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샤를 드 카스텔바작 (Jean-Charles de Castelbajac)
최근 아이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버스 캐릭터 ‘타요’. 몇 년 전 서울의 버스 체계가 대대적으로 개편되면서 빨강, 노랑, 초록, 파랑 네 개로 분류된 버스들이 등장했는데, 이 버스들을 의인화한 만화가 ‘꼬마버스 타요’다.
파랑색인 꼬마버스 타요가 서울시티 버스로 활약하는 이야기를 담은 프로그램이다.
마침 나들이 가기 좋은 날씨와 맞물려 ‘타요 버스’는 온갖 뉴스를 장식하며 화제가 되고 있다. 아이들은 TV 만화 속에서 보던 주인공을 실제로 만났으니 얼마나 반갑고 놀라울까 싶다. 그런데 어쩐지 어른들까지 신나는 모양이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신나고, 자신도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 귀여운 캐릭터의 매력에 빠지니 평범한 일상에 소소한 활력이 되는 것이다.
사실 어른의 눈으로 봐도 자동차의 헤드라이트나 라디에이터 그릴은 사람의 눈과 입 같아 어떤 표정을 연상시킨다. 자동차뿐이겠는가.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세상의 모든 사물을 의인화 시킨다. 오래된 고목이나 동글동글한 자갈 같은 자연물에서도, 카세트 테이프 같은 가전 제품에서도 눈, 코, 입을 찾아내 표정을 읽는다.
그림을 잘 그리지 못하는 사람들이라도 무의식적으로 가장 많이 끄적이는 것도 바로 눈, 코, 입이다. 이렇게 표정을 갖게 되고 사람처럼 표현됨으로써 모든 사물은 스토리텔링이 가능해진다. 인류의 신화와 전설이 탄생되는 시작점이다.
그렇게 의인화 되어 인식된 대상에 사람들은 한 번이라도 더 집중해서 살펴보게 되고, 의미를 부여하게 된다. 거기다 이름까지 붙이면 무생물이었던 대상도 순식간에 정이 생기고 둘도 없는 친구가 된다. 영화 ‘캐스트 어웨이’의 ‘윌슨’처럼 말이다.
‘의인화’는 인간 이외의 무생물, 동식물, 사물 등을 사람처럼 표현하는 것을 말한다. 신을 인간의 형태로 그리는 것과 인간의 감정 또는 동기를 폭풍이나 지진과 같은 자연의 힘으로 돌리는 것도 마찬가지 예이다.
의인화는 스토리텔링이나 예술에서의 문학적 기교와 같은 고대에 뿌리를 두고 있다. 대부분의 문화는 단군신화의 곰이나 호랑이 같이 의인화된 동물로 전통적인 우화를 가지고 있으며, 이러한 것들은 사람과 같이 말을 하거나, 서거나, 성격을 가질 수 있다.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캐릭터들은 모두 인간을 닮은 표정을 가지고 성격을 표현할 수 있게 됨으로써 생명력을 가지게 되었다.
미키 마우스나 도널드 덕처럼 생긴 쥐와 오리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지만 그들의 표정과 성격을 통해 우리는 그들의 이야기, 관계를 알게 되며 재미도 느끼고 나의 생활에 대한 반성 같은 교훈까지도 얻을 수 있다.

이렇게 인간이라면 ‘의인화’를 통해 누구나 어떤 감정이 일어나게 되는데, 이러한 ‘보편성’은 개별 국가의 전통적 문화 유산을 넘어선 가치를 가진다. 인간이라면 좋아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를 잘 표현하는 디자이너가 바로 장 샤를 드 카스텔바작이다.
예술이란 작가의 개성과 정체성을 표현해야 하며, 동시에 인간의 보편적인 감성도 보듬어야 한다. 그래야 관객이 작품에 관심을 가지고 몰입할 수 있게 된다. 카스텔바작은 특정한 인물이나 캐릭터를 의상에 넣는 방법으로 간단하게 자신의 디자인적 개성을 확보하고 대중의 보편적 지지를 얻게 되었다.
이미 1980년대에 케네디 사진을 정면에 넣은 ‘포트레이트 프린트’로 주목을 받은 그는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정치인이나 유명인을 의상에 넣어 선보여 왔다. (사진 1)
다양한 변주를 통해 단순한 프린트를 넘어서 시퀸이나 도트, 아니면 입체적인 머리카락 등 그 표현 방식도 점차 진화했다.
그의 옷에 나타나는 인물들은 꼭 현실의 인간인 것은 아니다. 나에게 상냥하고 어릴 적부터 친근한 캐릭터를 싫어할 사람은 없다. 그것은 만화 속 캐릭터뿐 아니라, 종교화를 통해 익숙한 인물도 포함된다. (사진 2,3)

갓난아기 때부터 생존을 위해 본능적으로 상대방의 표정을 읽을 수 있게 되면서 우리는 낯선 사람이라도 그 사람이 나에게 호감을 가졌는지, 아닌지 판단할 수 있게 된다. 장난스럽게 그린 자유롭고 편안하게 그려진 얼굴들도, 아주 단순한 선 몇 개만으로도 표현된 얼굴도 마찬가지다. (사진 4,5)

반대로 표정은 말로 설명하지 않아도 세상에 대한 분노 같은 나의 감정을 대변하기도 한다. (사진 6)
토테미즘 또한 빠질 수 없다. (사진 7) 인간의 이성보다는 직관이나 감성에 의해 발달한 이러한 형태는 앞서 살펴본 것처럼 외부 세계를 의인화하여 파악하려는 인간의 본능에 가깝다. (사진 7)
카세트 테이프는 그러한 맥락에서 현대적인 토테미즘의 맥락으로 파악할 수 있다.
지금까지 살펴본 인간에서부터 만화 캐릭터, 추상화된 얼굴, 토테미즘, 동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표정을 카스텔바작은 옷의 정면을 배치하여 표현한다. (사진 8)
‘정면성’과 더불어 ‘대칭성’도 그가 자주 사용하는 방식이다. (사진 9) 그렇게 하는 것이 상대방이 바라볼 때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길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사람의 얼굴도 대칭형이다.
그런데 완벽한 대칭보다는 사실 조금은 어그러진 표정이 더 생동감을 준다. 그래서 그의 의상은 매번 다른 캐릭터를 표현하지만 내용이나 형식면에서 단조롭게 느껴지기도 한다. 프랑스 예술 표현 방법의 한계라고도 할 수도 있다.
유명인이나 익숙한 캐릭터를 의상 전면에 넣는 것은 지난 시간에 언급한 고급 예술의 대중화, 대중 예술의 고급화하는 프랑스 예술의 특징이다. 사람들에게 익숙한 오브제로 거리감이 느껴지지 않으면서도 예술적인 분위기를 풍길 수 있는 것이다.

고학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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