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다란 레이스로 묶은 화려한 모자에 온통 여성스러운 레이스로 장식한 페일핑크 드레스의 ‘아이다’, 다크 브라운 작업복에 모자를 쓴 검게 그을린 ‘인만’이 대자연이 흩뿌려진 광활한 콜드 마운틴의 한가운데서 만난다. 그들의 신분차이만큼이나 대조되는 컬러들이다. 〈콜드마운틴〉은 19세기 말 유럽의 영향을 받은 미국 패션을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영화 〈콜드마운틴〉은 남북전쟁 중에 피어난 운명적인 사랑의 이야기이다. 앤소니 밍겔라 감독은 2시간 30여 분의 러닝 타임이 전혀 지루하지 않을 정도로 그의 특기인 전쟁 속에 피어나는 애절한 사랑을 매끄럽게 풀어냈다.
미국 남부의 콜드 마운틴, 첫눈에 사랑을 느끼게 된 두 남녀는 이내 터진 전쟁으로 기약 없는 이별을 한다. 뜨거운 작별 키스와 흑백사진으로 서로의 사랑을 기억하며 하루하루를 버텨가던 중 남자가 탈영을 감행, 사랑하는 연인을 찾아 긴 여정을 떠난다.
앤소니 밍겔라 감독은 19세기의 모습을 리얼하게 묘사하기 위해 무대와 의상, 세트 디자인에 심혈을 기울였다. 미술감독을 맡은 단테 페라티는 페데리코 펠리니 감독, 마틴 스콜세지 감독 등과 작업했으며 무려 여섯 번이나 아카데미상에 후보로 지명된 유능한 미술감독이다. 그는 영화 〈콜드마운틴〉에서 19세기의 미국 마을, 남북전쟁 때의 군사용 진지, 남부의 전통적인 농장 등 32채의 건축물을 새로 지었다.
의상 디자이너인 앤 로스는 제작 전부터 19세기의 책과 화집, 희귀 사진을 참고해 시대적인 느낌을 사실적으로 살려냈다.
아이다(니콜 키드만 분)는 고급스럽고 정교하며 화려한 레이스와 모자로 귀족적이고 우아한 매력을 마음껏 표현했다.
잘록한 허리와 한없이 부풀려진 엉덩이, 바싹 마른 상체를 강조하는 타이트한 상의와 모자로 전쟁이 터지기 전까지의 화려함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여기에 허리를 졸라매어 한없이 가늘고 여리게 보이며, 풍성한 볼륨감의 스커트로 복고적인 페미니티도 강조한다.
핑크·블루·화이트의 전원적이고 여성스런 컬러들은, 아버지를 떠나보내고 연인인 인만(주드 로 분)이 전쟁터로 떠나면서 블랙·네이비 등 어두운 컬러로 바뀌고 점점 남루하고 초췌한 의상으로 바뀐다.
인만은 탈영한 이후로는 남루한 군복 그대로 거의 변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는 탈영병으로서 비장미와 엄숙미를 표현하기 위한 느낌을 잘 표현했다. 군복 디자인은 앤로스와 댄 트로이아니의 공동작업이라고.
북군은 검은색이 감도는 청색의 군복 상의와 밝은 청색의 바지를 입혔으며, 남군은 소박하고 초라한 느낌의 회색기가 묻어나는 흙색을 묘사했다. 다양한 군복을 미국에서 제작해 루마니아로 공수했으며, 루마니아의 라스노프 마을에 공장을 만들어 로케이션 현장에 필요한 의상들을 직접 만들기도 했다.
이 영화를 빛나게 하는 조연, 르네 젤위거. 그녀는 이 영화로 2004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그녀가 맡은 루비는 첫 등장부터 예사롭지 않다. 아이다가 무서워하는 닭의 목을 단번에 부러뜨려버린 것. 실의에 빠진 아이다를 생활력 강하고 적극적인 여인으로 만들어놓는 활동적인 역할을 잘 소화해 냈다. 다듬어지지 않은 자연미 그대로의 모습은 헝클어진 듯한 헤어스타일과 그녀가 입은 헐렁한 드레스, 일하기 편한 팬츠에서부터 강하게 느껴진다.
- Copyrights ⓒ 메이비원(주) 패션인사이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