메이비원(주) 패션인사이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메이비원(주) | 대표:황상윤 | 개인정보보호책임자:신경식
사업자등록번호:206-81-18067  | 통신판매업신고:제2016-서울강서-0922호
TEL 02)3446-7188  |  Email : info@fi.co.kr
주소 : 서울특별시 강서구 마곡중앙8로 1길 6 (마곡동 790-8) 메이비원빌딩
Copyright 2001 FashionInsight co,.Lt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