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래밀리’라는 이름의 인형이 화제가 되었다. 비현실적 몸매로 여성들의 욕망과 환상을 대변하는 동시에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는 바비 인형을 현실적인 몸매 사이즈로 바꾼 프로젝트로 탄생한 인형이었다.
래밀리의 기획자 니콜레이 램의 계산에 의하면 기존 바비 인형의 사이즈는 실제 인체의 1/6으로 축소한 크기인데, 그러한 비율로 축소했을 때 바비는 허리는 심하게 가늘고, 가슴은 큰 왜곡된 인체 비율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정확하게는 36(가슴)-18(허리)-33(배) 인치로 현실의 모델들도 갖기 어려운 몸매이다. 패션 모델의 평균 치수는 34-24-34라고 한다. 래밀리는 미국의 19세 여성의 평균 치수를 적용하여 굉장히 친숙하며 현실적인 몸매를 가진 인형으로 탄생했다.
래밀리 프로젝트는 우리 사회에 큰 시사점을 던져주었다. 기존의 바비와 래밀리를 8살 어린이들에게 주고 인형에 대한 질문을 던졌을 때 아이들이 어른들의 생각보다 바비 인형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진짜 사람 같은 비율을 가진 래밀리는 아이들에게 친숙함을 주었고 호감을 갖게 했다. 아이들은 래밀리가 자신의 자매나 이모 같다고 생각했다.
아이들이 보기에도 바비는 래밀리에 비해 연약하고, 수동적일 것 같으며, 바비의 직업으로는 패션 모델, 메이크업 아티스트, 패션 스타, 심지어 직업이 없을 것 같다는 대답도 있었다. 하지만 래밀리는 남도 잘 도와 줄 것 같고, 생활에 있어 적극적이며, 스포츠도 잘하는 등 긍정적인 여성상을 갖게 했다. 래밀리의 직업으로는 선생님, 수영 선수, 파일럿, 컴퓨터 엔지니어 등의 의견이 나왔다.
바비를 부정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바비는 바비만의 장점과 역할이 있다. 하지만 래밀리의 탄생은 사회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리게 했다.
래밀리를 넘어 더욱 다양한 인종, 다양한 체형을 가진 인형들이 등장한다면 어린 소녀들이 바비만을 이상적인 여성상으로 생각하지 않고 다양한 시각을 갖게 해 줄 수 있다는 점이다.
재미있게도 이번 2015 SS 시즌 ‘모스키노’에서는 바비 인형을 갖고 놀던 어린 시절의 향수를 자극하는 컬렉션을 선보였다. 바비 인형 같은 백금발의 부풀린 커다란 가발을 쓰고 분홍 립스틱을 바른 모델들은 바비가 신던 특유의 분홍색 구두, 장난감 같은 플라스틱 액세서리, 벨트, 가방, 그리고 인형 옷에서 자주 보이던 특유의 오팔 펄의 빳빳한 합성소재의 천으로 만든 의상까지 완벽히 재현된 바비를 현실로 마주한 기분이었다.
사람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보일 주제를 선정하는 제레미 스캇의 능력은 정말 놀랍다. 무엇보다 이 두 가지 사건으로 어릴 적 갖고 놀던 바비가 여전히 사회를 반영하는 뜨거운 주제의 중심에 있다는 사실이 반가웠다.

고학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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