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문대성 선수 처럼 고수들의 퍼포먼스는 간단하고도 명료하다. 디자인에서도 마찬가지. 산전수전 다 겪은 노련한 디자이너들은 복잡한 문제를 어렵지 않게 처리해버린다. 고수가 아닌 사람들은 여기에 속아서는 안된다. 그들의 단순성에는 수많은 시행착오와 튼튼한 조형적 체력이 뒷받침되어 있기 때문이다.
올림픽 게임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목도한 것처럼, 오랜동안 훈련을 한 선수들의 몸동작은 훈련의 강도나 시간에 반비례한다. 우리에게 마지막 금메달을 안겨준 문대성 선수의 결승전 경기를 본 사람들이라면 전광석화같은 그의 돌려차기 한방에서 수많은 추상적 가치들을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사람들이 그에게 감동받는 것은 그의 노동의 결과로 얻어진 누런색의 메달 때문이 아니다. 그의 힘과 정교함이 하나된 군더더기가 제거된 세련됨, 그리고 무엇보다 이런 동작이 순식간에 만들어질 수 있도록 끊임없이 수련한 인고의 세월들이 총체적 만들어낸 찰나의 움직임이 너무나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그의 발차기는 메달을 위해 상대를 파괴하려는 몸동작이 아니라 자신의 모든 것을 열정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런 점에서 그는 태권도를 한 것이 아니라 고급 퍼포먼스를 했다.
어느 분야가 되었든지 고수의 수준에 이른 사람들의 만들어내는 결과들은 단순하지만 함축적이다. 명말 청초의 불우했지만 유명했던 화가 ‘석도’는 그의 화론 첫장에서 ‘법은 한 획에서 입한다’고 했다. 세상에는 흉내낼 수 없는 개성을 자랑하는 디자이너들이 수 없이 많지만 그들의 개성은 대부분 이런 ‘일 획’의 원리를 벗어나지 않는다. 한마디로 개성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그런데 이런 ‘명확’함이란 명확하기 때문에 쉬워 보이지만 쉽지가 않다. 문대성 선수의 발차기가 순식간에 이루어지지만 그 순식간이 어려운 것이다.
절제적 디자인, 표현적 디자인
독일의 유명한 미술학자 ‘하인리히 뵐프린’은 르네상스와 바로크 건축을 통해 미술의 역사에 보편적으로 흐르는 두 가지의 개념을 설명했다. 말하자면 르네상스 건축은 조화와 통일을 이상으로 삼아 규범적인 건축의 원리를 추구했다. 그 규법의 중심은 건축가의 개성이 아니라 수학이라는 보편성이었다. 반면에 바로크 건축은 엄격한 법칙을 벗어나 변형되고 과장된 형태를 추구했다. 개성에 보다 무게를 두었던 것이다.
이런 경향은 디자인에서도 보편적으로 나타난다. 디자이너라고 해서 모두가 개성의 표현에만 목적을 두지는 않는다. 어떤 디자이너들은 옷에 부과된 규범을 지키는 데에 열중한다. 그런 사람들에게는 규범을 확립하면서 표현을 성공적으로 조화시키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된다. 조르지오 아르마니 같은 디자이너가 여기에 속한다. 반면에 주체할 수 없는 표현에의 욕구를 실현하려는 디자이너들이 있다. 이들에게 디자인은 목적이 아니라 표현을 위한 수단이 된다. 대개 전자의 경우는 다음에 배우겠지만 주로 세밀한 비례에 집중하게 되고, 후자의 경우는 역동적인 구조에 집중하게 된다.
그러나 어떤 경우가 되었든지 노련한 디자이너들은 어느 것 하나도 놓치지 않는다. 특히 표현력이 강한 디자이너들에 대해서는 초급 디자이너들이 절대 속아서는 안된다. 이런 디자이너들의 디자인에는 디자이너의 개성으로만 200% 충만한 것처럼 보인다. 세밀한 비례감이나 논리적 사고, 숙련된 기술의 흔적은 잘 드러나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디자이너들일수록 대단히 논리정연하고 장인정신으로 충만하기 쉽다. 겉으로는 열정으로 뜨겁지만 속으로는 생각으로 차갑다.
<그림 1>의 포스터 디자인은 대단히 파격적이다. 중심에 들어가 있는 글들은 예뻐보이기는 커녕 형태가 온전한 것같지도 않다. 배치도 혼란스러운 듯하다. 주변의 사진이나 조그마한 조형요소들도 그렇게 깔끔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좀더 눈을 크게 뜨고 보면 화면은 중심을 벗어나긴 했어도 가로와 세로가 교차하는 십자 구조를 가지고 있어서 튼튼하다. 이 십자 구조에 제목인 듯한 글자가 들어가 있다. 흰색 바탕에 검은색 바당이 뚜렷하게 대비를 이룬 가운데에 검은 색 바탕에 흰색 글자가 들어가 있기 때문에 눈에 잘뜨인다. 흰색 바탕의 정갈함에 검은 색 부분이 혼란스럽기 때문에 오히려 대비가 되어서 더 시선을 끌어들이는 경향이 있다.
주변의 사진도 자세히 보면 다른 조형요소들과 구조적으로 단단하게 짜여져 있음을 알 수가 있다. 오른 쪽 하단의 사진은 비교적 넓은 흰색면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눈에 선명히 들어온다.
<그림 2>는 전화기 디자인이다. 사람들은 이런 모양의 디자인을 대개 해체적이라고 설명한다. 일반적으로 익숙한 모양이 아니고 삐죽삐죽 튀어나온 형태가 낯설고 받아들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형적으로
최경원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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