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몇 년 간 우리나라에서 서양미술의 역사에 대한 관심은 해외 여행과 더불어 폭발적이었다. 유럽을 가본 사람들은 자의든, 타의든 교회와 미술관을 돌며 수많은 작품들을 보면서 그네들의 조상들의 솜씨에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교회의 천장벽화에서는 천사들이 구름 너머 저 높은 하늘 나라로 우리를 인도했고, 미술관의 초상화들은 액자 너머 저 깊은 공간에서 숨쉬고 있는 듯했다.
이렇게 사람을 홀리는 서양미술의 비밀은 사실 원근법을 이용한 착시이다. 사진과 현대의 개념 미술이 나오는 20세기 전까지 서양의 화가들은 평면에 입체감과 공간감을 부여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원근법은 망막에서 받아들인 상이 두뇌에서 착각을 일으켜 공간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착시 효과이자 그들의 미술사상 최고의 과학적인 발명품이었다.
원근법은 단순한 그림 기법이 아닌 기하학적 이론에 바탕을 둔 수학이었다. 기울어진 선의 장치가 화면 뒤의 어떤 공간적 깊이를 표시하는 것으로 읽히도록 하는 방식이며, 핵심은 거리에 따라 물체의 길이를 줄여 표현하는 것이다.
미술시간에 소묘를 조금이라도 배워봤다면, 석고 정육면체를 그리기 위해 우리는 내 눈에서 석고까지 각기 다른 길이와 각도의 모서리 9개를 그려야 한다는 것을 안다. 달리 말하면 각기 다른 소실점 3개를 위해 선의 각도들이 미묘하게 달라지는 것이다. 여기에 빛에 따른 명암까지 넣는 다소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조금이라도 더 실제 같은 입체감을 느낀다.

하지만 이렇게 전문적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간단하게 육면체를 끄적이곤 한다. 사각형을 하나 그리고 세 개의 꼭지점에서 평행하면서 같은 길이의 세 개의 사선을 그리고, 그 점들을 연결하면 바로 육면체가 완성된다. 간단하게 평면의 종이에 입체 도형이 나타난다. 이 때 중요한 것은 사선이다. 사선은 육면체의 입체감을 표현하는데 중요한 키이다.
한편으로는 이 도식적인 육면체는 가구나 공간의 길이를 측정하고 표현해야 할 때 유용하다. 입체감을 표방하지만 원근법에 어긋나며 실제로는 입체적이지 않기 때문에 이 도식적 육면체는 그래픽적으로 보인다. 머리 속에만 존재하는 이념적인 이데아(idea)의 육면체랄까.
패션 디자이너들도 평면에 공간감과 입체감의 신비를 표현하고 싶었나 보다. 2013 S/S 시즌에 나타났던 펜디의 의상의 주머니와 가방, 2013 F/W 나르시소 로드리게즈의 클러치에 이데아적 육면체가 나타났다. 여기에는 사선과 색의 역할이 컸다. 그들은 선 원근법과 색 원근법을 모두 사용한 것이다.
고학수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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