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사장 아들은 금융회사에서 정규직 근로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금융회사가 예전에는 상당히 각광받는 직종이었는지 몰라도 IMF 구제금융 이후에는 신분이 가장 불안한 직종의 하나가 되고 말았습니다. 언제 구조조정과 인수합병의 태풍이 몰아치면서 쫓겨날지 모르는 신세입니다. 지난 추석에 고향에 다녀온 직장 동료는 친척 어른이, “예전에는 자식이 금융회사에 취업하면 시골에 사는 부모가 돼지를 잡아서 잔치를 했어. 출세했다고... 그런데 요즘에는 금융회사에 다니는 사람에게는 딸도 안 줘.”라는 말을 했다고 전해주기도 했습니다. 다른 회사로 이직할 생각을 갖고 있던 중 마침 썩 괜찮은 회사로부터 스카웃 제의를 받았습니다. 회사에 사직서를 제출하였더니 회사에서는 사직서 수리를 거부하면서 계속 근무하라는 말만 하고 있습니다.
김 사장 아들이 옮기려고 했던 회사에서는 빨리 오라고 성화입니다. 사회생활의 생리를 아는 김 사장은 아들이 처음 가는 회사에서 밉보이게 될까 노심초사하고 있습니다. 급기야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에서 만일 회사를 마음대로 그만둬버리면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를 하겠다고 하면서 엄포를 놓자 하는 수 없이 김 사장은 자문 노무사에게 도움을 청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사직’이란 근로자의 자유로운 뜻에 의해서 회사와 맺은 근로계약을 해지하는 것을 말합니다. 보통은 근로자가 사표를 제출하고 회사는 이를 받아들임으로써 효력이 발생합니다. 그러나 김 사장의 아들처럼 회사가 사표 수리를 거부하는 경우에는 사직의 효력이 과연 발생하는지, 발생한다면 언제 발생하는지가 문제가 됩니다.
이때에는 근로기준법에 이와 관련한 규정이 없으므로 민법의 규정을 따르게 됩니다. 민법 제660조에서는 근로자가 회사에 사직을 통고한 날로부터 1개월이 지나면 회사의 수리 여부와 관계없이 근로계약이 자동적으로 해지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임금이 매달 정해진 날에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월급제 사원의 경우에는 사직서를 제출한 날의 다음달이 모두 지난 후에 근로계약이 해지됩니다. 예를 들어 월급제 사원이 4월 5일에 사직서를 제출하였다면 6월 1일에 근로계약 해지의 효력이 자동적으로 발생합니다.
결국 자문 노무사는 이러한 내용의 의견서를 작성해서 다니던 회사에 제출해 주었고 김 사장의 아들은 별 탈 없이 회사를 옮길 수 있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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