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만 잘해도 이미 당신은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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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3-13 오후 6:30:30

청소 생각을 하면 상당히 쉽게 조형디자인을 이해할 수 있다. 청소는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무심코 행하는 일이지만, 청소는 알고 보면 대단한 조형작업이다. 청소는 누가 가르쳐 주지 않더라도 어지러운 상태가 견디기 힘들 정도가 되면 자연스럽게 하게되는 본능적인 행위지만, 그 결과는 조형적 규범에 그대로 들어맞는다. 불결함을 제거하는 것은 위생에 해당하는 문제이지만, 시각적인 어지러움을 제거하려는 의도는 조형적 무질서를 회피하려는 욕구와 동일하기 때문이다. 런 일이 있어서는 안되겠지만 사람이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받게 되면 눈만 뜨고 있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아무 것도 없어진다. 내 앞으로 누가 지나갔는지, 앞에 뭐가 있는지, 심지어는 눈앞에 가서 손짓을 해도 알아차리지 못한다. 본다는 것을 눈의 기계적인 작용으로만 생각하기 쉽지만, 사람의 눈은 사진기처럼 사물을 날 것으로 그냥 받아들이지 않는다. 사물은 수정체를 통해 망막에 그대로 비춰지긴 하지만 마음이 작용하지 않으면 그대로 휘발해 버린다. 그래서 시각이든지 청각이든지 마음의 작용이 가해지지 않으면 어떤 형태이든지 몸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는 데, 그래서 불교에서는 일찌감치 보고, 듣고하는 감각작용을 일컬을 때 항상 뒤에 알 식자를 붙여서 안식, 청식 등으로 불러왔다. 감각작용이란 감각기관과 마음이 협동해서 이루어지는 인식작용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물을 보는데에는 마음의 작용이 중요하기는 하나, 사물은 마음이 보기 이전에 눈에 먼저 보여주어야 한다. 이것은 형상이 갖추어야할 자격과 같은 것인데, 어떤 형상이 되었든지 먼저 눈이라는 필터를 마찰없이 통과해 들어와야지만 눈과 마음이 작용하게 된다. 보는 사람이 마음의 노력을 기울인다고 하더라도 형태의 상황이 여의치 않을 때는 눈 밖을 겉돌게 된다. 모양이 알아 볼 수 없을 정도로 혼란스럽다거나, 구조적으로 견고하지 못할 때 눈에 보이는 사물들은 모두 망막 위에서 증발해 버린다. 그나마 형태가 아름답다거나 추하다라는 말을 들을 수 있는 것들은 눈이라는 필터를 통과한 복받은 형태들인지도 모른다. 위의 그림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들이다. 아무런 감정없이 그냥 지나치기 쉽지만 조금만 신경써서 살펴보면 형상의 상태가 상당히 혼란스럽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신경을 쓰지 않으면 혼란스럽다는 마음 자체가 생기지 않는다. 재래시장처럼 어떤 장면들은 혼란스러움에서 오히려 정감이 넘쳐 흐르기도 하지만 대부분 장면은 서로 화해하지 못한 도시 조형들의 불협화음으로 가득 차 있다. 그러나 이러한 부조화들은 사실 부조화라는 부정적인 감정조차도 불러일으키기 어렵다. 형태들이 서로 엉켜붙어있어서 무엇을 보아야 할 지를 판단하는 것 부터가 어렵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시선은 이렇게 조화롭지 못한 형상 위를 얼음판 위의 스케이트 처럼 그냥 미끄러져 지나가 버린다. 뒤도 안돌아보고...... 형태의 조율 꿈과 열정으로 가득찬 사람들일수록 디자인을 처음 배울때는 그러한 의욕 때문에 어려움을 겪기가 쉽다. 디자인 공부를 처음 시작할 때는 대개 자기의 개성이 듬뿍 담긴 멋진 형태를 만들고 싶은 욕구가 하늘 끝에 닿기 마련이다. 그러나 과한 의욕은 과한 결과를 낳기 마련, 제어되지 않은 개성으로 남발된 형태와 색은 마치 아스팔트에 뿌려진 유리 파편들처럼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조각나 버리기 십상이다. 이렇게 되면 개성의 표현은 둘째로 치더라도 사람들의 눈을 통과하기도 어려워진다. 보기에 좋은 형태이든지 그렇지 않은 형태이든지 디자인은 우선 하나의 덩어리로 명료하게 눈에 들어와야 된다. 아름다운지 추한지의 판단은 그 다음의 문제이다. 형태의 경계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인지, 삼각형인지, 사각형인지, 사람 얼굴인지, 동물 모양인지를 명확하게 파악할 수가 없다면, 그것은 아름다운 디자인이기는 커녕 시각적 재료조차 되지 못한다. 따라서 디자이너들은 자기의 개성을 풍부하게 표현하기 전에 무엇 보다 자신의 디자인을 사람들의 시선에 무리없이 들어갈 수 있도록 조율할 수 있어야 한다. 오른쪽의 패션쇼 사진은 20세기 최고의 크리에이티브한 디자이너로 꼽히는 쟝 폴 고띠에의 작품이다. 늘어뜨린 금속 액세사리들, 한쪽 어깨에만 걸쳐진 상의, 상의와 연결되지 않은 소매 등 한 눈에 범상치 않은 개성을 느낄 수가 있다. 하지만 디자인의 파격성에도 불구하고 이 디자인은 조형적으로 안정되어있다. 허리를 가로지르는 금속 띠의 방향과 왼쪽 어깨에서 오른쪽 소매 상단으로 내려오는 각도가 서로 비슷하다. 그리고 수직으로 늘어뜨려진 액세사리는 머리를 기준으로 오른쪽, 왼쪽으로 나란하게 내려오고 있다. 그리고 그 끝을 보면, 왼쪽 액세사리는 금속 허리띠와 만나는 부분

최경원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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