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유산 Great Heritage17 - 제레미 스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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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되고 싶지 않은 모두를 위한 팝(Pop) 아트

2013-10-25 오후 3:45:25




아이폰의 등장은 단순히 스마트폰이라는 기계의 등장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전세계인이 진정으로 공유할 수 있는 문화와 아이콘을 만들어 냈다. 아이폰을 통한 채팅 프로그램과 이모티콘은 만국 공통이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팝 가수 케이티 페리는 아예 ‘Roar’라는 뮤직 비디오에 이모티콘을 사용하여 채팅하는 모습으로 가사를 표현했다. 명백히 대중적 시각 이미지와 음악이 만난 팝 아트적 시도였다. (사진 1. 케이티 페리 뮤직비디오 장면)


이렇게 현대 사회의 시각 이미지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예술 작품을 ‘팝 아트(Pop art)’라고 한다. 팝 아트의 Pop은 Popular(인기 있는, 대중적인, 많은 사람들이 공유하는)의 약자이다. 1960년대 뉴욕을 중심으로 활동하던 반체제적 젊은 아티스트들에 의해 이전까지 예술의 범주에 끼지 못했던 만화, 상업 디자인, 영화 스틸, TV 등 대중사회의 매스 미디어의 이미지를 주제로 삼는 운동에서 비롯되었다.



이렇게 일상적이고 흔한 소재들을 예술 속으로 끌어들임으로써 순수예술과 대중예술이라는 이분법적, 위계적 구조를 깨트리고, 산업사회의 현실을 미술 속에 적극적으로 수용하고자 하였다.
팝 아트는 현대 사회에 등장한 미술 경향인 만큼 그 특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현대 사회의 특징을 먼저 알아야 한다. 팝 아트를 이해하기 위한 키워드는 제2차 대전 후 등장한 ‘대중사회’와 풍요로운 60년대 ‘소비사회’이다. 전세계가 양분되었던 전쟁으로 계급 사회가 무너짐으로써 미국에서는 부자와 가난한 자와 상관없이 동일한 것을 소비하기 시작하는 전통이 시작되었다.


공장에서 찍어내는 대량 생산 제품들로 수퍼 마켓에 가면 수백 종의 캔이 언제나 진열대를 가득 채우고 있는 풍요로운 사회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 팝 아트 초기에 코카콜라나 캠벨 수프 캔이 등장했던 이유다. (사진 2. 코카콜라)

팝 아트는 등장 이후로 지금까지 50여년에 걸쳐 다양한 변화를 겪게 되는데, 그것은 시대에 따라 새로 등장하는 다양한 이미지들 때문이었다.
초기 팝아트가 처음 경험해 보는 풍요로운 사회에 대한 감동이었다면, 70년대에는 히피의 평화 운동으로 인해 원 안의 비둘기 발자국과 무지개 빛이 평화의 상징으로 전세계에게 퍼졌다. (사진 3. Peace symbol)






80년대에는 거리의 그래피티를 활용하기도 했으며, 90년대의 PC와 2000년대에 등장한 스마트폰으로 인해 그와 관련된 각종 그래픽 이미지가 활용되기 시작했다.
컴퓨터와 스마트폰은 대중의 삶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제품이 되었으며, 그에 따라 컴퓨터와 화면 안의 다양한 이미지들은 많은 사람들에게 공유 되었다. (사진 4)


이렇게 「제레미 스캇」의 컬렉션에서 등장하는 의상들은 팝 아트적 요소가 다분히 들어있다. 특히 2000년 이후 등장한 패션 디자이너로 그는 ‘네오 팝 아트(Neo Pop Art)’적 디자이너로 분류되는데, 아이콘과 픽토그램의 상징으로 기호화하거나 의미부여, 캐릭터를 왜곡, 변형하여 확대, 극대화하여 작가의 출신지를 상징하는 현상을 볼 수 있다.


이렇듯 미국인인 그에게는 ‘팝 아트’가 자연스러운 전통 유산인 것이다. 마치 프랑스의 ‘로코코 복식’이나 ‘신 고전주의 회화’처럼 말이다. 게다가 대중적이고 현대적이기까지 하니 활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다만 과거에 ‘팝 아트’로 한 번 알려진 것을 그대로 의상으로 옮기는 것은 신선도가 떨어지니 선배들의 작품을 다시 한 번 비틀기도 한다.
(사진 2)를 다시 살펴보자. 그것은 코카콜라가 아니다. 코카콜라를 비슷하게 패러디한 것이다. 빨간색에 물결치는 듯한 하얀 선 하나로 관객의 뒤통수를 때렸다.
(사진 5)도 비슷한 경우다. 수퍼맨 의상을 그대로 패션에 적용한 듯 하지만 잘 살펴보면 가슴의 무늬가 ‘S’가 아닌 ‘?’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진 5)



 
심슨 가족의 말썽꾸러기 아들 ‘바트(Bart)’의 경우는 캐릭터를 무늬로 활용했다. 반복성을 활용하여 패턴화 하여 디자인의 이미지를 확대하거나(사진 6), 왜곡하여 괴기함을 보여 주는 점 또한 네오 팝 아트의 특징이다. (사진 7) 그의 컬렉션에서는 유머 코드도 빠지지 않는데, 실제 심슨 가족의 시리즈 중 하나였던 ‘바트 맨(Bart Man)’과 그것이 패러디 했던 배트맨(Batman)을 같이 등장시키기도 한다. (사진 8)



 
이 네오 팝 아트의 등장은 신표현주의 계열의 무절제한 감정의 표출, 80년대 그래피티 아트의 지나친 대중적 속물주의 등에 식상하여 나타난 흐름이다. 하지만 현재 세대의 심리적인 요인도 작용한다. 키덜트 문화, 피터팬 신드롬처럼 현대 생활의 긴장과 복잡함을 견디기 어려워하는 성인에게서 나타나는 키치적인 속성인 것이다.


키덜트에 열광하는 어른들은 각박한 현실로부터 벗어나 정서적 안정과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진지하고 무거운 것보다는 유아적이고 재미있는 것을 추구한다. (사진 9)



 
그러면서도 내적 감정의 자유로운 분출보다는 분석적, 냉소적, 회의적인 성격을 갖는 것이 전반적 특색이다. 따라서 제레미 스캇의 컬렉션은 TV 매체에서 보여지는 이미지들을 사용했기에 가벼워 보이지만 그 뜻까지 가벼운 것이 아님이 알 수 있다. 그는 60-90년대 미국의 최고 전성기를 그리워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랄프 로렌은 미국이 스스로 쌓아온 전통 문화라기 보다 유럽을 동경하는 미국인의 심리를 이용해 미국 중산층의 라이프 스타일을 만들어 냈다.
그에 비해 제레미 스캇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위 문화라고 치부하는 동시대의 시각적 이미지들을 패션으로 가져와 새로운 미국의 전통 유산을 발굴하고 현대화하고 있다.



 



고학수 전문기자
marchberr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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