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을이 되면 아버지께서 즐겨 하시던 페이즐리 무늬의 넥타이가 생각난다. 색으로는 갈색과 노란색, 자주색 등의 난색이 섞인 것과 청록과 감색 등의 한색 계열이 있었고, 어떤 것은 무늬가 빽빽했고, 또 어떤 것은 페이즐리 무늬가 작아 바탕 면이 꽤 많이 보이기도 했다.
어린 나이에도 페이즐리 무늬는 중후하고 고급스럽다는 느낌이 물씬 들어 그 넥타이를 하신 날이면 평소보다 아버지가 왠지 더 능력 있고 멋진 사람으로 보였다.
어머니의 옷에서도 몇 개의 페이즐리 무늬가 기억난다. 파스텔톤으로 캐시미어였을까 싶은 부드러운 느낌의 스카프, 부들부들한 재질의 블라우스나 집에서 편하게 입으시던 홈웨어에도 페이즐리 무늬가 있었다. 때로는 도시락 통을 묶어 주시던 손수건에도 페이즐리 무늬는 자연스럽게 있었다.
이렇듯 페이즐리 무늬는 꼭 고가의 특정한 브랜드에서만 생산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 생활 곳곳에 이미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게다가 그 기원은 이탈리아가 아니고 중동의 페르시아이지만, 인도를 거쳐 스코틀랜드 남서부의 페이즐리 지역에서 대량생산되어 현재의 이름을 갖고 전세계에 알려지게 되었다.
페이즐리 무늬의 기원이 되는 중동지역에서는 망고 씨, 또는 사이프러스 나무, 석류 또는 솔방울을 닮았다고 했으며, 중국에서는 화퇴문이라고 하여 불에 그을린 돼지 넓적다리 문양, 우리나라에서는 금관에 장식하는 곡옥(曲玉)문양이라고도 했다.
이 무늬는 조로아스터교, 힌두교와 같은 종교와도 연관이 있다고 한다. 페이즐리 무늬는 기원전 600년경부터 존재했던 페르시아의 사산 왕조, 즉 지금의 이란에서부터 사용되었다.
이 무늬는 여전히 이란과 남미, 중앙 아시아 국가에서 인기가 있다. 결혼식 같은 특별한 경우를 위해, 실크에 금사나 은사를 이용하여 짠다. 이란과 우즈베키스탄에서는 의류를 넘어 그림, 보석, 벽화, 커튼, 테이블 보, 이불, 카펫, 정원 조경, 그리고 도자기에도 사용된다.
이렇듯 긴 역사와 넓은 지역에서 공유되었던 만큼 페이즐리 무늬의 숄이나 옷을 입으면 나이 들어 보이기 쉬운데, 사실 색이나 장식을 조금 바꾸면 전혀 반대의 이미지를 표현할 수도 있다.
가장 많이 사용되는 중·저채도의 색상이 아닌 원색이나 형광색, 파스텔 계열의 색을 사용하면 더 산뜻하고 젊은 감각으로 표현된다.
또한 워낙 보편적인 무늬이다 보니 태극 모양의 가장 큰 형태만 유지한 채 그 안을 채우는 모양을 기하학적으로 간소화하여도 페이즐리 무늬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우리에게 익숙해 진부한 전통무늬도 이런 방식으로 변형 시켜보면 재미있는 결과가 나올 것 같다

고학수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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