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쇼 코드 - 태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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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움직이는 Fashion & SHOW!

2013-09-06 오후 3:25:02



여름철 한낮에 작렬하는 태양의 기운이 강렬하다 못해 밉다 한들 해질녘 빨갛게 물든 노을을 보고 마음이 촉촉해 지지 않는 이가 있을까. 새벽녘 어둠을 몰아내고 솟아오르는 태양에 감격스럽지 않을 수 있을까. 이렇게 태양은 시간에 따라 각기 다른 감성을 불러일으킨다. 


언제나, 영원히 뜨고 지며 강렬한 에너지를 뿜는 태양의 특징 때문에 태고로부터 태양은 전지전능, 불별불사의 성격을 가진 신으로써 숭배의 대상이 되었다. 특히 현대인들에게도 널리 알려져 있는 고대 이집트의 태양신 ‘라’는 신과 인간 세계의 창조자로 주신의 위치를 차지했다.


세계 각지에서 태양신화는 종종 창세 및 농경 신화와 관련되어 있었다. 또 인간이 최초의 불을 태양에서 얻었다는 신화도 세계 각지에 있다.
불과 태양의 ‘타오른다’는 공통적인 속성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의미다. 태양과 하늘에 대한 높은 관심은 메소포타미아와 수메르, 바빌로니아 등 오리엔트 및 지중해 지역의 점성술과 연금술에 있어 큰 역할을 하기도 했다.
이후 그리스에서 인격신이 등장하고, 기독교의 유일신이 널리 전파되기 전까지는 태양신 존재는 막강했다.


이렇게 신화적으로, 심리적으로 인류에게 큰 존재감을 드러내는 ‘태양’을 패션쇼 무대로 옮겨 온 디자이너가 있다. 바로 마크 제이콥스다. 루이 뷔통과 마크 제이콥스를 종횡무진하며 몇년 전부터는 거대한 패션쇼 무대를 누벼온 이 디자이너는 회전 목마, 기차 역으로 들어오는 기차, 에스컬레이터도 모자라 이제는 태양을 무대로 옮겨다 놓았다.


이전까지의 패션쇼가 1차적으로는 눈앞에 펼쳐진 환상적인 장면에 감탄하고, 2차적으로 동력을 이용해 거대한 기계와 설치물을 움직이는데서 오는 자본력에 대한 감탄이었다면, 2013 F/W 「마크 제이콥스」 컬렉션은 미학에서 흔히 말하는 숭고미와 경외심으로 표출되었다.




이글이글 불타는 거대한 태양이 떠오르면서 시작된 컬렉션은 빨간 조명아래 모든 옷을 붉은 색으로 물들였다. 음악과 어우러진 그 광경은 마치 태양계 어딘가에서 펼쳐지는 캣워크 같았다.
이후 붉은 조명이 꺼지고 다시한번 모델들이 나오면서 실제 옷의 색을 볼 수 있었는데, 다양한 명도의 회색 톤의 광택 의상들과 중채도의 의상들이었다.


자본주의가 확장되던 50~60년대 미국 예술계는 무(無)를 통해 반자본적인 것, 영적이며 형이상학적 가치가 범람하던 시기였다. 마크 로드코의 작품들은 거대한 면을 뒤덮은 색의 위력만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눈물을 흘리게 했다.


현대 미술에 조예가 깊은 마크 제이콥스도 거대한 존재인 태양을 통해 자본을 넘어선 가치를 표현하려 한 것이었을까? 



고학수 전문기자
marchberr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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