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와 고양이, 그 외에도 다양한 반려동물들을 키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동물들이 주는 따듯한 감성과 위안 때문이다. 그렇지만 패션계에서는 유독 사랑받는 동물이 있다. 바로 말이다.
말은 오랜 세월 인간의 삶에 가까운 동물이었다. 단독으로 기승하면 빠른 속도로 먼 거리를 이동하기 좋았고, 마차를 끌게 하여 여러 사람을 이동시키기도 했다. 칭기스칸이 대제국을 건설하는데 일등 공신은 단연 말이었을 정도로, 전쟁에서 특히 그 활약은 뛰어났다.
이렇듯 말은 자동차가 보편화 되기 전까지 인간에게 유용한 교통 수단이었다. 운송의 기능을 기계에 넘겨 준 이후 말은 경마, 폴로, 마장 마술 등 다양한 스포츠 분야에서 여전히 활약하고 있다.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의 로고에도 다양한 말의 모습이 들어가 있다. 랄프로렌, 버버리, 롱샹에는 말을 탄 사람의 모습이, 에르메스와 코치에는 말고 마차가 그려져 있다. 에트로는 페가수스라는 신화에 등장하는 날개 달린 말이 로고이다. 리바이스는 말 두 마리가 청바지를 양쪽에서 끌어 당기는 모습이다.
꼭 말이 아니어도, 말과 관련 된 다양한 승마 용품에서 영감을 받아 패션 상품으로 바뀌기도 한다. 페라가모의 로고는 간치니(말발굽) 모양을 따 디자인 되었으며, 구찌는 말 재갈(horse bit)을 활용한 디자인을 선보이고 있다.
셀린느의 초기 로고에도 마차를 모는 마부가 그려져 있었는데, 말 재갈을 여성용 로퍼 장식으로 사용하면서 큰 인기를 끌게 되었다.

그런데 왜 말은 이렇게 패션계와 깊은 관련을 맺고 있는 것일까? 우선 말은 역사적으로 불과 100여년 전까지만 해도 일상 생활에서 흔히 볼 수 있었다. 마구나 마차 같은 관련 제품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아무나 소유하거나 탈 수는 없었다. 부가 뒷받침 되어야 말과 그 말을 관리할 수 있는 사람을 고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그 지점이 아무나 가질 수 없는 명품 브랜드의 가치를 함축하는 이미지 아닐까.
최고급 브랜드 중 하나인 에르메스는 말 안장 같은 마구 용품을 만드는 상점에서 시작되었다. 가죽으로 만들어지는 말 안장이나 고삐, 채찍, 부츠 등은 말의 과격하고 지속적인 움직임에도 견딜 수 있도록 튼튼하게 제작되어야 했다. 기수들이 마구를 넣는 가방을 제작하기 시작하면서 패션 사업으로 확장해 나갔다.
2011 S/S 시즌에 에르메스의크리에이티브디렉터였던 장 폴 고띠에의 마지막 무대가 열렸다. 8명의 기수가 말을 타고 마장을 도는 모습을 배경으로 컬렉션이 진행되었다. 에르메스라는 거대 브랜드와 장 폴 고띠에라는 세계적인 디자이너의 잊지 못할 합작품이었다.
고학수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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