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영화와 랄프 로렌의 상관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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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유산 Great Heritage 41 - 랄프 로렌 (Ralph Lauren)

2014-05-02 오전 9:28:27




넥타이 판매 사원이었던 랄프 로렌은 당시 유행하던 폭이 좁은 넥타이가 아닌 새로운 디자인을 구상했다. 쉽진 않았지만 투자자도 찾아 자신만의 디자인을 상품화 했으며, 생산, 포장, 판매까지 모든 과정을 자신의 손을 거쳤다.


1969년 마침내 블루밍데일 백화점에 입점한 ‘랄프 로렌’의 11cm의 와이드 타이는 곧 유명 인사들에게 사랑받게 된다. 최고급 소재와 화려한 패턴의 넥타이는 얼굴과 함께 넓은 면적의 가슴팍을 장식하며 한 사람의 이미지를 대변해주는 아이템이 되었다.


‘랄프 로렌’의 넥타이는 이내 상류 사회의 상징이 되었다. 이렇게 하나의 아이템이 짧은 기간 안에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지금도 대다수의 상품은 브랜드가 되지 못하고 단지 한 시대를 풍미했던 아이템 하나로 끝이 난다.


그에 비해 오랜 기간 살아남은 명품 브랜드는 그렇게 많은 사람이 또 다시 가지고 싶어하는 아이템을 지속적으로 만들어 낸다.


물론 ‘랄프 로렌’은 후자였다. 그가 추구했던 것은 평일에는 수트를, 주말에는 캐주얼한 차림으로 야외 활동을 하는 상류층의 삶이었다. 그것은 1970년대 공격적으로 확장했던 그의 브랜드의 연혁을 봐도 알 수 있다.


이미 넥타이로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획득한 랄프 로렌은 브랜드 이름도 상류층의 인기를 끌던 스포츠 ‘폴로’로 정하고 곧 남성복 브랜드도 론칭했다. 1971년에는 여성복 론칭과 함께 누구나 갖고 싶어하는 폴로의 말 로고도 만들어 냈으며, 신발과 안경류, 그리고 스포츠웨어 라인까지 확장했다.


처음부터 그가 장인 정신이 깃든 단일한 품목으로 승부를 보려고 했던 것이 아니라, 라이프 스타일을 제안하고 싶었던 것이다.


‘랄프 로렌’의 진짜 신화는 사진 작가 브루스 웨버와의 만남으로 시작된다. 랄프 로렌은 자신이 생각하는 상류층의 라이프 스타일이 사람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되기를 바랬고, 지면 광고는 그가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었다.


특히 자연스럽고 영화의 한 장면 같은 브루스 웨버의 사진은 랄프 로렌이 원하던 바를 그대로 실현해냈다.


브루스 웨버는 브랜드에서 협찬한 의상만으로 사진을 찍지 않고 개인적인 의상을 첨가하여 특정 브랜드를 현실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도록 이상적인 스타일링 방법을 제안했다. 이러한 작업 방식을 통해 랄프 로렌 또한 그의 브랜드에 어울리는 스타일을 많이 배울 수 있었다.


지금 우리가 떠올리는 ‘랄프 로렌’의 광고, 나이가 들었음에도 깔끔하고 멋진 스타일을 유지하는 아버지, 어머니부터 단란한 형제들, 그들과 똑 닮은 프레피 룩을 입은 어린 아이들, 마당 있는 집에서나 키울 수 있는 큰 개 같은 애완 동물까지 3대에 걸친 대가족이 집 앞에서 찍은 가족 사진이나, 초원이나 해변가에서 승마와 폴로 등 고급 스포츠의 여유와 젊음을 즐기는 즐거운 모습들 등이 지속적으로 대중들에게 이상적인 가정과 삶의 모습으로 각인되기 시작한다.


이러한 광고는 진짜 그러한 삶을 사는 사람들뿐 아니라, 그러한 삶을 살고 싶어하는 사람들까지 끌어들이기 시작한다.


또한 이전까지는 백인 중심의 모습이었다면, 1990년대 이후에는 다양화된 인종으로 구성된 모델들을 보여주면서 더욱 폭 넓은 미국인, 그리고 미국인이 아닌 인종과 문화권까지도 ‘랄프 로렌’의 이상적 라이프 스타일을 동경하게 만들었다.


‘랄프 로렌’의 광고는 일면 할리우드의 영화를 닮았다. 깔끔하게 정돈된 마당 있는 2층 집, 2~3명의 아이들, 여전히 서로 사랑하는 부부, 별 문제 없이 행복할 것만 같은 단란하고 이상적인 중산층 가족의 모습을 지속적으로 대중에게 각인시킨다. 다른 점이 있다면 이렇게 평화로운 곳에 말도 안 되는 사건이 생기는 것이 할리우드 영화지만 말이다.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의 평범해 보이는 가족의 삶, 그것은 전 세계인을 사로 잡은 상류층의 삶의 모습이기도 했다.











미국의 유산이기도 한 할리우드 영화와 ‘랄프 로렌’의 상관 관계는 그것뿐만이 아니다. 이렇게 대중적으로 이상적인 모습만 보여주면 처음 ‘랄프 로렌’이 사랑 받았던 진짜 상류층의 이미지는 사라져 버릴지도 모른다. 그래서 ‘랄프 로렌’은 때로는 컬렉션과 광고를 통해 우아하고 고전적인 아름다움이 넘치던 1930년대 할리우드 여배우들의 모습을 재현해 낸다.


마들렌 디트리히처럼 길고 늘씬한 실루엣의 카리스마 넘치는 모델들은 때로는 사파리로 여행을 떠나기도, 러시아나 유럽의 사교계에 참석하기도, 시골 별장에서의 가족 만찬에 가는 등 정말 영화의 한 주인공이 된 듯 패션쇼로 다양한 스토리를 보여준다. 


여기서 그에 대한 상반된 평가를 다시 한 번 살펴보자. ‘랄프 로렌’의 컬렉션은 감상하기 편하다. 특히 요즘처럼 현대 예술만큼 난해하고 어려운 컬렉션들 많을 때는 ‘랄프 로렌’ 컬렉션을 보면서 위안을 삼기도 한다.


‘프라다’나 ‘마크 제이콥스’처럼 패션 에디터를 공부하게 만드는 컬렉션이 있는반면, ‘랄프 로렌’의 컬렉션은 과거의 존 갈리아노가 ‘디올’에서 선보인 방식이나 ‘돌체 앤 가바나’의 컬렉션과 비슷하다.


그리 특별할 것 없는 주제와 옷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편하게 감상할 수 있는 후자의 컬렉션들은 빠르게 변화하는 패션계의 사람들에게 진부함을 느끼게 하기도 한다. 그것이 ‘랄프 로렌’에게 가해지는 비판이다. 


동시에 그것이 바로 대중적 사랑을 유지하는 방식이다. 큰 위험부담 없이 평균 이상의 관심을 끌어 낼 수 있는 보편적인 미감을 선보이는 것. 그 저력도 무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패션계에서 변화 없이 오랜 기간 브랜드의 가치를 유지하는 것은 어렵다. 당연히 ‘랄프 로렌’에게도 변화의 순간들이 있었다.









고학수 객원기자
marchberr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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