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유산24 - 앤 드뮐미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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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딕 건축, 해체주의로 승화하다

2013-12-20 오후 2:59:09


 

파리와 런던, 밀라노 컬렉션으로 막강한 3군 체제를 이루고 있는 유럽의 패션 도시들. 그 4번째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도시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유럽의 공장으로 패션이 발전한 스페인의 바로셀로나, 브래드 앤 버터 전시로 뜨고 있는 독일의 베를린, 억만장자의 도시 러시아의 모스크바, 그리고 세계 3대 패션 학교 중 하나인 앤트워프 왕립 학교가 있는 벨기에의 앤트워프까지 패션 피플들은 패션 도시로 세계 지리를 익힐 판이다.


하지만 현재까지는 앤트워프가 유럽 제 4의 패션 도시가 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세계 제일의 패션 도시 파리에서 지속적으로 높은 수준의 컬렉션을 보여주는 디자이너가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그 시작은 1980년대 등장했던 벨기에의 디자이너 집단 앤트워프 식스와 마르틴 마르지엘라였다.




 
1986년 앤트워프 예술학교 출신의 6명의 동료들, 드리스 반 노튼, 앤 드뮐미스터, 월터 반 베이렌동크, 마리나 이, 딕 반 셰인, 그리고 딕 비켐버그는 런던 컬렉션에 함께 진출한다. 이들은 이전의 디자이너들이 보여주지 못한 디자인으로 매체로부터 ‘앤트워프 식스’라는 별칭을 얻으며 주목을 받았다.


이후 벨기에에서만 활동하는 마리나 이와 더크 반 셰인이 은퇴하고 앤트워프 출신이 아닌 마르틴 마르지엘라가 추가되면서 ‘벨기에 5인방’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이들 중 현재 파리 컬렉션에는 드리스 반 노튼, 앤 드뮐미스터, 마르틴 마르지엘라가 남아있다.


그들의 뒤를 이은 후배 디자이너들이 파리 컬렉션에 진출해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디올을 접수한 라프 시몬스, 디올 옴므를 맡았던 크리스 반 아셰, 로샤스와 니나 리치를 거쳐 띠어리로 옮긴 올리비에 데스켄스, 그 외에도 베로니크 브란퀸호, A.F 반더보스트, 세드릭 샬리에, 안토니 바카렐로 등은 자신의 이름을 걸고 파리 컬렉션에서 활동하고 있는 벨기에 출신 디자이너들이다.





앤트워프 식스가 런던 언론의 주목을 받았던 것은 이전의 유럽 패션계가 보여준 것과는 차별화되는 해체주의적 경향 때문이었다. 1980년대는 풍요의 시대로 풍성한 머리, 정교하게 재단된 재킷, 넓은 어깨의 실루엣, 화려한 액세서리 등 권위를 나타내고 부를 과시하는 디자인이 사랑 받는 시대였다. 이런 ‘과한 디자인’이 대세이던 시대에 너덜너덜한 끝 단에, 봉제도 제대로 되지 않고, 비정형적인 구조와 형태의 의상을 선보이는 이질적인 집단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기에 충분했다.


그들은 종종 그들보다 조금 앞서 등장했던 일본 디자이너들, 레이 가와쿠보, 요지 야마모토 등의 해체주의와 비교되었다. 하지만 일본 디자이너들의 해체주의가 ‘권위적으로 구축 된 서양 패션에 대한 반발과 해체, 그리고 동양성에의 주목’이었다면, 벨기에 디자이너들의 해체는 ‘같은 유럽 중에서도 소외 된 지역에서 시선을 끌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유럽의 3대 패션 도시는 각각 자신들의 가장 강성했던 시기의 문화를 영감의 저변에 깔고 끊임없이 재생산하고 있다. 파리는 절대왕정 시기에 번성했던 바로크, 로코코 문화를, 이탈리아는 유럽 문화의 시작점이 된 그리스?로마 문화와 지금까지도 유럽의 정신을 지배하고 있는 가톨릭 문화를, 그리고 영국은 그들에 비하면 산업혁명으로 뒤늦게 번영하긴 했지만 해가 지지 않는 대영제국을 건설했던 신사정신과 그만큼 세계에 영향을 끼쳤던 반항정신, 펑크 문화를 바탕으로 패션의 꽃을 피우고 있다. 이렇게 위대한 유산을 바탕으로 문화를 만들어 가는 패션 도시들에 충격을 던지기 위해서 그들은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새로운 것이 필요했다.


앤 드뮐미스터는 벨기에라는 작은 나라보다는 유럽이 공통으로 가진 역사에 주목하기로 했다. 그것이 바로 ‘고딕’이었다.


그 동안 중세 암흑기라는 이미지의 고딕 문화는 1980년대의 포스트모더니즘으로 다채로워진 사람들의 취향과 1990년대 세기말 분위기와 맞물리면서 큰 흐름을 만들어 가게 된다.
상업적으로는 드리스 반 노튼이, 실험성으로 눈길을 잡기에는 마르틴 마르지엘라나 월터 반 베이렌동크가 성공했을지 모르나, ‘고딕’이라는 독특한 분위기를 확보한 것은 ‘앤 드뮐미스터’였다.


그녀는 초기부터 특유의 우울하고, 어둡고, 로맨틱한 ‘고딕 스타일’을 완성했으며, 수 십 년간 그 분위기를 유지해왔다.




 
아쉽게도 그녀는 내년 2월에 마지막으로 2014 F/W 컬렉션을 선보이고 은퇴 한다고 밝혔다. 1959년 벨기에 코스트리크에서 태어나 워레잼에서 자란 앤 드뮐미스터는 앤트워프 왕립학교 졸업 후, 1985년 지금의 남편과 자신의 이름을 건 브랜드를 설립했다. 1992년 첫 파리 컬렉션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20여년 간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유지해 왔던 터였다.


그녀 이후 패션에서 ‘고딕’은 알렉산더 맥퀸, 릭 오웬스, 가레스 퓨, 토드 린, 자일스 디컨까지 다양한 디자이너에게서 다양한 방식으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그들 모두에게는 공통된 형식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 디자이너를 고딕시대와 건축물에서 영감을 받고 있는 디자이너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그들의 의상에서 나타나는 의상의 색과 형태는 고딕 건축물을 닮았다. 검은 색과 하얀 색을 주로 사용하는 것은 고딕 건축물의 ‘빛과 그림자’를, 길고 높은 실루엣은 ‘수직 지향성’을 형상화 한 것이다. 중세 시대 대자연에 대한 경외감, 특히 원시림의 ‘숲’은 그들의 장식성으로 드러나며, ‘마녀’나 ‘해골’ 같은 어두운 기운은 ‘중세 마녀 사냥;’의 영향이다. 분명히 구분되어야 할 것은 하위문화로써의 고딕 패션과 런웨이에 나타나는 고딕 패션은 다르다는 점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할 일이다.



고학수 전문기자
marchberr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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