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자이너는 다가올 시즌의 옷을 디자인할 뿐만 아니라, 새로 발표하는 옷이 최대한 관객들의 눈길을 끌고 머리 속에 오래 남는 방법도 고민해야 한다. 하지만 ‘샤넬’이나 ‘디올’처럼 거대한 자본력이 바탕이 되어 눈이 돌아갈 정도로 호화로운 컬렉션을 할 수 있는 브랜드는 극소수이다.
그렇다면 디자이너는 어떻게 해야 할까? 여기서부터 디자이너의 고민은 시작된다.
많은 사람들은 ‘패션쇼’하면 일자로 길게 쭉 뻗은 무대를 연상하고 기대하기 마련이다. 열에 아홉의 패션쇼가 그러한 형태의 무대에서 진행되니 당연한 결과다. 그렇다면 그 기대를 깨버리면 된다. 그래서 정말로 인상에 남는 패션쇼는 무대가 독특한 형태인 경우가 많다.
패션쇼 무대, 즉 런웨이는 다양한 형태가 있다. 그 중에서도 원형의 무대는 사람들의 욕구를 만족시키기 좋다. 사람들은 단순하다. 흥미를 끈 상품은 사방, 즉 다양한 방향에서 보고 싶은 욕구가 있다. 우리가 시장에서 과일을 들어 요리조리 돌려가며 살펴보는 것처럼 말이다. 옷도 마찬가지다. 옷의 앞모습뿐 아니라 옆태나 뒤태, 사선에서의 방향도 궁금하다. 그렇다면 그 욕구를 해소해 주면 된다.
간단하게는 모델이 움직이는 동선을 복잡하게 해주면 된다.
무대 뒤에서부터 사선으로 걸어 나오거나, 일자로 나오다가 90도 방향을 꺾는다던가, 마치 산책하듯 길가에 피어있는 꽃도 따고 저쪽에서 부스럭거린 다람쥐도 보러 가는 등 어슬렁대며 걷는 동선으로 바꾸는 것도 방법이다.
하지만 이렇게 다양한 동선을 가능하게 하려면 좁고 긴 무대만으로는 어렵다.
무대 자체가 원형이라면, 그 가장자리를 따라 걷는 것만으로도 관객들은 여러 방향에서 옷을 자연스럽게 볼 수 있다.

아직까지도 기억에 남는 ‘겐조’의 40주년 컬렉션이었던 2011 SS 시즌이나, 그보다 최근에는 태양이 떠올랐던 2013 F/W ‘마크 제이콥스’, 또는 ‘지방시’ 컬렉션이 있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원형 무대가 주는 인상은 마치 로마 시대의 검투사를 멀리서 지켜보는 것 같다. 사실은 옷을 입은 모델이 같은 위치에서 돌아가는 것이 옆태와 뒤태를 볼 수 있다는 설명에 더 부합한다.
2013 SS 시즌 ‘톰 브라운’이 선보인 컬렉션이 그랬다. 개인용의 작고 동그란 무대 위에 모델이 오르면 빙글빙글 돌아갔다. 비록 기계 장치가 아닌 사람의 손을 빌려 일일이 돌린 무대였지만.
과연 원형 무대와 각각의 모델이 돌아가는 무대 중 옷을 더 자세히 보고 싶어하는 관객들의 입맛에 딱 맞는 무대란 어떤 것일까 디자이너들의 고민은 계속된다.

고학수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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