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에서 피어난 오뜨 꾸뛰르의 화려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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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유산 Great Heritage 53 - 앨리 사브 (ELIE SAAB)

2014-08-13 오후 6:33:39







중동지역은 지금 이 시간에도 분쟁이 일어나고 있다. 종교와 정치, 국제문제로 인한 전쟁은 민간인들에게까지 그 총구를 향하고 있다. 우리에게 중동은 뉴스 안에서 언제나 미사일이 날아다니고, 화약이 폭발하며, 사람들이 울부짖는 지역으로 안타까움과 황량함, 무자비함, 건조한 사막의 이미지를 풍긴다.

하지만 사실 중동(Middle East)라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다시피 이 지역은 예로부터 아프리카로 가는 길목이자 아시아, 지중해를 연결하는 교차로에 위치해 무역이 번성하며 인류 문명이 꽃피웠던 풍요로운 땅이었다.

특히 중동의 작은 나라 레바논은 이집트 문명과 메소포타미아 문명이 만나는 곳이었고, 기독교와 이슬람교, 유대교의 발생지인 예루살렘, 메카와도 가까웠다. 이러한 지정학적인 중요성 때문에 일찍이 번영과 함께 숱한 침략, 전쟁 또한 빈번한 지역이었다.







위대한 유산에서 소개할 이번 디자이너가 바로 이 레바논 출신의 앨리 사브이다.

앨리 사브는 화려한 비딩을 넣은 드레스로 유명하며, 오뜨 꾸뛰르에 초청받은 외국인으로 조르지오 아르마니와 함께 오랜 기간 오뜨 꾸뛰르 라인을 진행하고 있다. 중동과 오뜨 꾸뛰르, 어쩐지 반대되는 이미지의 두 단어의 교집합에 앨리 사브라는 디자이너가 있다.

레바논이라는 나라는 어떤 나라인가 우선 알아보자. 레바논은 지중해의 동쪽 해안가에 자리잡은 한반도의 1/20의 크기로 세계에서 가장 작은 나라 중 하나지만 레바논의 수도 베이루트는 금융과 상업의 중심지로 알려져 있다. 특히 수도 베이루트는 중동의 작은 파리라는 별명이 붙어있다.

그것은 2차 세계 대전 당시 다른 중동 지역이 영국에 지배 당한 것과 달리 프랑스에 의해 점령되어 현재까지 아랍어와 프랑스어를 공용어로 사용할 정도로 프랑스에 영향을 많이 받았기 때문이 아닐까 추측해 본다. 

그에 따라 베이루트의 중심가에 위치한 솔리데르 거리는 마치 샹젤리제 거리처럼 노천 카페가 줄지어 자리잡고 있고, 나지메 광장은 파리의 개선문이 자리한 에뜨왈(etoile, 별) 광장처럼 방사형으로 도로가 뻗어 나간다. 나지메 또한 ‘별’이란 뜻이란다. 또한 산책로가 잘 정비되어 있는 베이루트의 해안가 도로에는 Ave. de Paris라는 이름이 붙어 있을 정도라니, 중동의 파리라는 별명에 수긍이 간다.

그 외에 레바논의 간략한 특징은 지리적으로 중동에 위치해 있지만 기름 한 방울 나지 않으며, 가장 서구화 되어 있는 나라로 평가 받는데, 그것은 중동국가 중 기독교인이 가장 많으며, 레바논은 중동지역에서 종파 간에 권력을 분배한 유일한 국가이기 때문이다.

레바논은 17개 종류의 종교를 믿는 사람들이 혼합되어 거주하고 있는 ‘종교 박물관’의 나라로 알려져 있으나, 크게는 기독교와 이슬람, 두 세력으로 구분된다. 레바논 대통령은 기독교 마론파, 수상은 이슬람 수니파, 국회의장은 이슬람 시아파에서 맡는 정부를 구성함으로써 분열과 갈등의 가능성을 안고 출범하였다.

이러한 배경이 1975년부터 17년 동안 이어진 내전의 원인이 되기도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레바논을 풍요의 땅이라고 부르는 것은 중근동의 뜨거운 태양과 메마른 사막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아랍의 여러 나라 중에서 레바논만은 푸른 자연과 변화 있는 계절을 가진 지중해성 기후를 띄고 있기 때문이다.

지중해를 따라 뻗은 레바논 산맥에는 레바논 삼나무와 소나무가 우거지고 겨울철에는 백설이 덮힌다. 그리고 산 기슭에는 많은 과일나무가 열매를 맺는다. 옛날에는 산맥에 큰 삼나무가 우거졌고 페니키아인들은 그것을 잘라내어서 배를 만들어 지중해 전 지역은 물론 멀리 대서양까지 진출해 무역을 했다고 전해진다.

지금의 레바논 지역에 살았던 페니키아인들이 인류문화에 공헌한 최대의 업적은 서구 문자의 기원이 된 알파벳을 고안해낸 것이다. 페니키아인들은 해상 무역의 발달로 상거래를 기록할 필요가 있었다.

그들은 복잡하고 난해한 쐐기문자 대신 간편한 22개의 알파벳을 만들어 냈다. 기원전 13세기경 만들어진 페니키아 알파벳은 빈번한 교역관계에 있던 그리스로 건너갔고, 그 곳에서 희랍어 알파벳으로 변형되었다. 이는 결국 로마식 알파벳으로 발전하게 되었고 오늘날 유럽언어인 알파벳의 기원이 되었다.

로마와 자웅을 겨뤘던 페니키아인들은 인류 역사상 최초의 무역도시를 건설했다. 한 때 로마의 식민지가 되었던 베이루트에는 최근 기원전 1세기 경의 로마 시대의 유적지가 대거 발견되었는데, 당시의 공중 목욕탕, 시장, 아고라 등이 생생히 살아있다고 한다.

이러한 레바논의 배경들은 앨리 사브가 프랑스로 진출하고 활동하는데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1964년 베이루트에서 태어난 앨리 사브는 이미 어린 시절부터 타고난 재능으로 어머니의 옷을 뜯어 누이들의 옷을 만들어 주었다. 불과 18살의 나이인 1982년 베이루트에서 15명의 직원을 둔 자신만의 브랜드를 론칭하게 된다.

세련되면서도 화려한 비즈로 장식된 그의 의상, 특히 웨딩 드레스는 레바논을 넘어 중동지역에서 점차 인기를 얻게 된다. 이후 16년 만에 밀라노에서 기성복 컬렉션을 선보이게 된다.

이미 중동 지역에서는 큰 명성을 얻고 있던 그가 세계적인 디자이너로 도약하게 된 계기는 할리우드의 레드 카펫을 통해서였다. 2002년 오스카 시상식에서 붉은 색 드레스를 입고 등장했던 할리 베리는 그녀와 너무나도 잘 어울린 드레스를 입고 그 해 여우 주연상을 거머쥐었다.

‘앨리 사브’의 컬렉션을 보면 까무잡잡한 중동 여인의 피부 색뿐 아니라 새하얀 백인 모델, 태닝한 백인 모델, 상대적으로 노란끼가 도는 동양 모델들까지도 그녀들과 잘 어울리는 색의 드레스를 입힌 것을 알 수 있는데, 이러한 특징이 그의 패션이 세계적으로 사랑 받을 수 있는 이유 중 하나이다.











고학수 전문기자
marchberr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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