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는 전혀 성장하지 못했는데 세상은 더 이상 어리광을 받아주지 않는다. 어렸을 때의 생각과 현실은 너무도 달랐다.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할 때 만난 같은 이름의 친구는 꿈꿔오던 또 다른 자신의 모습이자 첫사랑 같은 행복이다. 같은 나이, 같은 이름을 가진 두 소녀가 어른이 되어가는 이야기를 그린 <나나>가 국내 관객을 찾았다. 지난해 일본 최대 히트작으로 영화 개봉 2주 만에 같은 멤버로 후편 제작이 결정된 이 영화의 인기는 일본에서 2천700만 부, 국내에서 50만 부가 팔렸다는 동명 원작의 만화와 만화에서 걸어나온 듯한 인물들에서 출발한다.

우정을 통한 성장 드라마
“있잖아, 나나. 우리가 처음 만난 때 기억해? 난 운명 같은 건 무조건 믿어버리는 족속이잖아. 이것도 틀림없이 운명이라고 생각해. 웃어도 할 수 없어.”
“있잖아, 하치. 난 말야 너의 이야기 속의 히어로가 될 순 없어도, 나만의 헤로인은 너무도 귀여운 너야.”
귀찮을 정도로 애교가 넘치고 모든 일을 운명 탓으로 돌리는 고마츠 나나(미야자키 아오이 분)와 사람들과 쉽게 친해지지 못하고 제멋대로인 오자키 나나(나카시마 미카 분). 다정한 부모님, 언니와 동생 사이에서 사랑을 꿈꾸며 살아가는 고마츠 나나와 부모에게 버림받고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혼자 모든 것을 해결했던 오자키 나나는 다른 배경, 외모, 꿈을 가진 소녀들이다.
도쿄로 올라가는 기차에서 나란히 앉았던 두 사람은 ‘7’이라는 숫자에 끌려 낡은 아파트에 함께 살게 된다. 행운을 의미하는 숫자 ‘7’의 일본어 발음은 바로 두 명의 이름과 같은 ‘나나’.
막 세상에 나온 꿈 많은 고마츠 나나(애칭 하치)는 낯선 도시에서 연인과의 헤어짐, 직장생활에서의 좌절을 경험한다. 그런 나나에게 메이저 데뷔를 목표로 하는 보컬리스트 오자키 나나는 동경의 대상. 두 사람은 연애와 일, 꿈 등 스무 살 소녀들이 겪는 일을 공유하면서 어느새 서로에게 가장 믿음직한 존재가 되어간다. 영화의 마지막 부분, 고마츠 나나를 위해 오자키 나나가 준비한 자리에서 나나가 흘리는 눈물은 우정을 통해 어른이 되어가는 소녀의 모습을 보여준다.
만들고 싶어서 그린다
얼핏 보면 우연이 반복되는 뻔한 이야기 같지만 <나나>는 스무 살 소녀의 불안한 심리를 현실적으로 표현한다. ‘내가 꿈꿔온 또 다른 나’라는 영화의 선전문구가 보여주는 것처럼 두 명의 나나는 서로 갖지 못한 상대방의 모습을 동경하고 반발하면서 매료된다.
두 명의 개성을 잘 표현하는 요소 중의 하나가 의상. 일본에서 강아지의 대표 이름으로 사용되는 ‘하치’라는 애칭의 고마츠 나나와 제멋대로여서 잡아둘 수 없는 들고양이 같은 로커 오자키 나나는 서로의 성격만큼이나 다른 헤어스타일과 옷차림을 하고 있다.
두 명의 나나를 탄생시킨 야자와 아이는 뛰어난 패션 감각으로 유명한 만화가. 고등학교 시절 데뷔한 작가는 <하현의 달><천사가 아니야><내 남자친구 이야기><파라다이스 키스> 등의 작품으로 국내에서도 인기를 얻고 있다. 야자와 아이 작품들의 인기 요인 중 하나는 등장인물들의 화려한 의상이다. 특히 예술학교의 디자이너 지망생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내 남자친구 이야기>와 <파라다이스 키스>에서 보여준 패션 감각은 독자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낸다.
알려진 바대로 야자와 아이는 오사카 모드학원을 중퇴했다. 학교는 마치지 못했지만 옷에 대한 열정을 간직하고 있는 작가는 “옷이 만들고 싶어질 때 만들고 싶은 옷을 그림으로 표현한다”고 밝힌 바 있다.
<나나>에서 두 주인공을 중심으로 등장인물들이 보여주는 스타일 역시 여성들이 지니고 있는 판타지를 대변한다. .
화면으로 살아난 ‘나나 룩’
만화 <나나>를 본 사람이라면 영화 속 등장인물들을 보고 그림이 걸어다니는 듯한 인상을 지우지 못했을 것이다. 오자키 나나
신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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