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구의 98%가 가톨릭 신자인 이탈리아에는 각 도시 중심마다 대표적인 두오모가 있다. 두오모(duomo)란 이탈리아어로 주교 신부가 미사를 집전하는 성당을 말하는데, 큰 도시에는 모두 두오모가 있다. 집이란 뜻의 라틴어 도무스(domus)를 어원으로 하며 영어의 돔(dome)은 반구형 지붕, 둥근 천장을 뜻하지만 이탈리아에서는 밀라노 두오모처럼 꼭 돔이 없어도 대성당(cathedral)은 두오모라고 이른다.
특히, 이탈리아에서 두오모는 단순한 종교적 장소뿐만 아니라 지역민에게 가장 중심적인 장소인데, 과거 도시 계획자들은 한 도시를 건설할 때 핵심적인 위치에 두오모를 세운 뒤 주변에 시민광장, 관청, 공공시설, 상가 등을 배치하였다. 이렇게 두오모는 이탈리아인들의 생활 속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그런데 같은 이탈리아 출신 디자이너라도 ‘돌체 앤 가바나’가 이탈리아 문화를 받아들여 디자인으로 풀어내는 것과 아르마니는 다르다. ‘돌체 앤 가바나’가 이탈리아 유산 중에서도 눈에 확 띄는 화려한 장식과 디테일 활용에 강하다면, ‘아르마니’는 사람들이 간과하기 쉬운 색을 그의 패션에 적용했다. 그것도 색 중에서도 가장 인식하기 어려운 저채도 고명도의 색, 바로 대리석의 색이다.
이탈리아는 대리석으로 유명하며, 기념비적인 두오모 또한 대부분 대리석으로 건축했다. 많은 사람들이 아르마니의 색을 이탈리아 대리석의 색이라고 표현하는 것을 보면 두오모는 이탈리아의 골목길 풍경과 함께 아르마니의 무의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듯 하다. 조금만 생각해 보면 마을마다 기념비적인 아름다운 대성당에 미사를 보러 일요일마다 가니 무의식에 안 남을 수가 없는 환경이다.
대리암(大理岩, marble)은 대부분 방해석으로 구성되어 있는 석회암이나 백운암이 변성을 받아 생긴 변성암의 한 종류이다. 방해석은 무색 투명 또는 흰색 반투명인 것이 많고, 때로 불순물의 혼입에 의하여 회색·녹색·홍색·노란색 등을 나타내며, 그 밖의 다른 색을 띠기도 한다.
따라서 변성 된 대리석 또한 다양한 색으로 존재하며, 기이한 무늬를 띠게 된다. 대리암은 건설 재료를 비롯하여 조각용, 도예용 등으로 이용된다. 가장 좋은 대리암이 발굴되는 곳은 이탈리아이다. 특히 카라라(Carrara) 지역의 대리석이 유명한데, 여기서 생산되는 흰색 대리석을 Bianco di carrara(흰 카라라 색)라고 부른다.
여기서 유추해 볼 수 있는 것은 이탈리아 반도의 지질은 석회질이 많은데, 따라서 아프리카 대륙판이 유럽을 압박, 충돌을 일으키는 과정에서 생성된 알프스 산맥은 엄청난 열과 압력으로 인한 변성 작용으로 대량의 대리석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변성 작용이 일어나지 않은 남부 지역에서는 석회질의 회벽이 건축 자재로 많이 사용되었다.
도시마다 각기 다른 양식으로 세워진 두오모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인상적인 두오모들에서 아르마니 패션과의 연관성을 살펴볼 수 있다. 두오모에 사용된 대리석들의 색과 줄무늬 장식은 아르마니의 디자인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그가 젊은 시절을 보낸 밀라노의 대성당,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피렌체의 대성당, 그리고 피렌체가 주도(州都)로 있는 토스카나주(州)의 대성당이 그것이다.
밀라노에서 대학을 다니고 리나센테 백화점에서 첫 커리어를 시작한 아르마니는 밀라노 대성당 앞을 수도 없이 지나다녔을 것이다. (사진 1) 고딕 양식의 밀라노 대성당을 처음 본 사람들은 대부분 그 상상을 초월하는 웅장한 규모나 섬세한 조각 장식에 시선을 빼앗긴다. 정작 미세하게 조금씩 다른 톤의 대리석들로 조각조각 모자이크화 된 표면의 색은 눈치채지 못한다. 아르마니는 그것을 놓치지 않았다. 웜그레이, 쿨그레이 등 미세한 차이가 나는 다양한 그레이시 톤의 매력을 알게 된 아르마니는 그것을 정교하게 재단된 그의 의상에 적용하여 세계 패션계를 사로잡았다. 양식은 다르지만 피사의 사탑 옆에 위치한 피사의 두오모도 이렇게 조금씩 다른 톤의 대리석으로 마감되어 있다.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피렌체의 두오모는 르네상스 양식인데, 장미색, 흰색, 녹색의 3색 대리석으로 꾸며진 외관이 특징이다. 꽃과 예술의 도시 피렌체를 대표하는 건축물답게 정식 명칭은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대성당(Basilica di Santa Maria del Fiore)으로, '꽃의 성모 교회'라는 의미다. (사진 2) 창 면적을 최소화해서 돌 벽의 공간이 많이 나오게 되었으며 플라잉버트레스를 세우지 않아서 건물 전체가 단순한 덩어리 같다. 벽면이 많이 나오면서 장식하기 좋은 바탕 면이 확보되었다. 대리석의 색 차이를 이용해서 기하 문양을 새기는 토스카나 로마네스크가 반복되고 있다. 아르마니의 컬렉션에 반복해서 등장하는 고명도의 회색빛이 도는 색상들이나, 진한 초록색이 바로 이 피렌체 두오모를 장식했던 대리석 벽면에서 온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닮았다.

마지막으로 아르마니 컬렉션에 자주 등장하는 무늬가 스트라이프다. (사진 3) 이 또한 두오모의 대리석 장식에서 엿볼 수 있다. 특히 토스카나는 로마 시대부터 중요한 대리석 산지였는데 이런 전통은 로마네스크까지 이어지면서 대리석을 이용한 장식주의가 대표적 특징으로 나타났다.

토스카나주의 주도가 바로 피렌체이며, 시에나, 피사가 근처에 위치한다. 따라서 이 도시의 두오모들은 대리석을 주재료로 사용했으며 주로 흑백의 색깔 차이를 이용한 얼룩말 무늬를 주로 사용했다. 작은 아치가 일렬로 늘어선 아케이드나 블라인드 아치에 이런 장식을 담아냈다. 흰색과 검정, 또는 진초록의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기하학적인 줄무늬는 화려한 장식들과 어우러져 두오모의 또 하나의 특징이 되었다.
고학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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