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동안 요란하고 화려한 구두 굽에 대한 디자이너들의 신경전이 있었다. 누가 더 독특한지 겨루는 토너먼트에라도 나간 듯 온갖 기하학 형태의 굽부터 동그란 굽까지, 다양한 형상을 한 울퉁불퉁한 굽, 굽이 바닥에 누워 중간이 떠 있는 하이힐까지 21세기 초는 패션사에 남을 만한 특이한 구두의 각축장이었다.
이러한 현상은 사실 디자이너 그들만의 실험 열풍이었다. 일반의 여성들이 필요로 하는 것은 그런 독특함이 아니다. 다리는 가늘고 길어 보이면서도 편한 신발, 그것이 본질이다. 샤넬의 투톤슈즈가 50여년의 세월이 지났음에도 그 힘을 잃지 않는 이유다.
과거의 여성들은 계층에 따라 한 가지만 충족하면 되었다. 일할 필요가 없는 귀족들은 무조건 아름답기만 한 옷을, 노동자층은 일하는데 거추장스럽지 않은 편한 옷이 필요했다. 그러나 도시의, 일하는, 현대 여성이 탄생하면서 패션은 이 두 가지, 욕망과 필요를 결합시키는 방향으로 발전해 왔다.
이 결합하기 어려운 요구들이 패션 발전의 원동력이 되기도 했으며, 이 어려운 과제를 해결함으로써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그에 따른 보상도 따랐다.
그렇다면 어떻게 아름다우면서도 실용적으로 만들 수 있을까? 요즘처럼 날씬해 보이는 것을 욕망하는 시대에는 ‘착시’가 그 요구에 부응했다. 바로 허리 라인과 팔뚝 부분을 면을 나누고 어둡게 하여 실제보다 더 날씬해 보이는 착시를 일으킨 것이다. 코르셋을 이용해 허리를 졸라매는 불편함을 감수할 필요없이 내 몸에 편한 옷을 입으면서도 단순히 색만으로 더 날씬해 보이는 효과를 거둔 것이다.
이 착시방법이 최근에는 구두에서까지 그 영역을 넓히고 있다. (사진 1)을 살펴보자. 이 구두는 카테고리를 나눈다면, 청키(두툼한) 굽일까, 스틸레토 힐일까? 마르틴 마르지엘라의 2013 F/W 에서 선보인 이 굽은 스틸레토 힐의 얄쌍한 모양에 투명 굽을 겉에 감싸는 방법을 이용했다. 시각적으로는 스틸레토인데, 착용감은 청키힐인 것이다. 마르지엘라의 실험은 이전 2013 S/S 시즌에서도 있었다.

(사진 2)에서처럼 옆에서 보면 스틸레토 힐이지만, 뒤에서보면 굽이 넓어 그만큼 힘이 분산되는 것이다.
마르지엘라에 비하면 2013 F/W 발렌티노가 선보인 구두는 샤넬의 투톤슈즈의 직계 후손처럼 보인다. T스트랩 힐에 피부에 가까운 색의 벨벳을 덧대 더 넓은 면적이 발을 감싸도록 한 것이다.
이러한 시도들은 사람들에게 익숙한 기존의 구두 모양은 유지한 채, 착화감을 높이기 위해 디자이너들이 고안한 방법들이다. 디자이너는 참신한 아이디어를 내고 다양한 형태에 대한 실험도 해야 하지만, 수면 아래 가라 앉아 있는 현대 여성의 가려운 곳을 긁어 주는 역할도 해야 한다.
이 구두들은 일하는 현대 여성들이 급박한 상황일 때 뛰는데 큰 도움이 될 듯하다.
고학수 전문기자
marchberr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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