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쇼 코드 - 가면
가+
가-
마음을 움직이는 Fashion & SHOW!

2013-11-05 오전 11:28:36



목욕탕에 불이 났는데 바가지는 하나밖에 없을 때 어디를 가려야 하는가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정답은 얼굴이다. 긴급한 상황에서 얼굴을 노출하느니 신체가 노출되는 편을 선택하겠다는 것이다.
그만큼 인간에게 얼굴이 차지하는 의미가 크다. 얼굴은 그 사람의 정체성이자 그 사람 자신이다. 따라서 가면으로 얼굴을 가린다는 행위는 한 존재에게 큰 의미를 갖는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다양한 상황에서 적절한 성격으로 변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집안에서의 모습과 직장에서의 모습, 연인과 함께 있을 때의 모습이 확연히 달라진다. 친구 사이에서도 어울리는 무리에 따라 이야기하는 주제, 말하는 방식이 달라지기도 한다. 이는 내가 의도하기도 하지만, 상황에 따라서 나는 똑같이 행동하는데도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지는 성격이 다르게 평가되기도 한다.
이렇게 각 상황에 따라 한 사람이 변하는 모습을 우리는 ‘가면을 쓴다’고 표현한다. 이는 내가 아닌 ‘타자’가 됨을 말한다.


고대 그리스의 연극 무대에서 배역들이 썼던 ‘가면’으로부터 기원한 ‘페르소나(persona)’는 문학, 영화 비평, 심리학, 철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조금씩 다른 의미로 정의되고 있다. 영화계에서는 배우가 연기 생활을 하면서 맡는 여러 배역의 인격과 대중에게 알려진 사생활의 요소를 가지고 개발한 자아상을 말한다. 문학에서는 작가를 대변하는 극, 소설, 시의 등장 인물을 가리키며, 철학용어로는 이성적인 본성을 가진 개별적 존재자를 의미한다.




누구도 날 알아보지 못하게 얼굴을 가리면 평소보다 과감한 행동을 하기도 쉬워진다. 그래서 과거 유럽의 가장무도회는 탈선행위를 위한 공식적인 장소가 되기도 했으며, 우리나라의 장터에서는 가면을 쓰고 세상의 부조리를 비판하는 풍자극인 탈춤이 성행하기도 했다. 가면은 상류 사회나 밑바닥 계층이나 억압적인 사회 구조에서 숨통을 틔우는 역할을 했다.


현대의 패션쇼에서도 종종 가면이 등장한다. 대개는 거대하고 기괴한 형태로 그 자체가 충격적인 이미지를 주며, 의상과 어우러져 모델을 사람이 아닌 하나의 오브제로 보이도록 한다. 「자일스 디컨」은 2012년 두 시즌에 걸쳐 거대한 가면을 모델에게 씌웠다.


형태가 커지다 보니 가볍고 질감이 독특한 깃털을 많이 사용하였다. 2013 F/W에서 그보다 작은 가면을 선보인 「언더커버」에서는 토끼, 고양이, 쥐 등 다양한 동물의 실루엣을 닮은 가면에 꽃, 리본, 깃털 등 연약하고 예쁜 오브제들을 얹었다.


마르틴 마르지엘라의 오트 쿠튀르 컬렉션에서는 때때로 모델들이 눈, 코, 입이 없는 것처럼 보이도록 천으로 얼굴을 감싸기도 한다. 이러한 컬렉션들은 가면을 통해 인간을 인간이 아닌 제3의 존재로 만드는데, 이는 단순히 본래의 모습을 가린다는 것을 넘어서 또 다른 차원의 세계로 들어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고학수 전문기자
marchberry@naver.com

- Copyrights ⓒ 메이비원(주) 패션인사이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메이비원(주) | 대표:황상윤 | 개인정보보호책임자:신경식
사업자등록번호:206-81-18067  | 통신판매업신고:제2016-서울강서-0922호
TEL 02)3446-7188  |  Email : info@fi.co.kr
주소 : 서울특별시 강서구 마곡중앙8로 1길 6 (마곡동 790-8) 메이비원빌딩
Copyright 2001 FashionInsight co,.Lt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