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테가 베네타」는 1966년 이탈리아 북동부 베네토 주 비첸차에서 시작되었다. 「보테가 베네타」의 상징인 인트레치아토(intrecciato) 기법은 이탈리아어로 ‘짜다’ ‘엮다’(woven)’라는 뜻이다.
원래는 부드럽고 연한 가죽의 내구성을 강화하기 위해 고안됐다. 여러 가닥을 땋아 만든 밧줄이 튼튼해지는 것처럼 인트레치아토 기법으로 만든 「보테가 베네타」의 가방도 두 배 이상 견고하다.
이러한 방식으로 만들어진 가방은 브랜드 로고나 이름 없이도 그 브랜드를 상징한다. 이 가방은 1970년대 “당신의 이니셜만으로 충분할 때”라는 문구로 광고를 시작하였다. 1980년대 초반에 이르자 글로벌 신상류층인 제트족이 선호하는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사실 니트의 짜임이 아닌 이상 실이 면적을 갖기 위해서는 씨실과 날실이 엮이는 우븐이여야한다. 이 방식을 기계가 아닌 손으로, 숙련된 장인이 전통방식인 손만으로 가죽 끈을 하나 하나 엮어 완성한다는 것이 「보테가 베네타」의 가치이며, 명성인 것이다.
이 소재를 바꾸어도 보테가 베네타의 가치를 가질까?
2013 F/W 「가레스 퓨」 컬렉션에 등장한 드레스는 이러한 질문을 던졌다.
‘인트레치아토 기법’ 그대로 만들어진 이 드레스가 「보테가 베네타」와 다른 점이 있다면 소재가 최고급 가죽에서 쓰레기 봉투 비닐로 바뀌었다는 점 정도랄까.
이 드레스 역시 비닐 봉지만 전문적으로 엮는 장인은 아닐지라도 분명 사람 손으로 일일히 완성해 낸 것은 확실하다. 검은 비닐봉지의 광택감이 다른 어떤 소재와도 달랐을 뿐 아니라, 검정색의 거대한 면적과 가장자리의 풀림 처리로 인한 위압감과 비장함이 넘치는 드레스였다.
보드리야르는 1968년 ‘소비의 의미는 기호들의 체계적인 변형 안에서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소비란 곧 기호들의 소비라고 정의를 내리면서 만약 특정한 사물이 소비의 대상이 되려면 일단 그것은 기호로 변형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결국 사회에서 통용되는 기호품이 되기 위해서는 사람들에게 알려질 시간이 필요하다. 상품이 이 시간을 견디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소비가 되어야 한다.
즉 팔려야 장인이 만든 고가의 명품이라는 기호를 가진 물건이 된다. 과연 이 「가레스 퓨」의 비닐 봉지도 몇 십년 간 지속적으로 생산되면 「보테가 베네타」의 명성을 얻게 될까?
하지만 시즌성을 가지고 소비자에게 소비되어야 하는 상품이 아니라는 관점이라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미술관이나 박물관에서 패션의 새로운 장을 연 가치재로 기호화되어 대중에게 선보여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옷이 꼭 소비자에게 팔려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고학수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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