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딩 브랜띵(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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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3-24 오후 5:06:20

숫자가 지배했던 2003년 ‘마케팅은 판매를 불필요하게 하는 것이다.’ 마케팅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올해 최고의 상품이라고 말한다면 ‘로또’라고 생각한다. 로또는 피터 드러커의 말처럼 판매를 위한 다른 마케팅이 필요 없었다. 로또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국가마케팅으로 불경기와 정치 불안 그리고 국가 비전의 어두움이 만들어낸 ‘영화 매트릭스의 네오’, 곧 ‘자본주의의 메시아’였다. 도저히 로또 광풍을 묵과할 수 없기에 방송 3사 뉴스에서는 고의로 로또를 공격했지만 그 자체가 파괴적인 로또의 괴력을 추앙하는 PR이 되었다. 수십만분의 1의 확률게임이라고 하지만 일주일마다 당첨자는 나왔고 적게는 수십억 많게는 수백억을 챙겼다. 아직까지 한 번도 로또를 사본 적은 없지만 나도 마케팅 체험 차원(?)에서 한번 도전하고 싶은 유혹이 생겼다. 개인적으로 로또는 ‘부자 아빠와 가난한 아빠’ 이후에 또다시 가치관의 혼란을 만들고 있는 사회 문화적인 코드가 되었다. 로또의 숫자는 매혹적이다. 꿈을 꾸거나, 자기가 좋아하거나, 연구를 하여 조합하거나 어찌되었든 자신의 의도하에 숫자가 결정되어서 그것이 뽑히면 운명이 바뀐다. 11월 말까지의 판매고 현황은 3조7천억원이라고 한다. 그동안의 1등을 다 모아보면 1천억원도 넘지 못한다. 로또 운영측에서는 대박이 나오면 손해가 아니라 그것으로 몇 배의 판매고를 올리는 폭발적 매출을 일으키기 때문에 꼭 1등이 나오기를 바란다고 한다. 로또의 카피 중에 ‘영숙아, 우리 이제 결혼하자’라는 말이 있다. 여자는 문자 메시지를 받아서 옥상으로 올라갔다. 하늘을 보니 프로펠라 비행기 꽁무니에서 그녀를 향한 낭만적인 프로포즈 글귀가 뿜어나온다. ‘이제, 결혼하자.’ 만약 내가 ‘로또가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장 매력적인 신흥 종교’라고 말하면 너무 편협한 생각이라고 로또 운영국에서 나무라지 않을까? 그러나 로또는 종교성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 꿈, 희망, 변화, 구원 그리고 숭배. 여하튼 ‘만물은 숫자’라고 말한 피타고라스의 철학적 정의가 예전에는 웃겼는데 지금은 공감이 간다. 숫자가 행복을 지배하고 있다. 33, 76, 69, 21, 23, 55, 47, 27, 82, 34, 37 등등 얼핏 보면 로또다. 그러나 이것은 패션 브랜드에서 사용했던 2차 브랜드 네이밍이었다. 패션도 숫자마케팅의 극치에 이르렀다. 이것 외에도 수십 개의 숫자들이 있다. 2001~2003년 출생 브랜드들 이름의 대부분이 S 혹은 X로 끝나거나 브랜드 이름에 대부분 한국 발음으로 ‘스’가 많았다. 밀레니엄 브랜드들이 숫자마케팅을 쓰는 이유는, ① 선두 브랜드가 사용해서 ② PPL로 활용하기 위해서 ③ 스포츠적인 느낌을 가지기 위해서 ④ 브랜드 플랫폼에 따른 브랜딩 마케팅 ⑤ 점을 보았더니 점쟁이가 알려주어서(어떤 브랜드는 실제로 이런 일을 했다) 등등. 이유는 많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 숫자마케팅을 해서 어떤 결과를 얻었는가? 어떤 브랜드는 근본 목적을 달성했고, 어떤 브랜드는 교묘히 리딩 브랜드를 카피하면서, ‘기생마케팅’을 펼치면서 리딩 브랜드도 죽이고 자신도 죽어갔다. 결국 2003년 ‘감성캐주얼’이라는 대박의 신기루 속에서 숫자를 주장했던 브랜드들은 그렇게 사라지고 있다. 혹시 2004년에도 숫자를 전면에 사용하는 브랜드가 있다면 그 브랜드는 ‘브랜딩 브랜드’라고 말할 수 있다. 왜냐하면 브랜딩은 일관성을 유지하는 스타일 약속의 행위이고, 또한 여기서 사용되는 숫자는 로또나 디자인이 아니라 브랜드 이름이라고 간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연 ‘숫자’는 2004년 여름을 지배할 것인가? 아니, 과연 숫자가 다시 2004년에도 트랜드가 될까? 1월부터 쏟아지는 봄상품을 보면서 우리는 ‘브랜딩 브랜드’를 쉽게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숫자를 전면으로 내세우는 와중에 유일하게 숫자를 사용하지 않은 브랜드가 있다. ‘쿨하스’라는 브랜드는 ‘브랜딩 국기’를 만들어서 전면에 사용했다. 물론 매출에 상당한 도움이 되었고, 이 소문은 여러 브랜드 기획자들의 귀를 가렵게 했다. 그 후 2003년 가을부터 명동에서는 영국, 이태리, 가봉과 비슷한 국기가 가슴에, 혹은 디자인 모티브로 활용된 옷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아마 올림픽이 있는 2004년에는 모든 브랜드에서 ‘국기’를 사용할 것 같다. 그들이 믿는 마케팅 PPL. 2004년 1월이 되면서 PPL 대행사는 바빠졌다. 어떤 대행사에게는 오더가 폭주하고, 때가 때인 만큼 여기저기 PPL 대행사가 생겨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신규 공급과 마케팅 수요가 불일치하기 때문이다. 예전에 어떤 매장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브랜드에 관한 마케팅을 물어보자 매장주는 대뜸 왜 경쟁 브랜드는 방송에 맨날 나오는데 우리 브랜드는 하지 않느냐고 볼멘소리를 했다. 나는 그의 불만을 모두 듣

권민<모라비안바젤 컨설팅 대표>
coel@moravian.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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