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보이는 모든 자연은 복사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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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3-15 오후 1:09:38

디자인은 근본적으로 새로운 사물을 만드는 추상작업이다. 추상작업으로서의 디자인은 구체적으로 색을 만드는 일과 형태를 만드는 일로 나눌 수가 있다. 디자이너는 사물을 묘사하는 능력을 기반으로하여 색과 형태를 자유롭게 창조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나가야 한다. 추상과 구상 그리이스 시대 철학자들은 이 세상의 모든 사물들을 이데아라는 관념 세계의 모사품으로 보았다. 기독교가 지배했던 중세시대에는 모든 사물들을 하느님의 피조물로 보았다. 이처럼 서양 사람들은 옛날부터 메트릭스처럼 원본이 되는 가상의 세계가 있다고 생각하고, 눈에 보이는 모든 자연은 그것의 복사품이라고 믿는 습관이 있다. 그런데 자연이 이데아의 복사품이 되면 회화나 조각처럼 자연을 그대로 모사하는 예술은 복사품의 복사품을 만드는 행위가 되어버린다. 그림을 여러번 복사하게되면 화질이 급격히 떨어지는 것처럼, 이데아를 여러번 복사한 예술은 조악한 질의 것으로 취급받을 수 밖에 없었다. 숭고한 예술정신으로 인정받는 오늘날의 조형예술과는 입장이 많이 달랐다. 그 결과 서양의 예술가들은 추상미술이 나오기 전까지 꽤 오랜시간을 불법 복제품 제작자와 비슷한 대접을 받아왔었다. 사물을 그대로 묘사하는 일을 보통 구상이라고 하는데, 이런 구상작업은 무엇보다도 원본에 충실해야 하는 일이다. 따라서 구상에서는 대상을 똑같이 그리는 기술의 숙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석고데생을 하고 정밀묘사를 하는 것은 모두 이러한 구상작업에 속하는 것이다. 한편, 원본없이 어떤 형상을 창조해서 만드는 것을 보통 추상이라고 한다. 모든 디자인은 추상에 속한다. 디자이너가 사물을 그대로 묘사할 수 있는 능력이 어느정도 갖추어지게 되면 추상의 단계 즉, 형상을 창조하는 작업으로 들어서게 된다. 그렇다고 해서 묘사능력을 키우기 위한 노력을 그친다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추상은 원본의 제약이 없고 자유롭게 형상을 만드는 일이기 때문에 그냥 보기에는 쉬워 보인다. 구상작업처럼 원본과 대조를 통해 잘되었는지 못되었는지를 판단할 수도 없고, 묘사에 대한 기술적 숙련이 눈에 띄게 발휘되는 것도 아니어서 추상작업의 진정한 어려움은 잘 파악되지 않는다. 그래서 추상에 대한 공부를 가볍게 볼 수가 있다. 그러나 추상은 쉬운일이 아니다. 무엇보다 복사본이 아니라 원본을 만드는 일이기 때문이다. 원본을 만든다는 것은 이 세상에 없는 형상을 만들어야 하는 것을 뜻한다. 이것은 사실 디자이너들이나 조형 예술가들에게는 대단히 긴장된 일이 아닐 수가 없다. 허허벌판에 던져져 집을 짓는 것과 같다. 빌딩을 지을 수도 있고 천막을 칠 수도 있다. 창조하는 사람의 개인기에 따라 그 결과가 천지차이로 날 수가 있다. 예술가들이 종종 무의 상태에서 땅을 만들고 하늘을 만들고 사람을 만들어야 했던 태초의 하느님과 동일시 되는 것은 창조하는 일이 폼나는 일이어서가 아니라 그만큼 창조하는 사람이 져야할 고통과 책임의 무게가 크기 때문이다. 만일 하느님이 우리들의 손가락을 여섯개로 만들어었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혹은 머리를 다리에 붙여놓았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원본을 만든다는 것은 이처럼 어려운 일이다. 사물의 속성 죤 로크라는 영국의 유명한 경험주의 철학자는 사물의 성질을 크게 본질적인 것과 감각적인 것으로 나누어서 제1성질, 제2성질로 구분했다. 이런 구분은 향후 물리학적 세계관을 이루는 데에 크게 공헌하게 되어서 소위 뉴튼적 물리학 체계를 이루는데 많은 영향을 끼쳤다. 본질적이라는 것은 변하지 않고 성질을 항상 유지한다는 의미고 감각적이라는 것은 상황에 따라서 그 성격이 시시각각 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죤 로크는 제1성질을 우선시 하면서 제2의 성질을 부차적으로 설정해놓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어쨌든 사물이 가지는 중요한 속성이고 사물을 형성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제1성질에 속하는 것들 중에 하나가 ‘형태’이고 제2성질에 속하는 것들 중에 하나가 ‘색’이다. 사물의 형태는 눈을 감으면 없어지고 눈을 뜨면 생기는 것이 아니다. 눈을 감고 만져보면 여전히 그 형태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사물의 색은 상황이 조금만 변하더라도 쉽게 바뀌어 버린다. 강한 조명 아래에서는 선명한 색이 보이지만 빛이 어두워 진다든지 색이있는 빛이 가해진다든지 하면 눈에 들어오는 색은 금방 변해버린다. 따라서 로크의 입장에서 보면 형태는 변하지 않는 사물의 속성이 되고 쉽게 변하는 색은 사물의 감각적 속성이 되는 것이다. 아래의 패션 디자인을 로크적으로 한번 살펴보자. 이 디자인은 디자인으로서 대단히 화려하고 세련되었다고 할 수 있지만 좀더 세밀하게 분석해 들어가면, 화려하고 세련된 색과 형태가 어울린

최경원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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