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맨 처음 평면 패턴을 배웠던 수업시간이 기억난다. 수평과 수직선이 난무했고, 계측한 신체 치수를 몇 개의 공식에 대입하여 계산한 값으로 새로운 곡선(그것이 어느 부분인지도 모르고)을 정신 없이 그려냈다. 내가 뭘 하는지도 모른 체 휘몰아치는 선생님의 지시에 따라 그었던 선들의 윤곽선이 마침내 정리되었고, 그렇게 처음 마주하게 된 옷의 패턴은 생소하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충격적인 것은 다트(dart)의 개념이었다. 마치 고깔 같은 모양의 다트는 평평한 2차원의 종이에 그려진 패턴이 입체적인 3차원의 인체에 꼭 맞을 수 있게 만드는 비밀의 열쇠 같았다.
이날의 수업을 통해 내가 옷이 만들어지는 구조에 대해 얼마나 무지했는지 처절하게 깨달았으며, 학창 시절 교복 한 번 줄여보지 않았던 것에 대해 후회하였다. 그랬더라면 볼록하게 나온 아랫배와 쏙 들어간 뒤 허리에 꼭 맞도록 하기 위한 볼록한 다트와 오목한 다트의 차이라던가, 스커트 허리 뒤쪽의 다트가 왜 더 길게 들어가는가 같은 너무나 당연한 원리를 깨닫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서양복에서도 다트가 생겨난 역사는 생각보다 길지 않은 듯 하다. 기독교의 지배로 신체를 드러내는 것을 꺼려하던 중세 시대 끝자락에서 르네상스로 넘어가던 시기, 처음으로 몸에 꼭 맞는 드레스가 등장했을 때는 운동화 끈처럼 레이싱 방식으로 끈을 조이거나 신축성 있는 소재를 사용하여 몸에 밀착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이후 우리가 공주 드레스라고 하면 떠올리는 로브 아 라 프랑세즈에서부터 19세기 후반의 버슬 스타일의 드레스까지 패턴을 살펴보면 상체의 패턴을 절개하여 조각조각 내서 다시 결합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프린세스 라인이라는 용어가 그래서 생겨난 것이 아닌가 싶다. 드레스를 입던 시대까지만 해도 말 그대로 상체에 옷이 꼭 붙어있어야 하기 때문에 절개 된 패턴을 사용했을 것이다.
20세기 들어 여성들이 남성복에서 따온 현대적인 스타일의 재킷을 입게 되면서부터 드디어 다트가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으로 보인다. 다트는 여성들의 사회 진출로 인해 활동성이 요구되면서 옷과 신체 사이에 여유를 주면서도 여성적인 신체적 특징을 강조할 수 있었던 방법이었던 것이다.
옷 안쪽으로 숨겨져 겉으로는 짧은 선 하나로 드러나는 다트의 존재는 지금까지 디자인적 요소로 크게 강조되지 않은 채 현대 복식의 발전에 지대한 공로를 미쳐왔다. 하지만 2015 S/S 컬렉션에서 ‘크리스토퍼 케인’은 이러한 다트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다트를 겉으로 드러냈을 뿐 아니라 오히려 원래의 부채꼴보다 더 부풀리고 튈(Tuile)을 덧대 장식성을 부여했으며, 실루엣의 변화까지 만들어냈다.
고학수 객원기자
marchberry@naver.com
- Copyrights ⓒ 메이비원(주) 패션인사이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