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눈을 유혹하는 오브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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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3-14 오후 1:55:42

눈을 뜨고 있는 이상, 수많은 볼거리들이 끊어지지 않는 영화 필름처럼 우리의 눈으로 쏟아져 들어온다. 그러나 시선이 조금이라도 옮겨가게 되면 이들은 대부분 눈 안에서 휘발해 버리고 만다. 눈을 거쳐 기억의 창고 귀퉁이 한켠이라도 차지하게 되는 것은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디자이너들은 자신의 디자인을 어떻게 해서든지 눈앞에서 사라지지 않고 사람들의 마음에 안착하도록 해야 한다. 본다는 것과 조형 현대 사회처럼 개개인의 삶이 광속으로 돌아가게 되고 수많은 매체에 포위되다 보면 가만히 있더라도 수많은 볼거리들이 눈 안으로 봇물처럼 들어오게 된다. 도심을 가득 채우는 많은 빌딩들, 거리를 가득 채우는 자동차들, 컴퓨터 이미지들, 매장에 진열된 수많은 상품들 하나하나가 우리의 눈을 ‘유혹하는 오브제(object)’들이다. 그러나 눈으로 쏟아져 들어온다고 해서 모두 받아들여지지는 않는다. 본다는 것은 눈만의 작용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느 철학자의 말처럼 사람들은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본다. 보고 싶다는 마음이 따라주지 않으면 그 어떤 것도 시선을 파고들지 못하고, 수증기처럼 눈 앞에서 증발해 버린다. 디자이너들이 만든 디자인은 공장의 기계나 찻길의 아스팔트처럼 사람들의 몸 바깥에서 무표정하게 있어서는 안 된다. 사람들의 눈 안으로 강력히 접촉해 들어가야 한다. 디자인의 형태와 색은 단지 디자인이라는 사물을 이루는 요소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시각적 어필을 위한 중추적 역할을 하게 된다. 그런데 디자인은 사람들의 눈에만 어필해서는 안 된다. 시선이 움직이면 언제든지 휘발해 버리기 때문이다. 눈을 넘어서서 마음에 안착해야 비로소 안정된 시각적 존재가 된다. 따라서 디자인의 형태와 색은 눈의 범위를 넘어서서 마음의 작용까지 감당해야 한다. 조형의 문제는 이제 사물의 속성이라는 범위를 넘어서고, 보는 사람의 눈의 작용이라는 범위를 넘어서고, 사람의 마음이라는 범위에 까지 이르게 된다. 조형공부란 색과 형태만의 독립된 논리의 추구가 아니라 인간의 시각적 감각과정 속에서 색과 형태의 작용에 관한 것이어야 한다. 궁극적으로 디자이너는 사물을 디자인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눈 안으로 감각되는 감각물을 디자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시각적 인식의 과정과 조형 묘사능력을 바탕으로 하고, 색과 형태를 조율하여 보기에 좋은 형상을 구성할 수 있는 능력을 구축하게 되면 조형능력을 갖추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보기에 좋다는 말이 그리 단순한 것이 아니라서 조형의 문제는 복잡해진다. 본다는 것은 눈과 마음의 작용이 합해지는 것이다. 따라서 본다는 행위, 시지각이라는 것은 눈의 기계적인 작용과 본 것을 의식으로 받아들이는 마음의 작용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이렇게 보면 시각적 감각이나 지각이라고 하는 것은 눈으로 그냥 한번 봄으로써 마무리되는 찰라의 작용이 아니라 일련의 과정이 된다. 이것을 시각적 인지과정이라고 한다면, 디자이너는 형태와 색을 단지 습득해야 할 재능으로, 사람들의 눈에 순간적으로 어필하기 위한 목적으로 실현하기보다는 이러한 사람들의 시지각 과정의 각 단계 속에서 각각 다르게 대응해 주어야 한다. 조형에 관한 제반 이론이나 조형공부는 단지 형태와 색에 관한 내용으로 독자적으로 꾸려지기보다는 이러한 사람의 시지각적 과정을 중심으로 체계화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사람들이 사물을 보고 마음에 담는 과정을 인식론의 도움을 받아 정리해 보면 감각, 지각, 미적 판단이라는 세가지의 과정으로 구분해 볼 수 있다. 감각이란 1차적으로 외부의 사물이 눈을 통해 몸 안으로 들어오는 기계적 작용에 가까운 단계이다. 눈으로 사물을 보게 되면 그 형상이 필름에 찍히는 것처럼 망막에 기록되어서 지각이나 미적 판단을 위한 재료가 된다. 그러나 모든 사물들이 자연스럽게 망막에 기록되는 것은 아니다. 교통사고로 아스팔트 위에 뿌려진 유리 조각처럼 눈에 보이는 상의 구조가 분명하지 않거나 조형의 범위가 모호할 때는 보아도 보이지 않는다. 이렇게 혼란스러운 형태들은 시선을 돌리는 즉시 눈 앞에서 사라져버린다. 따라서 디자이너는 디자인을 할 때 멋있는 형상을 구현하기 전에 우선 자신의 디자인이 눈으로 감각하기에 구조적으로 문제가 없는지, 구조의 윤곽은 뚜렷해서 보기에 명확한지를 살펴야 한다. 아무리 화려하고 두드러지는 형상이라고 하더라도 기본적인 형태나 색의 구조가 부실하면 눈이라는 감각기관을 파고들지 못한다. 마음에 안착하는 것은 아예 생각도 못하게 된다. 디자인 경험은 별로 없고 의욕은 넘치는 그런 디자이너일수록 형태와 색을 주체하지 못해서 혼란스러운 형태를 만들게 되는 경우가 많다. 디자이너들은 의욕을 앞세우기 이전에 우선 눈으로

최경원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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