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를 대표하는 건축물 중 하나인 퐁피두 센터는 1977년에 지어졌다. 거대한 파이프 관들이 건물 외관을 감싸고 있어 마치 공장 같기도 하고, 하울의 움직이는 성처럼 마치 살아 움직일 것 같은 유기체 같기도 하다.
이렇게 건물의 내부로 들어가야 할 설비들을 일부러 겉으로 드러나게 디자인된 퐁피두 센터가 처음 지어졌을 당시 많은 논란이 일어났다고 한다.

마치 지금의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가 처음 세워질 때처럼 말이다. (사진 1)
그러나 건축물은 한 번 지어지면 몇 십 년을 한 공간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야 하는 공공재이기 때문에 이미 대중적으로 익숙하거나 선호되는 당대의 유행을 따르기 보다는 다가올 미래 건축물의 새로운 개념과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이러한 이유로 낯선 형태와 시대를 앞서간 건축가의 철학이 담긴 건축물을 단번에 좋다고 평가할 사람들은 많지 않다.
어쨌거나 퐁피두 센터는 40여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에 봐도 전혀 오래된 건축물 같지 않고 여전히 현대적인 감성을 유지하고 있다. 수 많은 관광객이 퐁피두 센터 안의 예술 작품이 아닌 건축물 그 자체만을 보기 위해서라도 이 곳을 방문한다.
그런데 퐁피두 센터는 마냥 시멘트 공장 같은 굴뚝산업형 공장 같기 보다는 마치 ‘찰리의 초콜릿 공장’처럼 동심을 자극하는 면이 있다. 그것은 색색으로 칠해진 파이프 관들 때문이다.

빨강은 순환관으로 엘리베이터를, 노랑은 전선들처럼 전기 관련 설비를, 초록은 물을 상징하는 수도관이며, 파랑은 공기 정화를 위한 환기구 관이라고 한다.
기능적인 목적 때문에 각각의 색으로 구분해 놓은 것이긴 하지만, 수많은 색상 중에서 빨강, 노랑, 초록, 파랑이라는 색상 조합을 선택했다는 것에 의미를 둘 수 있을 것 같다. (사진 2)

한 가지 더 살펴볼 것은 퐁피두 센터 옆에 위치한 스트라빈스키 분수대이다. 나나(nanas)로 유명한 니키 드 생팔이라는 작가의 조각품이 전시되어 있는 이 분수대에는 움직이는 조각품과 함께 추상화 된 동물이나 상징적 조형물들이 다양한 원색으로 칠해져 있다.
이 조각들은 칙칙한 도시 풍경에 생명의 역동성, 어린 아이의 끝없는 강렬한 에너지를 불어 넣는다. 이렇게 원색이 가지는 힘은 강하다. (사진 3)
하지만 나라마다 무지개에 포함하는 색의 개수가 다른 것처럼, 민족이나 국가마다 원색의 개념은 조금씩 다르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의 오방색에는 초록색이 포함되지 않는다.
실제로도 색의 삼원색은 빨강, 노랑, 파랑이다. 하지만 어린아이들을 위한 장난감, 예를 들어 레고 같은 경우처럼 가장 기본이 되는 색으로 빨강, 노랑, 초록, 파랑이 지정되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사진 4)
이렇게 기본이 되는 원색에 초록색이 포함되는 경우가 많고 그러한 조합이 눈에 익숙하다. 그런데 왜 하필 초록색일까?
우선 이런 가설이 가능하다. 색의 삼원색은 빨강, 노랑, 파랑이지만, 빛의 삼원색은 빨강, 초록, 파랑이므로 색의 삼원색과 합쳐서 네 가지 색을 기본이 되는 색으로 정했을 수 있다.
또 다른 가설로는 같은 간색인 주황과 보라를 두고 초록을 선택한 것은 빨강과 노랑이 난색이기 때문에, 한색으로 무게감을 맞추기 위해 파랑과 또 다른 한색인 초록색을 선택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어쨌거나, 이러한 네 가지의 원색들이 동심과 프랑스의 예술적 이미지를 표현하는데 자주 사용된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예술가와 패션 디자이너의 경계에 있는 카스텔바작의 컬렉션에는 이러한 원색들이 끊임없이 사용된다. 그리고 이 원색들을 사용할 때는 동심을 자극하는 만화 캐릭터나, 마치 동화 속에서나 튀어나올 법한 패션으로 표현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지금까지 세계적으로 사랑 받은 많은 캐릭터들은 빨강, 노랑, 초록, 파랑의 원색들을 주요한 색으로 사용하였다.
디즈니에서 선보였던 백설공주, 피노키오, 미키 마우스, 도널드 덕에서부터 영웅 캐릭터인 슈퍼맨, 스파이더 맨, 원더우먼, 게임 캐릭터인 슈퍼마리오, 또는 일본의 만화 캐릭터들인 건담, 손오공, 도라에몽, 세일러 문, 피카츄의 공통점은 원색들로 만들어진 캐릭터라는 점이다.
아마도 시선을 강하게 사로잡는다는 원색의 원리 때문일까? 색은 눈으로 자각하는 인상 중 가장 빠르고 강하게 감정을 불러 일으킨다.
그래서 우리는 색을 통해 다양한 감정을 경험하고, 반대로 감정을 색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생각과 느낌을 작품으로 표현하는 미술에서 색이 가지는 힘은 엄청나다.
카스텔바작의 매 시즌 다른 컬렉션에는 만화 캐릭터가 빠지는 법이 없다. (사진 5) 꼭 프랑스의 캐릭터만이 아니라 (사진 6) 전세계인들의 동심을 자극하는 친근한 캐릭터는 거의 대부분 그의 손을 거쳐갔다. 그렇기 때문에 매 시즌 원색의 캐릭터들과 어우러지는 원색의 의상들도 항상 나온다.

그가 캐릭터를 사용해 디자인 방법도 규칙적으로 반복된다. 예를 들면 양 어깨에 대칭적으로 동물을 배치한다던가 (사진 7), 동일한 오브제를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점이다. (사진 8) 그래서 그의 패션 세계는 단조롭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오히려 작품 세계가 명확하기 때문에 대중적으로 쉽게 어필할 수 있으며, 어린아이 같은 천진난만함으로 사람들을 사로잡는다. (사진 9)

이러한 어린아이 같은 순수한 열정은 단순히 캐릭터를 옷으로 표현하는 차원을 넘어, 상업적인 패션이나 일반적인 옷의 형태의 틀 안에 갇히지 않고 한계 없는 표현을 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사진 10)
어린아이 같은 동심은 패션과 예술의 경계를 무너트리는 가장 큰 마음가짐 같다. 그의 작품들을 보면 자꾸 피카소가 떠오르는 이유다.
고학수 객원기자
marchberr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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