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쇼 코드 - 주름진 소재, 플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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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움직이는 Fashion & SHOW!

2014-04-16 오후 3:29:20


 






주름. 피부에서 주름은 공포의 대상이다. 특히 ‘동안’이 각광받는 요즘 같은 시대에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열에 아홉은 얼굴에 주름이 생기지 않게 관리하고 신경 쓴다. 주름이 공포의 대상인 이유는 노화를 상징하기 때문이다.

‘나이 마흔에는 자신의 얼굴에 책임 져야 한다’는 말처럼 지나간 세월을 증명하듯 평소 얼굴 표정이 주름으로 자리 잡는다. 하지만 다른 관점으로 보면 주름은 관록과 연륜의 상징이 되기도 한다.

주름은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시간의 흔적이며, 그 사람의 인생과 성격을 대변한다. 관상을 볼 때 주름을 살피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옷에서도 주름은 양면성을 가진다. 깨끗이 다려진 하얀 셔츠와 칼 주름을 잡은 바지는 비즈니스 맨의 상징이며 상대방에 대한 에티켓이다. 움직임에 의해 접히는 부분들(무릎이나 팔꿈치, 골반, 겨드랑이 등) 때문에 와이셔츠는 하루 입고 세탁기로 가야 하는 운명이며, 바지도 끊임없는 다림질의 대상이 된다.

과거 귀족 사회의 포멀웨어에서 유래된 현대의 비즈니스 복장은 나 아닌 누군가, 과거에는 하인, 현재는 대개 아내, 또는 세탁소의 관리를 끊임없이 받아야 한다. 주름 하나 없이 빳빳하게 펴진 호텔의 하얀 침구를 보면 기분이 좋은 것은 누군가의 관리를 받았기 때문이다. 결국 주름 없는 상태는 사용자와 관리자의 상, 하 관계를 드러낸다. 물론 그에 들인 시간과 노력의 대가는 지불되지만 말이다.

하지만 오랜 패션의 역사에서 주름이 없었다면 이토록 다양하고도 화려한 형태들은 탄생할 수 없었을 것이다. 주름은 다양한 장식의 근원이 되기 때문이다. 부드러운 주름은 성긴 주름인 개더, 좀 더 촘촘한 주름인 셔링, 한쪽만 주름잡은 프릴 등의 장식을 만들어낸다.

인체의 굴곡에 따른 드레이프를 활용한 디자인도 부드러운 주름을 이용한 디자인이라 할 수 있다.

꼭 아름다운 장식을 위한 주름뿐 아니라, 편안함을 위해 주름을 만드는 경우도 있다. 주름을 잡으면 원래의 천 너비보다 보여지는 면적은 줄어들지만, 줄어든 만큼의 여유가 생기며, 밋밋했던 평면에 입체감과 깊이감을 부여한다.

즉 플리츠 스커트는 날씬한 허리를 강조할 수도 있고 동시에 치마단에는 여유가 많아 활동성이 좋다.

단면을 생각했을 때 주름은 두 가지로 나뉜다. 부드러운 곡면을 가진 자연스러운 주름과 각이 잡혀 힘이 있는 주름이 그것이다. 부드러운 주름에 열을 가하면 각이 진 주름이 탄생한다.

이러한 열가소성을 이용한 주름진 소재로 세계 패션계를 주름잡은 인물이 바로 ‘이세이 미야케’이다. 그는 주름소재를 통해 동양 옷의 특징인 평면성을 유지하면서도 동시에 옷을 조각의 경지로 끌어 올렸다는 평을 받는다. 

주름의 아름다움과 여유는 ‘이세이 미야케’ 브랜드의 개성이 되었다. 이 ‘여유’에는 옷 품에 대한 여유와 옷 관리를 위한 시간을 들이지 않아도 되는 여유, 두 가지를 다 의미한다. ‘이세이 미야케’ 런웨이 위의 모델들의 얼굴에 여유가 묻어나는 이유다.



고학수 객원기자
marchberr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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