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쇼 코드] 동심 (童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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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움직이는 FASHION & SHOW!

2015-02-13 오후 9:38:44







심심해하는 6살 조카에게 카드 뒤집기 게임을 알려줬다. 뒷면이 보이도록 뒤집어 놓은 카드들을 두 장씩 뒤집어 같은 모양이 나오면 가져가는, 어른의 시각으로 봤을 때 집중력과 기억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아주 좋은 놀이였다. 그런데 10번이 넘게 설명을 해줘도 조카는 자신의 차례에서 두 번만 뒤집어야 한다는 규칙을 까먹는 듯 했다. 자기가 뒤집은 카드의 모양과 같은 모양이 나올 때까지 계속해서 카드를 뒤집어 가져가고야 말았다.

어린아이의 세계를 이해하지 못했던 나는 처음에는 규칙을 지키지 않는 사람 대 사람으로 생각해 조카의 불법(?)적인 행동에 화가 나 계속해서 설명을 하려 했다. 그러다 이내 마음을 내려놓고 아이가 원하는 방식을 지켜봐 주었다. 그러자 조카는 자신에게만 카드가 쌓이는 것이 미안했는지, 내 쪽으로 카드를 몇 개 나눠주며 자신 나름대로 카드의 균형을 맞추고자 하였다. 물론 마지막에는 자신이 이기도록 했지만 말이다.

이렇듯 어린 아이의 세계는 자신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세상의 규칙은 그들의 세계로 침투하지 못하고, 아예 자신만의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 버린다. 아이들과 있다 보면 잊고 지냈던 어린아이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법을 다시 꺼내보게 된다. 몇 십 년 더 오래 살았다는 이유로, 내가 사는 세상의 규칙이 마치 진리인 양 생각하던 나의 세계가 그간 얼마나 편협하고 독단적인지 깨닫게 된다.

돌도 지나지 않은 아기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은 더욱 경이롭다. 그들은 초침이 째깍째깍 움직이는 것조차 신기하고, 밥솥이 칙칙 소리를 내며 밥이 지어지는 소리가 무섭고, 엄마의 웃는 표정에 가장 행복한 웃음을 지어 보인다. 엄마 몰래 새로 쥐게 된 종이 한 조각을 입에 넣을 수 있음에 기뻐한다.

예술가들이 부러워하고 그리워하는 것은 이렇게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는 아이들의 순수성일 것이다. 그들의 눈으로는 이 세상에 진부한 것은 하나도 없다. 어른의 눈에는 쓸 데 없는 것에 대한 탐색과 모험과 몰입의 시간만이 존재한다.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찾아야 하는 패션 디자인에서 동심을 표현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츠모리 치사토 같이 어린아이가 그린 것 같은 비정형적인 그림을 옷에 표현하기도 하고, 올랭피아 르 탱처럼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물건을 가방이나 벨트 같은 패션 아이템으로 변형시키기도 한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옷이라면 이래야 한다는 관념없이 어린아이처럼 틀에 얽매이지 않는 디자인을 선보이는 이세이 미야케의 옷이야말로 가장 예술성이 높은 옷으로 칭송 받는다. 극과 극은 통하는 것이다.




고학수 객원기자
marchberr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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