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패션은 아름다워야 살아남는다. 중요한 사실은 익숙함이 아름답다고 느끼는 감정을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하지만 너무 익숙해지면 식상해져 또다시 새로운 것을 찾게 만든다. 이것의 반복이 유행을 만들어 낸다.
디자이너들은 새로운 유행을 먼저 만들어 내고자 항상 새로운 것을 제안한다. 수많은 새로움 속에서도 사람들의 선택을 받는 것은 어떤 것일까? 아무리 낯설고, 기괴하며, 너무나 새로워서 이것이 아름다운 것인가 아닌가 긴가민가하게 만들지라도 사람들이 이것이 아름다운 것이라고 정의 내릴 때까지 계속해서 찾게 만드는 힘은 결국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것이다.
꼭 감동뿐 아니라, 기쁨이나 슬픔, 희열, 분노 등의 감정을 일으키면, 사람들은 의아하게 된다. 왜 옷 하나가 나의 마음을 뒤흔드는가? 그래서 관심을 갖게 되고, 지속적으로 찾아보게 되며, 디자이너의 숨겨진 의도를 파악하려고 노력하며, 결국은 익숙해지면서 아름다움을 느끼게 된다.
가장 좋은 예시는 알렉산더 맥퀸이다. 그의 컬렉션이 처음부터 각광받은 것은 아니었다. 그의 컬렉션은 너무 기괴했으며, 보는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다양한 개성을 존중한다고 하면서도 굉장히 좁은 영역의 아름다움만을 인정하는 곳이 패션계다. 디자이너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 모델들은 점점 말라가고, 그런 몸매에 익숙해진 일반 사람들까지도 몸매 강박증에 시달린다.
이러한 현상에 반발하기 위해 때로는 빅 사이즈라 부르는 모델을 기용하는 디자이너들도 있었다. 그러나 이미 마른 몸매가 아름답다고 생각하게 된 관객들은 새로운 의상에 집중하지 못하고 모델처럼 마르지 않은 보통의 몸매가 얼마나 아름다워 보이지 않는지 그것에만 관심을 보이는 부작용이 나타나곤 했다.

‘릭 오웬스’의 2014 S/S 컬렉션 무대가 감동적이었던 이유는 원시적이고 강렬한 춤을 통해 그 동안 패션계에서 배제되었던 살집 있는 몸과 어우러진 의상의 아름다움을 성공적으로 제시했기 때문이다. 마치 김연아 선수의 프리스케이팅처럼 춤과 음악, 의상, 몸짓, 몸매까지 모든 것이 종합적으로 어우러져 큰 감동을 주었다.
지금까지 ‘릭 오웬스’의 컬렉션은 고딕 분위기의 어둡고, 엄숙하고, 신성한 듯 하면서도 외계에서 온 분위기를 연출해 왔는데, 이번 컬렉션은 마치 남태평양 섬에 살고 있는 어느 원주민 부족들의 호전적인 군무를 원시시대의 비너스처럼 육중하고, 강인해 보이는 여성들이 직접 추면서 힘이 넘치는 강렬한 무대를 선보였다. 새로운 여체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기에 완벽한 공연이었다.
고학수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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