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시 부족 징표에서 클래식 상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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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3-06 오전 11:04:28

영국의 킬트(Kilt) 스커트는 패션의 클래식을 대표하는 아이템 중 하나다. 킬트는 「버버리(Burberry)」나 「아쿠아스큐텀(Aquascutum)」에서 간혹 출시되곤 하는 체크 문양의 랩 스커트로, 옆에 작은 비조 2∼3개로 고정해 입는다. 모든 클래식 아이템이 그러하듯 킬트 역시 너무도 뻔한 디자인이지만 언제 보아도 그럴듯해 보이는 조용한 품격이 서려 있다. 특히 킬트 스커트의 소재가 되는 타탄체크에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 혹자는 정방형의 멀티컬러 체크는 모두 타탄(Tartan)이라고 생각하기도 하지만, 실제로 진정한 타탄들은 스코틀랜드의 협회에 등록되어 있으며 저작권이 관리되고 있다. 그들이 이렇듯 특정 체크를 관리하는 이유는, 각 체크는 오랜 역사 속에서 특정한 지방의 부족을 대표해 왔고, 그런 만큼 고유의 문양과 의미가 중요하게 담겨 있기 때문이다. 여기까지는 얼마나 아름다운 이야기인가. 모든 영국적 판타지가 그렇듯이 킬트를 생각하면 젠틀맨(Gentleman)의 나라 영국에서 비롯된 품위 있는 역사, 품위 있는 귀족의 상징을 떠올리게 될지도 모르겠다. 대개 킬트의 역사라고 하면 1700년대 초에 스코틀랜드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이 정설로 되어 있으나 영국에서 타탄체크를 몸에 두르던 역사로 따지자면 그보다 훨씬 오랜 기록을 지니고 있다. 실제로 영화 <브레이브하트>에서는 결코 젠틀맨이 아닌 영국인의 모습을 생생히 보여준다. 13세기경의 영국을 무대로 하는 이 전쟁영화는 거의 야만족에 가까운 영국 군대와 결코 아름답게 둘러지지 않은 와일드한 타탄의 표본을 볼 수 있다. 사실 로마에게 지배되기 전의 영국을 생각한다면 지금의 놀라운 문명은 생각하기 어려웠으니, 오늘날처럼 브리티시 트러디셔널이 품격 있는 의상으로 인식되게 된 데에는 영국 정부의 각별한 노력이 있었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타탄이 부활하게 된 것은 스코틀랜드 연대병들을 위해 18세기 말에 사용되면서부터였다. 19세기에 들어 타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위대한 타탄 신화’를 창조하려는 노력이 시작되었고, 정부와 예술가, 제조업체가 각별한 노력을 기울인 끝에 오늘날은 타탄만 바라보아도 영국의 옥스퍼드 대학이나 아름다운 성을 상상할 수 있을 만큼 품격 있는 판타지로 번져오게 되었다 이 같은 타탄의 판타지는 1950년대와 1970년대에 부활한 바 있었다. 그 뒤 간헐적으로 패션에 나타나기는 했어도 오랫동안 전폭적인 트렌드로 압도적인 입장에 서 있지는 못하였다. 그런데 30년이 지난 지금 타탄에 대한 판타지가 다시 한 번 고개를 들고 있는 것 같다. 지금 밀라노와 파리에서는 여성복을 위한 2006 가을·겨울 컬렉션이 열리고 있다. 지난달 뉴욕부터 시작하여 런던, 밀라노를 거쳐 파리에 불을 붙인 이 가을·겨울 컬렉션에서는 놀라우리만치 풍성한 타탄들이 일제히 제시되어 눈길을 끌고 있다. 브리티시와 미국의 아이비클럽에 대한 환상으로부터 빚어진 타탄의 물결은 영 캐주얼부터 머튜어 캐주얼까지 다양하게 제시되고 있다. 혹자는 이를 1970년대식 클래식의 부활이라고도 이야기한다. 일면 맞는 말이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마치 13세기의 영국으로 돌아간 것 같은 원시적인 타탄의 체취가 느껴지기도 한다. 마크 제이콥스는 호보이즘(Hoboism)을 바탕으로 하는 퇴색된 타탄을 제시하여 눈길을 끌었고, 밀라노의 보테가 베네타는 타탄에 옹브레 워싱을 가미하여 색다른 느낌을 제시했다. 완벽한 고전이나 너무 잘 빠진 클래식보다는 무언가 내추럴함을 가미하려는 디자이너의 노력이 이번 시즌 새로운 타탄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올 가을·겨울 시즌에 타탄이 다시금 유행하게 될까? 물론 그러할 것이다. 이 친숙한 패턴의 힘은 무척 커서, 언제나 트렌드로 부상하기 시작하면 반드시 고지를 점령해 왔다. 타탄을 염두에 두고 있는 기획자라면, 타탄에 가미되는 새로운 터치들을 눈여겨보기 바란다. 실크 타페타에 나타나는 타탄이나, 워시드된 플란넬에 나타나는 또 다른 느낌의 타탄이 공존하여 보여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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