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쇼 코드] 풀 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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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움직이는 Fashion & SHOW!

2014-11-21 오전 10:25:51





잡초 한 포기 없이 잘 가꿔진 잔디밭이든 이름 모를 들풀과 꽃들이 섞여있는 풀 밭이든 바닥에 넓게 펼쳐진 푸른색은 보는 사람에게 안정감을 준다. 풀 밭 위에서의 점심 식사나 오후의 낮잠은 느긋함과 평온함,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느끼게 해준다. 그러나 작품에 재현된 풀 밭은 현실의 공간이면서도 비현실적 이미지를 풍기는 배경이 되기도 한다.

그것은 풀 밭 위에서 나른한 오후를 보낸다는 것이 너무나 비일상적이기 때문일까. ‘드리스반노튼’의 2015 S/S 컬렉션은 이러한 나른한 풀 밭 위에서의 패션쇼를 연상시켰다. 색색의 푸른 이끼처럼 보이는 러그가 깔린 런웨이는 조용한 음악과 새가 지저귀는 소리, 마치 우거진 숲 속에 쏟아지는 빛 같은 조명, 모델들의 나긋나긋한 발걸음이 더해져 더욱 몽환적인 자연의 공간으로 탄생했다.

그는 수백만의 히피를 양산시킨 판타지로 작용한 라파엘 전파의 대표 화가인 존 에버렛 밀레이의 그림 ‘오필리어’와 세익스피어의 ‘한 여름밤의 꿈’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그의 의상을 돋보이게 해주었던 것은 바닥에 깔린 푸른 식물들을 닮은 러그였다. 아르헨티나 출신의 러그 아티스트 알렉산드라 케하요글루(Alexandra Kehayoglou)의 작품으로 이후에 세계 곳곳으로 보내져 사람들에게 선보여질 예정이라고 한다.

세상의 모든 자연물은 예술가에게 끊임없는 영감을 준다. 그렇기에 인간에게는 자연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회귀본능도 있지만 동시에 조종할 수 없는 자연 현상에 대한 공포가 작용한다. 인체에 비해 너무 춥거나 더운 기온, 눈에 잘 보이지 않으면서도 성가시게 하는 벌레와 흙먼지 등은 생명을 위협하기 때문이다. 자연을 가까이서 즐기고자 하지만 이러한 불편함들을 감수해야 하는 모순적 상황에 놓이는 것이다.

자연을 꼭 닮은 그녀의 러그는 이러한 사람들의 불편함을 긁어주는 작품이 되었고, 이와 결합된 ‘드리스반노튼’의 컬렉션은 히피 패션의 감성을 물씬 풍기는 컬렉션으로 완성되었다.

인공적인 ‘드리스반노튼’의 컬렉션에 비해 2014 FW 시즌 ‘알렉산더맥퀸’의 컬렉션에서는 진짜 풀 밭을 재현한 런웨이를 선보였었다.

‘드리스반노튼’의 컬렉션과 다른 점이 있다면, 런웨이를 걸어 나온 모델들이 이 세상의 사람이 아닌 외계에서 온 듯한 이미지였다는 점이다. 이는 우리 주위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일상적 풍경을 재현할 때, 낯설게 보기 위한 것이다.

1차원적인 모방이나 재현은 예술로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작품이라면 은유적이고 연상을 시키는, 한 번은 더 고민하게 만드는 것에서 깊이를 느끼기 마련이다. 재현한다는 것 자체나 규모에서 오는 감동은 오래 가지 못한다.


 










고학수 객원기자
marchberr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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