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3년도 저물어 간다. 상점들은 벌써 연말 분위기를 풍기며 크리스마스 시즌 한정 상품들을 내놓고 있다. 빨강으로 장식된 크리스마스 제품을 보니 곧 입에서 하얀 입김이 나올 것 같다. 그렇게 날씨가 추워지면 굵직한 연말 행사들이 차례로 열릴 것이다. 한 해 나왔던 좋은 작품들을 기리기 위해 시상식이 열릴 것이고, 레드카펫에 아름답게 꾸민 여배우들로 한동안 인터넷은 시끌시끌해질 터이다.
벌써 대종상 영화제로 한바탕 인터넷은 레드카펫 위의 스타들의 모습을 전하느라 분주하다. 우리는 곧 여배우들의 이름이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는 장면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안타깝게도 누구의 드레스가 더 아름다운가가 아닌, 어느 여배우가 더 신체를 과감하게 드러냈는가에 따라 검색어 순위가 요동치는 것을 매년 보게 된다.
화려하고 자극적인 대상은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당기게 마련이다. 새빨개서 우리의 시세포를 가장 강하게 자극하는데다 형태적으로는 길고 넓은 면적의 레드카펫 위를 최고의 미녀들이 누구 가릴 것 없이 화려하게 치장하고 지나가는데 사람들의 입방정이 조용한 게 더 이상할 정도다.
조금 더 논리적으로 따지고 봐도 붉은 레드카펫 위에 새하얀 피부가 많이 드러날수록 색채 대비는 더해지면서 강한 인상을 남기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색채 지각 세포뿐 아니라, 말초 신경을 건드려 인지도를 얻기 위한 얄팍한 의도와 맞장구 쳐주는 선정적인 문구가 문제다.
레드카펫 소식을 전하는 기자들이 색에 대해 더 공부를 했다면 이렇게 기사를 쓰지 않을까. ‘새빨간 레드카펫 위 새하얀 피부의 강렬한 대비! 여기에 가장 강렬한 보색 대비인 초록색 드레스를 선택한 여배우 OOO의 탁월한 선택!’ 또는 ‘여배우 □□□는 주황색을 드레스를 선택하였는데, 레드카펫의 인접색이면서 약간 높은 명도로 더 눈에 두드러지면서도 차분한 인상을 남겼다’
잭 포즌의 2013 F/W 컬렉션은 이렇게 시상식장 레드카펫을 연상시키는 붉은 카펫을 배경으로 진행 되었다. 사진으로 알 수 있듯 비슷한 명도와 채도의 초록색 드레스는 차분하면서 보색으로 눈길을 잡는다. 배경과 같은 붉은 색 드레스도 강렬하긴 하지만 뒤쪽의 명도 높은 주황색이나 밝은 분홍색 드레스에 더 강하게 시선을 뺏김을 알 수 있다.
모두의 이목이 집중되고 각각의 배우가 비교되는 시상식 레드카펫의 짧은 순간이지만, 가볍게 자극되는 노출 보다는 논리적인 색에 더 신경을 써 드레스를 고른다면 대중들에게도 지적이면서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강하게 남길 수 있을 것이다.
고학수 전문기자
marchberry@naver.com
- Copyrights ⓒ 메이비원(주) 패션인사이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