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갤러리에 전시를 보러 가는 것이 교양인의 문화 생활로 자리 잡았다. 전시 주제도 다양해져서 한창 유행했던 인상주의 작가들부터 해외 미술관에 가야 볼 수 있었던 현대 예술계 거장들의 전시, 사진전, 타국의 전통 문화 유산 전, 예술의 경지에 이른 북 디자인, 가구, 대중들에게 오랫동안 사랑 받아온 애니메이션 전시 등 다양한 전시와 그만큼 다양한 갤러리가 도시를 채우고 있다.
갤러리, 즉 전시가 열리는 전시관은 그 특유의 분위기로 관객을 압도한다. 흰색이나 검정, 회색 등 단색의 넓은 벽에 작품을 걸어 집중도를 높이고, 여기에 조명까지 곁들이면 설명을 읽을 것도 없이 관객은 그대로 작품에 빠져든다. 아주 중요한 예술품이니 구석구석 살펴보고 그 안에 담긴 심오한 뜻을 이해하라는 무언의 압박감도 느껴진다.
따라서 전시를 보러 가기 전에는 사전 지식이 중요하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도 했다. 남들 다 가니 나도 가봐야지 하면 수박 겉 핥기 밖에 안 된다. 그 작품이나 작가가 왜 서울까지 와서 전시를 할 정도로 위대한지, 그리고 그것이 나에게는 어떤 의미인지 역사적인 맥락을 알아야 한다.
특히 현대 예술 작품은 그 맥락을 이해하기가 가장 어렵다. 회화는 사진기의 발명 이전까지만 해도 사물의 재현이 1차적 목표였다. 그러나 ‘현대 회화의 아버지’ 세잔느가 사물의 본질적인 구조와 형상에 주목하는 그림을 그리면서, 현대 예술의 방향 설정은 크게 바뀌어 버렸다.
즉 작가가 눈에 보이는 현상을 그리는 것이 아닌, 어떤 생각을 표현하기 위해 작품으로 표현하게 되었다.
비슷한 생각을 가진 작가들의 어떤 경향성을 나타나면서 야수파, 인상주의, 미래주의, 초현실주의, 다다이즘, 표현주의 등 다양한 화풍이 나타났다. 그러나 다양하지만 엄격한 규칙이 존재하던 모더니즘이 지나고, 모든 것이 가능해지는 포스트모더니즘 시기에 들어와서는 현대 예술은 대중과 너무 멀리 떨어져 이해할 수 없는 그들만의 세계를 형성하게 되었다. 물론 작가들은 다 현재의 문제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이야기 한다.
어디서 많이 듣던 이야기 같다. 패션계와 상황이 비슷하다. 예술과 패션은 이미 많이 닮아있으며, 끊임없이 상대방의 영역을 궁금해하고 교류도 해 왔다. 가장 성공적인 패션과 예술의 결합으로 현대의 대중에게 기억되는 루이 뷔통과 무라카미 다카시부터, 많은 사람들에게 최초의 콜래보레이션으로 기억하는 입 생 로랑의 몬드리안 드레스까지.
하지만 이렇게 갤러리의 분위기 자체를 패션쇼 배경으로 끌고 들어온 것은 칼 라거펠트가 처음이다. 샤넬의 2014 S/S 컬렉션은 샤넬을 주제로 한 현대 예술품들을 배경으로 컬렉션을 선보였다. 진짜 재미있는 할아버지다.

고학수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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