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찜통 더위가 연일 계속 되고 있다. 이런 날씨에는 아무래도 여성들보다는 남성들이 안쓰럽다. 원피스나 치마, 슬리브리스 등 다양한 패션이 허용되는 여성에 비해 특히 직장인 남성들의 패션은 너무나도 제한적이다. 비즈니스맨이라면 더워도 넥타이를 매고, 재킷을 입어야 한다.
꼭 화이트칼라가 아니더라도 30대 이상의 남성이라면 사회생활을 위해 한여름에도 두꺼운 청바지나 치노 팬츠를 입는다. 남자들이 반바지를 회사에 입고 간다는 것은 상상 할 수 조차 없다. 이런 현실에서 몸의 적절한 온도와 습도 조절을 위해 남성들도 한여름에 치마를 입을 수 있는 사회란 이뤄질 수 없는 꿈일 뿐일까?
조금만 시야를 확장해 보면 남성들도 오랜 기간 치마를 입어왔다. 옷의 패턴이 정교하게 발달하지 못했던 고대, 특히 더운 지역에서는 간단하게 천을 허리에 둘러 치마를 만들어 입거나 몸을 감아 원피스 형태의 옷을 만들어 입었다. 이집트 벽화에서 보이는 로인클로스나 로마 시대의 토가처럼 말이다.
21세기인 지금도 여전히 더운 나라에서는 남자들도 치마를 입는다.
론지(longyi)라 불리는 이 요의(腰衣)는 미얀마, 인도, 스리랑카, 방글라데시 등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폭넓게 입으며, 원통형의 긴 천을 허리에서 묶는다.
남성용 치마로 가장 유명한 전통복식은 아마도 스코트랜드의 킬트(kilt)일 것이다. 킬트를 입는 남성들은 치마 아래로 속옷조차 입지 않는다는 사실은 그만큼 치마와 남성 건강의 상관성을 시사한다.
대부분의 남성들이 아직은 남자가 치마를 입는다는데 극도의 거부감을 보인다. 여성스러운 플레어 치마나 미니스커트, 레이스 달린 치마 등을 자신이 입는다고 상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화 ‘글래디에이터’에서 볼 수 있는 로마의 검투사나 ‘브레이브 하트’의 군인들은 오히려 남성성이 강화되어 보인다.
남성만을 위한 치마는 디자이너들에 의해서 계속해서 만들어지고 있다. 많은 디자이너들이 남성복에 치마를 도입하기 위해 꽤 오랜 시간 공을 들여왔다. 남성용 치마를 디자인하기도 하지만 장 폴 고티에나 마크 제이콥스처럼 직접 치마를 입고 대중 앞에 서 남성도 치마를 입고 스타일리쉬 할 수 있음을 보여주기도 한다.
20세기에 들어서야 여성들도 남성들과 같은 바지를 입기 위해 사회적 편견에 맞서 투쟁하였다. 평등을 위해서든, 건강을 위해서든, 패션의 자율성을 위해서든 21세기 안에는 남성들도 치마를 보편적으로 입을 수 있는 세상이 되지 않을까 조심스레 상상해 본다.

고학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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