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쇼 코드 - 공예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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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움직이는 Fashion & SHOW!

2013-09-02 오후 5:03:56



어릴 적 소풍가면 눈길을 끌었던 알록달록한 종이 장난감이 있었다. 납작한 종이 양쪽에 달린 아이스크림 막대기 같은 손잡이를 한 바퀴 돌리면 그 안쪽으로 겹겹이 겹쳐져 있던 종이가 벌집 구조로 펴지면서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환상적인 모양으로 펼쳐진다.


납작했던 종이가 화려한 색감의 동글동글한 오브제로 바뀌는 모습이 너무나 신기해서 하루 종일 들고 다니다가 집에 와서 방안에 장식해 두던 기억이 있다. 어렵사리 찾은 어릴 적 추억의 장난감은 ‘Honeycomb Fan Pick’이라는 이름이 붙어있었다. 손가락으로 집는 벌집 모양 부채인가보다.


이러한 종이 오브제는 펼침 부분이 벌집 구조를 닮았다 하여 허니콤(honeycomb) 페이퍼라는 이름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현재는 화려한 색과 탈일상적인 이미지 때문에 파티 용품으로 사랑받고 있다. 원래 허니콤 페이퍼는 동양풍의 오브제를 만드는데 다양하게 활용되어 왔다. 중국집 앞을 장식한 빨간 물고기나 파르페에 꽂혀져 있는 작은 우산 등으로 말이다.


2차원의 납작했던 종이가 부풀어 올라 3차원의 부피를 만들어내는 구조, 그리고 그것이 벌집을 닮아 튼튼하다는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화려한 색과 부피감에 눈길을 빼앗기고 있을 때 오롯이 그 특유의 구조에 주목했던 디자이너가 있었다. 벌써 10년이 지난 2001년 허니팝(Honey Pop) 의자를 선보인 일본의 산업 디자이너 토쿠진 요시오카가 그 주인공. (사진 1)


아무런 첨가물 없는 순수한 백색의 종이는 사람들이 허니콤 구조에 집중하도록 하였으며, 얇디 얇은 종이로 사람이 앉을 수 있는 의자를 만들었다는 점과, 그 소재와 하얀색만으로 일본의 정체성을 드러내어 찬사를 받았다.


이러한 벌집의 구조와 비슷한 기법이 패션에서도 있다. 「알렉산더 맥퀸」이 2011 F/W에 선보인 드레스(사진 2)는 새하얀 색과 가벼운 소재감이 허니팝 의자를 연상시켰다. 원래 장식을 위해 천에 일정한 주름을 잡아 장식 스티치를 하여 무늬를 나타내는 기법을 스모킹(smoc king)이라 한다. 블라우스나 에이프런, 유아복 등의 일부분에 흔히 사용하는 기법으로 원래 유럽 농민의 스목(smock; 상의의 일종)에서 유래된 명칭이다.


하지만 맥퀸의 컬렉션에서 사용된 스모킹은 색색의 실을 사용하여 스티치로 장식적 역할보다는 허니컴 페이퍼처럼 일정한 단면으로 잘려져 360도 회전시킨 구조물에 가까웠다. 따라서 동양적이지도, 그렇다고 유럽의 민속복 같지도 않았다. 2013 S/S 컬렉션은 꿀벌에서 영감을 얻은 컬렉션으로 말 그대로 벌집 구조의 드레스가 등장했다. (사진 3)


허니팝 의자나 맥퀸의 드레스나 색을 절제하여 관객이 구조에 집중할 수 있도록 접근한 방식이 비슷하며, 종이에 풀을 한줄 한줄 붙이거나, 천에 한땀 한땀 손으로 바느질을 하는 수공예적 요소에서 오는 감동도 크다.



고학수 전문기자
marchberr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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