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양의 서커스(Cirque de Soleil)의 공연을 처음 접했을 때의 그 전율을 잊지 못한다. 천으로 감싸여 하늘로 날아가는 듯 관능적인 몸, 커다란 원반과 일체가 되어 팽이처럼 빠르게 도는 현란한 움직임, 부딪히지 않고 날아가는 철봉 선수 등, 이 모든 움직임이 직접 연주되는 몽환적인 음악과 함께 어우러져 너무나 아름다운 장면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태양의 서커스는 과거 주축이 되었던 동물 묘기를 배제하고, 인체의 움직임에 예술성을 극대화시킨 화려한 볼거리에 생생한 라이브 음악으로 귀까지 만족시키는 21세기형 종합 예술 공연의 표본이 되었다.
서커스(circus)의 기원은 로마에서 유래되었다. 라틴어로 ‘고리, 원형’이라는 뜻을 가진 Circus와 ‘대형’이라는 의미의 Maximus가 합쳐진 대전차 경기장인 ‘찌르쿠스 막시무스(circus maximus)’는, 영화 ‘벤허’에서 전차 경기를 했던 배경으로 사용된 것으로 현대의 육상 경기장 같이 타원형의 형태였다.
이는 완전한 원 형태인 콜로세움이나, ‘사방팔방’이라는 뜻으로 부채꼴 모양인 원형 야외극장(Amphitheater)과 구별되는데, 공통점은 무대 주위로 계단식의 관람석이 있어 로마 제국에서 시민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한 공연 장소로 만든 곳이었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들 공연장에서는 전차 경기뿐 아니라 연설, 축제, 공연, 맹수 사냥, 격투기 등의 다양한 행사가 펼쳐졌다.
그러나 서로마 제국이 멸망한 후 유럽에서는 맹수들이 출연하는 대규모 공연이 점차 사라지기 시작했다. 서기 523년에는 동고트의 왕 토틸라가 키르쿠스에서의 맹수 사냥을 금지시켰으며, 찌르쿠스 막시무스에서 전차 경기가 금지된 것도 토틸라 왕에 의해서였다. 동물 조련사와 흥행업자들은 로마의 찌르쿠스에서 공연을 할 수 없게 되자 순회 공연으로 명맥을 이어갔다. 이들이 도시나 지방의 장터에서 보여주는 공연을 찌르쿠스, 즉 서커스라고 부르게 되었다.
주위로 계단식 관객석이 있는 원형 극장은 1932년 미국에서 최초로 연극에 시도했으며, 1940년에 이르러서야 원형 무대가 정식으로 연극에 사용되었다. 연극에서는 원형 무대는 장단점이 골고루 포함된다. 연극의 본질인 관객과 배우 사이의 경험 공유를 극대화할 수는 있지만, 아무래도 사방에 있는 관객에게 노출되는 주인공의 뒷모습은 극 몰입에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패션쇼에서 이러한 원형 무대의 단점은 찾아보기 힘들다. 오히려 관객들은 모델의 옆태, 뒤태까지 자연스럽게 감상할 수 있으니 원형 무대를 이용하는 패션쇼는 점차 늘어나고 있다.
겐조의 40주년 기념 컬렉션이었던 2011 S/S 시즌은 특히 서커스 무대를 옮겨 놓은 것 같은 원형 무대로 독특한 분위기의 패션쇼를 선보였다. 세계 각국에 숨겨진 소수 민족의상을 연상시키는 피날레 장면은 특히 기계 장치로 도는 무대와 어우러져 깊은 인상을 남겼다.

고학수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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