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5 S/S 컬렉션을 보다 보니 새롭게 눈에 띄는 소재가 있었다. ‘BCBG’ ‘막스’ ‘아즈리아나’ ‘티비(Tibi)’에서 선보인 소박한 이미지를 주는 표백되지 않은 면 소재의 소색, 또는 회색의 누빔 재킷들이 등장한 것이다. 그리고 그 옷들을 보면서 익숙했던 ‘킐팅’이라는 단어보다 ‘누빔’이라는 정겨운 단어가 떠올랐다. 정확히는 누빔 한복이 떠올랐다.
어쩐지 퀼트라 하면 추운 겨울날 여인네들이 둘러 앉아 수다를 떨며 색색의 조각 천을 이어서 면적을 늘리는 장면이 어른거린다. 하지만 그것은 수많은 퀼팅 기법 중 ‘아메리칸 패치워크 퀼트’라는 특정한 방법일 뿐이다. 원래 퀼팅(Quilting)이라는 단어 자체가 두 겹의 옷감 사이에 솜이나 깃털, 양모, 우레탄 폼, 심지 등을 넣고 박음질한 피륙을 뜻한다.
쿨치트라(Culcitra)라는 라틴어 어원이 있을 정도로 오래된 바느질 방식으로, 깃털이나 양모를 채워 넣은 주머니나 매트리스, 또는 덮기 위해 사용되는 것을 가리킨다. 가장 오래된 퀼트의 역사적 증거로는 기원전 3400년 경의 이집트 파라오 조각이 두르고 있던 망토에서 찾을 수 있으며, 실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퀼트 조각은 몽골에서 발견되었으며, 기원전 1세기에서 기원후 2세기경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퀼팅은 오래 전부터 중국·인도·이란·중동과 아프리카의 이슬람 국가 등 세계 여러 곳에서 의복을 만드는 데 사용됐다. 십자군 전쟁은 동쪽과 서쪽의 문물이 교류하는데 큰 역할을 했는데, 퀼트도 마찬가지다. 서유럽에는 전쟁에 나갔던 십자군들이 갑옷 밑에 퀼팅 된 옷을 입으면서 퀼트가 대중적으로 퍼지게 되었다.
13세기 서유럽으로 전해진 퀼트는 처음에는 방한용으로 실용성이 강조되었다가, 점차 미적인 요소가 들어가기 시작했다. 17세기 영국을 떠나 미국으로 이주하기 시작한 청교도들에 의해 퀼트는 더욱 서쪽으로, 즉 북미 대륙으로 전해졌다. 아메리칸 패치워크 퀼트는 이때 시작됐는데, 서유럽의 다양한 국가에서 건너온 이주민들의 낡은 옷과 모포 등 조각 천을 연결해 만들고, 각 지역의 다양한 기법들이 더해지면서 지금과 같은 패턴이 만들어진 것이다.
천을 누빈다는 측면으로 보면 샤넬백의 퀼팅 장식에서부터 군대의 방한용 깔깔이까지 우리 삶 속에도 다양한 퀼트가 존재하고 있다. 겨울에 등장하는 패딩 점퍼들도 퀼팅 제품의 일종이다.
하지만 내년 봄에는 신선한 이미지의 퀼팅 재킷이 선보여지지 않을까 기대된다. 네오프랜이 두툼한 재질감으로 보온성과 더불어 구조적인 실루엣을 만드는데 디자이너들에게 영감을 주었던 것처럼 누빔 소재가 새로운 소재로 각광받기를 기대해 본다.

고학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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