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유산 Great Heritage 48


2014 브라질 월드컵이 개막했다. 일정 초반부터 흥미진진한 경기들이 펼쳐지고 있는데, 특히 네덜란드와 스페인전은 5대 1일이라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충격적인 점수차로 전세계 축구 팬들을 열광시켰다.
우리에게 네덜란드는 유독 월드컵하면 생각나는 나라이다.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4강 진출의 신화를 만들어 낸 거스 히딩크 감독의 나라인데. 덕분에 네덜란드는 앞서 소개했던 벨기에보다는 친근하게 느껴지기는 하지만, 사실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막연히 알고 있는 나라이기도 하다.
축구뿐 아니라 네덜란드는 역사적으로도 초현실적인 결과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바로 국토의 25%가 낮은 지대를 간척하여 만든 땅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이다. 네덜란드라는 이름 자체가 바로 네덜란드 어로 ‘낮은 땅’이라는 뜻이다. 애써 상식을 더듬어보면 이렇게 독특한 지형 때문에 동네에 운하가 있고, 물을 빼내기 위한 풍차가 많으며, 질척이는 땅에서 걷기 위한 전통 신발 나막신인 ‘클롬펀’도 있으며, 튤립 등 화훼 산업으로 유명한 나라로 기억된다.

조금 더 객관적인 사실들을 몇 가지 알아보자. 네덜란드는 지리적으로 벨기에의 북쪽에 위치해 있어 영국, 프랑스, 독일 세 강대국 사이에 자리 잡고 있는 나라이다. 네덜란드 사람들은 외국어도 매우 잘하여 전 국민의 90% 이상이 영어나 독일어·프랑스어 등 한 종류 이상의 외국어를 말할 수 있고, 그에 따른 자부심이 강하다. 2002년 당시 히딩크 감독이 영어로 인터뷰를 능수능란하게 하는 것을 인상적으로 봤던 사람들이 많았다.
정식 명칭은 네덜란드 왕국(Kingdom of the Netherlands)으로 아직까지 왕과 왕실이 존재한다. 인구는 1600만을 넘는데, 국토 면적은 한반도의 5분의 1가량이라 인구밀도가 세계 3위에 육박한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유럽경제공동체(EEC, 현재 EU)의 창립국이다. 행정구역은 12개 주(provincie)로 이루어져 있다.
네덜란드는 열악한 환경으로 일찌감치 상업에 눈을 떴으며, 물류를 위한 물과 하늘, 땅의 인프라가 잘 구축되어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로테르담 항구는 라인 강을 지나 유럽을 오가는 관문으로, 무려 1,000개 도시의 항구와 연결되며 북해 운하를 통해 북해와도 연결된다.
유럽 최대의 항구로 유럽의 문이라는 뜻의 ‘유로포르트(Europoort)’로도 불리며 항만 물류 복합기지로 유럽으로 들어오는 물건의 60%가 이곳을 통한다. 유럽과 세계를 연결하는 관문 중의 관문이다. 첨단 시설과 우수한 인적 자원, 본국보다 싼 가격과 빠른 화물처리로 프랑스나 독일, 영국의 회사들도 자국 항만보다는 오히려 로테르담을 더 선호할 정도다. 게다가 고속도로, 철도망이 연계되어 유럽 어느 곳이든 48시간이면 육로로도 화물이 도착할 수 있다. 또한 로테르담을 통하면 라인 강과 마인 강, 모젤 강, 다뉴브 강까지 이어진다. 유럽의 바다와 강 그리고 운하를 따라 움직이는 물류의 시작이 이곳임을 똑똑히 볼 수 있다.

또한 암스테르담 부근에 있는 스히폴 공항은 영국의 히드로, 프랑스의 샤를 드 골, 독일의 프랑크푸르트 공항들과 함께 유럽 4대 공항 중 하나이다. 80여 개의 항공사들이 100개국 이상의 220여 도시로 취항하고 있으며,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네덜란드 항공(KLM)의 본사가 있다. 공항 내에 위치한 기차역과 바로 옆의 고속도로를 통해 곧바로 유럽의 다른 도시들과 연결된다. 또 전국 각 지역에 건설된 400여 개의 기차역을 통해, 네덜란드 어디든 최첨단 기차로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
이렇듯 물건과 사람을 나르는 인프라가 잘 갖추어져 있지만, 국내적으로는 국토가 좁고 인구 밀도가 높아서, 교통 문제가 심각한 편이다. 따라서 대중교통이 잘 갖추어져 있는데, 주요 강과 많은 운하가 내륙 수로로 이용되며, 수로를 오가는 전동선이 많아 배로 여행하기에도 좋다. 또한 대도시에서는 자전거를 많이 이용한다. 전 국민이 한 대 이상의 자전거를 갖고 있으며 전국에 19,200㎞의 자전거 전용 도로가 잘 정비되어 있어서 자전거 이용이 편리하다.
우리에게 익숙한 브랜드 중에는 하이네켄이나 필립스, ING 생명이 네덜란드 국적이며, 서양 회화에 관심이 많다면 렘브란트, 반 고흐, 몬드리안이 네덜란드 출신 화가인 것쯤은 상식일 것이다.
또한 디자인 관련한 사람들에게 한 때 네덜란드 디자인이 주목을 끌면서 발음도 생소한 브랜드 ‘드로흐(Droog)’나 산업 디자이너 ‘마르셀 반더스’가 설립한 브랜드 ‘모호이(moooi)’, 산업 디자이너 ‘토르트 본체’, 건축가 ‘렘 콜하스’ 등을 아는 것이 최신 트렌드인 것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네덜란드 디자인은 ‘건조함, 미니멀, 컨셉츄얼’로 요약된다. ‘드로흐’도 네덜란드어로 ‘건조한’이라는 뜻으로, 거추장스러운 것을 배제하고 필요한 것만 디자인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네덜란드에 대해 이렇게 장황하게 설명한 것은 물론 네덜란드 출신 패션 디자이너를 이해하기 위함이었다. 바로 ‘빅터 앤 롤프’가 이번 시리즈의 주인공이다.
‘빅터 앤 롤프’의 그간의 컬렉션을 연상해 보면, 그들은 결코 네덜란드의 전통 의상을 현대화 하는 작업은 하지 않는다. 워낙 독특한 자연과 도시 환경을 구축했기 때문에 그에 맞춰 발달한 전통 의상은 현대 시대에 보편적이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일까? 사실 지금까지 살펴본 유럽의 디자이너들도 자국의 전통 복식을 직접적으로 활용한 사례는 없었다.
게다가 그들 스스로 표현하기를 네덜란드는 ‘패션’이 정말 존재하지 않는 나라라고 했다. 그렇다면 ‘빅터 앤 롤프’는 세계인에게 네덜란드 패션이란 이런 것이다 라는 기준을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그 안에 과연 위에서 살펴본 네덜란드의 국가적 특징이 ‘빅터 앤 롤프’의 컬렉션에는 어떻게 녹아있는지 차근차근 살펴보자.

고학수 객원기자
marchberr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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