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유산 Great Heritage 15 - 제레미 스캇
가+
가-
미국의 불쾌한 B급 문화 패션

2013-10-10 오후 6:39:25


 

 어릴 적 껌 종이에 작게 인쇄된 짧은 만화 보는 재미로 껌을 씹던 시절이 있었다. 스마트폰 없던 그 때, 딱히 재미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괜히 사모으고 싶어지는 마력이 있었다. 이렇게 껌 패키지에 만화를 넣어 팔던 것은 사실 미국의 Topps라는 회사의 바주카 조에서 시작되었다.


뉴욕에서 시작된 탑스 풍선껌 회사는 껌 포장지에 ‘바주카 조(Bazooka Joe)’라는 만화를 넣어 팔기 시작했다. 원작자가 사망하자 ‘아트 슈피겔’을 영입하여 만화를 이어 그리게 했고, 그는 20여년 간 이 회사의 크리에이티브 컨설턴트로 활동하며 가비지 페일 키즈(Garbage pail kids)라는 캐릭터를 개발하여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직역하면 ‘쓰레기 한 통의 아이들’이랄까.


컬트계의 고전이 된 ‘가비지 페일 키즈’는 ‘양배추 인형(Cabbage patch kids)’과 유사한 스타일이지만, 저속하고 불온한 디테일이 특징이었다. 이 캐릭터들은 하나하나 살펴볼수록 불쾌감을 고조시킨다. 임신부, 노약자 확대 금지! 1980년대 중반 미국에서 대 유행한 트레이드 카드로 ‘피카츄 빵’을 사서 모으는 스티커 같은 개념이다.
90년대에는 영화로도 제작되었으나 당연히 B급 영화로 흥행에 참패했으나, 컬트 문화계에서는 여전히 거래되고 있다.


아트 슈피겔은 이후 탑스와의 소유권 분쟁으로 회사를 나와 홀로코스트를 소재로 ‘쥐:어느 생존자의 이야기’라는 만화를 발표해 퓰리처 상을 받았다. 그는 만화계의 전설이 되었다.





10대에는 20세가 되면 어른이 되고, 20대에는 30세가 되면 어른이 되는 줄 알았다. 과연 그런가? 30살이 넘은 당신은 자신이 어른이라고 생각되는가? 어른의 사전적 의미는 다 자란 사람, 또는 다 자라서 자기 일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이다. 과연 ‘다 자랐다’라는 것을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나이나 지위, 가문에서 항렬이 높은 윗사람, 한 집안이나 마을 따위의 집단에서 나이가 많고 경륜이 많아 존경을 받는 사람도 어른이라고 한다. 사전적 정의로 따지면 두 사람 이상이 있을 때 상대적인 대상으로서만 어른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지 절대적 기준으로서의 어른은 없는 셈이다.


헤겔에 의하면 어른의 특징은 현실주의, 즉 ‘세계의 객관적 필연성과 이성성의 인정’이며, ‘완성된’이라는 것이 어른을 표현하는 핵심어이다. 어떠한 사태에 ‘대항 해서’가 아닌, 사태 ‘쪽을 향해, 그것을 위해’ 활동하며 관심을 지닌다고 한다. 점차 가닥이 잡혀 간다. 지난 한 달 동안 쭉 살펴본 비비안 웨스트우드는 그렇게 따지면 영원히 어른일 수 없다. 그녀는 항상 어떤 사태에 ‘대항하기’ 때문이다.


어른들은 절대적으로 어른일 수 없다는 점을 인정하면 편해질 것이다. 어른도 연로한 부모님 앞에서는 ‘아이’일 것이고, 자식 앞에서는 ‘어른’인 체 할 것이다. 아이 앞에서는 예의 바르게, 공손하게 행동하라고 잔소리 할 것이며,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기를 강요하고, 불량 식품이나 만화 영화, 비디오 게임, 야동을 금지시킬 것이다.


어른들의 말씀에 억지로 하던 일들이, 자신의 행동에 스스로 책임질 나이가 되면 그 때야 어른이 되는 것이다.





