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바지와 가죽 재킷 유행한 70년대 버전 스포츠 룩
아련한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배리 매닐로의 ‘Can’t smile without you’가 흐르며 시작되는 <스타스키와 허치>는 70년대 말 미국에서 방영돼 큰 인기를 모았던 형사물 시리즈를 리메이크한 영화다. ‘스타스키’와 ‘허치’ 두 형사가 주인공이지만 통쾌한 액션이나 정교한 줄거리에 대한 기대는 일찌감치 떨쳐버리는 것이 좋다. 코카인을 먹고 디스코 댄스 경연을 벌이고, 범인을 잡기 위해 공중을 날아 요트 위에 안착을 하려 하지만 결국 바다에 빠지고 마는 두 주인공은, 언제나 상상을 초월하며 영화를 코믹한 상황으로 끝내버리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허탈한 이야기에 초대받아야 하는 이유는 영화 속에 펼쳐지는 흥미로운 70년대 패션이야기 때문이다.
토리노, 올드 팝, 디스코 열풍
가뜩이나 골치 아픈 일이 많은 요즘, 킬링 타임용으로 안성맞춤인 <스타스키와 허치>는 1970년대를 배경삼아 관객에게 그 시대를 탐색하는 즐거움을 안겨준다. 올 초 개봉된 <말죽거리 잔혹사>가 1970년대 후반의 한국을 생생히 그려냈다면 <스타스키와 허치>는 같은 시기의 미국이 어떤 모습이었는지를 소품과 미술을 통해 주도면밀하게 되살려냈다. 구레나룻과 콧수염, 흑인들의 과장된 파마머리, 디스코 음악과 춤, 긴 금발의 백인 미녀, 청바지, 귀를 완전히 덮고도 남는 큰 헤드폰, 타자기, 연두색의 캐비넷, 무기를 연상케 하는 무전기, 도청보다는 들키기에 딱 좋아 보이는 도청장치 등 당시를 상징하는 코드가 모여 ‘익살스럽고 유쾌한’ 영화적 스타일을 이룬다. 또한 영화 <더티 해리>의 포스터와 ‘카펜터즈’의 올드 팝 그리고 만화영화 <톰과 제리>의 화면 등 다양한 재료를 통해 당시의 모습을 풍부하게 재현했다. 특히 ‘빨간 토마토’라고 불리며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으로 활약했던 자동차 ‘토리노’는 미국 전역에 수소문한 끝에 9대를 확보한 것이었다. 당시 1천 대만 한정 생산됐던 ‘토리노’는 배기량이 크고 날렵한 디자인으로 미국의 힘을 상징하는 머슬 카(muscle car)이기도 하며, 영화에서는 좌충우돌 정신없이 달려가는 형사들의 모습을 대변하기도 한다.
데님 룩, 스포츠 룩의 전성기
정치적 불안과 오일 쇼크로 경제적 불황기였던 1970년대는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경제가 차츰 안정되고 생활수준이 향상됐다. 기성세대에 대한 저항보다 자신의 목적과 라이프스타일을 지향했던 이 시대 젊은이들은 자신의 건강과 활동을 중요시하면서 다양한 스포츠를 즐겼다. 특히 조깅, 테니스, 수영, 골프 등이 유행하면서 타월지로 만든 트랙 수트, 풀오버에 팬츠, 헤어밴드, 짧은 플리츠 스커트와 쇼츠 등 발랄한 스포츠 룩이 등장했다.
이 시대에는 전체적으로 가늘고 긴 실루엣이 유행했기 때문에 영화 속 등장인물들은 무릎까지는 타이트하고 무릎 아래에서 넓어지는 판탈롱 팬츠를 즐겨 입는다. 상의 역시 저지 소재와 다트를 사용해 몸의 실루엣을 그대로 드러낸 디자인이 사랑받았다. 아이템으로 보자면 1970년대를 대표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데님 팬츠와 가죽 재킷이 단연 많이 등장하는데, 극중 캐릭터에 따라 다른 착장을 선보인다. 형사라는 사명감에 불타는 다혈질의 ‘스타스키(벤 스틸러 분)’는 데님 팬츠에 같은 소재의 셔츠와 가죽 블루종을, 개인의 안위를 우선으로 여기는 느긋한 이미지의 ‘허치(오웬 윌슨 분)’는 블랙 니트에 긴 가죽 재킷을 입어 서로 다른 성격을 의상으로 다시 한번 제안한다. 영화 전반에 등장하는 데님은 발목길이의 팬츠와 치어걸이 입은 와이드 팬츠, 데님에 화려한 비드와 스팽글 장식을 더한 디스코 룩, 마약밀매로 수감중인 남자의 용 문양이 자수된 터프한 재킷 등 여러 가지 모습으로 등장해 다양한 상황과 계층에서 애용했음을 보여준다.
의상을 담당한 ‘루이스 민겐바크’는 ‘스타스키’와 ‘허치’의 재킷, 청바지, 신발 등을 TV시리즈에 나왔던 오리지널 의상과 똑같이 제작해 관객들에게 과거 향수를 상기시켰다. 하지만 TV에서는 나비넥타이를 맨 아이스크림 장사꾼 같았던 ‘허기 베어(스눕 덕 분)’는 영화에서 다른 이미지로 등장한다. 가죽, 벨벳, 실크, 퍼 등으로 제작된 화려한 의상과 중절모, 얼굴의 반을 가릴 정도로 커다란 선글라스, 현란한 목걸이와 이니셜이 새겨진 반지, 금으로 특수제작한 지팡이 등으로 패셔너블한 모습을 강조했다.
또한 영화에 등장하는 넓은 칼라가 달린 오픈 네크 셔츠는 구속을 거부한 젊은이들의 모습을 대변하고, 부드러운 실크 스카프나 목걸이는 넥타이 대신 남성들의 목을 돋보이게 만들었다. 특히 얼마 전 가수 ‘비’가 선보였던 보잉 선글라스와 트러커 해트 역시 이 시대 남성들에게 사랑받은 액세서리였다. 보수적인 남성들이라도 긴
김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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