터부시 되거나 거칠 것이 없는 아이들은 똥, 배설 등 어른들이 공식적인 자리에서 차마 입에 올리기 부끄러워하는 것에 열광한다. 아이들이 가비지 페일 키즈에 열광했던 것은 어른들이 질색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아이들의 희열 아니었을까.


2NE1과의 인연으로 우리나라 대중에게 더 잘 알려진 제레미 스캇은 미국 문화를 잘 활용하는 디자이너다. 시각을 달리하면 팝 문화도 미국의 전통 문화라고 할 수 있다. 유럽과 아프리카, 아메리카 원주민 문화의 융합, 짧고 혼란했던 미국 역사에서 그들이 전통이라고 내세울 수 있는 것은 역사의 깊이 보다는 어느 문화권의 전통보다도 넓게 퍼져있는 미국의 현대 대중 문화이다.
 
최근 한류 아이돌과 한국 영화의 영향력이 세계적으로 커지고 있다지만, 미국의 음악과 영화, 만화 등은 100여년에 걸쳐 수많은 전설적인 인물의 탄생과 다양한 분야로 확대되어 왔다. 오히려 권위적이고 구세대만 즐기는 문화로 치부되어 단절되기 쉬운 오래된 전통 문화보다, 좀 더 가까운 역사 속 사건과 인물들의 이야기로 현대인들에게 기억되기 쉬운 문화를 살리는 것도 전통 문화 활용의 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제레미 스캇」의 2013 F/W 컬렉션은 더 없이 불쾌한 이미지들로 관객을 충격에 빠트렸다. B급 만화처럼 끔찍하고 구역질나는 괴물의 이미지로 뒤덮인 구토 유발 의상이었다. 하지만 어른이 아닌 아이들이라면 누구보다 튈 수 있는 이 의상에 분명 관심을 보였을 것이다.


어른들에게도 어쩌면 봉인되어 있던 어른들을 기겁하게 했던 어린 시절의 기억에 미소를 지었을 지도 모른다. 이 구토 유발의 캐릭터는 기분은 나쁘지만 어쩐지 자꾸 찾아보게 이끄는 그 매력으로 시대를 뛰어 넘는 매니아 층을 만들어 냈다. (사진 1)


그와 더불어 제레미 스캇은 해골무늬를 지속적으로 선보이고 있는데, 이번 컬렉션에서는 만화 캐릭터 같은 귀여운 해골을 옷에 사용했으며, 미국 만화에 등장할 법한 붕대 감은 미이라 괴물, 털복숭이 몬스터를 연상시키는 의상 등은 전 세계 젊은이들이 공유할 수 있는 귀신 문화인 할로윈 파티에 어울릴 법한 의상들이었다. (사진 2)




만화 심슨에 등장하는 유명한 구절(사진 3)이나, 만화 영화를 많이 보면 빙빙 돌 것 같은 현기증이 일어나는 착시 효과의 패턴(사진 4), 절대 어른이 되지 않는 펑크 락의 요소(사진 5) 등 제레미 스캇은 일관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사실 미국인들끼리만 공유되는 문화 때문에 이번 컬렉션은 유독 파악하기 어려웠다. 이번 컬렉션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의 이전 작업들의 맥락을 살펴봐야 한다. 그렇게 해야 그가 그냥 아이돌 가수들을 겨냥해 충격적인 이미지를 선보인 것인지(사진 6), 자신만의 세계관을 보는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깊은 의도를 가지고 있는지 판단하는데 도움이 된다.



고학수 전문기자
marchberry@naver.com

- Copyrights ⓒ 메이비원(주) 패션인사이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메이비원(주) | 대표:황상윤 | 개인정보보호책임자:신경식
사업자등록번호:206-81-18067  | 통신판매업신고:제2016-서울강서-0922호
TEL 02)3446-7188  |  Email : info@fi.co.kr
주소 : 서울특별시 강서구 마곡중앙8로 1길 6 (마곡동 790-8) 메이비원빌딩
Copyright 2001 FashionInsight co,.Lt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