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유산 Great Heritage 8-인도의 신비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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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쉬 아로라(Manish Arora)

2013-09-02 오후 5:03:45



‘모든 창조는 기쁨에서 솟아나오고 기쁨에 의해 지속되며 기쁨을 향해 나아가며 그리고 기쁨으로 돌아간다.’
-문다카 우파니샤드(Mundaka Upanishad)


인도는 많은 디자이너에게 영감의 원천이 된다. 신비에 싸여있는 수많은 신들과 신화, 건축물, 조각, 축제 등의 전통 문화는 물론 인도 고유의 의상과 액세서리는 그 자체로 훌륭한 현대 패션으로 치환된다.


2013년 S/S 컬렉션에서만 해도 「마르케사」와 「다이앤 본 퍼스텐버그」에서 인도풍의 의상들이 등장했다. (사진 1)


인도를 주제로 한 패션쇼 중에는 전설적인 무대로 남은 컬렉션이 많다. 「샤넬」은 봄베이(뭄바이) 공방 컬렉션(Paris-Bombay Metiers d'Art 2011/12 Show)에서 화려하고 향락적인 인도의 궁전 분위기의 무대와 장인들의 솜씨를 뽐낸 화려한 장식의 극치를 선보였다. 「알렉산더맥퀸」의 2008년 F/W 컬렉션도 공작과 금사로 화려하게 장식한 인도풍의 의상들로 큰 화제가 되었다.


그보다 더 앞서 2003년 「존 갈리아노」는 S/S 컬렉션에서 인도 민화에 등장하는 힌두교의 신들처럼 파랗게 분장한 모델들과 색으로 넘쳐나는 인도의 홀리 축제를 옷으로 표현했다.


앞서 설명한 컬렉션에 등장한 의상들은 정교하게 수놓은 장식과 사리를 두른 듯 비대칭적 구조를 본뜬 모양으로 직관적으로 인도 의상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에 비해 「존 갈리아노」의 컬렉션은 인도 의상의 특징이 아닌 전통 문화를 현대 의상으로 표현했다고 볼 수 있다. 즉 존 갈리아노는 색으로 인도에서 받은 영감을 표현하려 했고, 다른 디자이너들은 인도의 공예적 화려함과 인도 전통 의상의 구조를 현대 패션으로 끌어낸 것이다.


존 갈리아노의 방식은 전통 문화를 현대화 하는데 좀 더 고차원적인 접근법으로 보여진다. 전통 복식을 현대 옷으로 바꾸는 작업은 디자이너라면 응당 갖춰야 할 색과 형태를 갖고 노는 자질의 문제이지만, 전통 문화를 이해하고 옷으로 재해석하기 위해서는 디자이너의 인문학적인 내공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인도의 정신 문화를 조금이나마 이해하기 위해서 우선 인도의 지리적, 역사적 배경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인도 대륙은 유럽 내에서 러시아를 제외한 전면적에 버금갈 정도로 거대하며 다양한 지형, 인종, 언어가 나타나고 이에 따라 제각기 다른 독특한 문화도 복합되어 있다. 남부지역은 야자나무로 둘러싸인 해변과 무성한 열대 밀림지대가 많고 북부지역은 눈 덮인 히말라야 산봉우리 그리고 서부지역은 모래사막으로 이루어졌다. 태고 이래로 인도는 위험한 산길을 통해 끊임없이 들어오는 민족들을 동화시켰다. 중앙아시아의 아리아인, 페르시아인, 그리스인, 스키타이인, 샤카인, 터키인 그리고 아프가니스탄인들까지 모두 인도 문명과 인도 미술의 절충주의적인 특징에 영향을 미쳤다. 그리고 바다를 통해 들어온 로마인, 아랍인, 아프리카인, 포르투갈인 그리고 영국인 역시 자신들의 흔적을 적지 않게 남겼다.


이렇게 다양하고 거대한 지역을 하나의 현대적 국경선 안으로 아우르다 보니 지역적 특색에 따라 의상이나 건축, 예술 문화도 다양하게 나타난다. 서부 라자스탄 사막의 여인들은 주변의 모래 사막에 활기를 주려는 듯 가장자리에 화려한 장식이 있는 선명한 색상의 옷을 입고 이와는 대조적으로 남부 케랄라의 호수지역 여인들은 금실을 섞어 짠 흰색의 옷을 착용한다.




히말라야 산 아래의 황량한 지역에서는 건축가들이 소박하면서도 장식이 없는 석조 사원을 세웠으며 비옥한 평원의 건축가들은 신상과 인물상 등의 조각들로 화려하게 장식된 사원을 건립했다.


인도는 세계적인 여러 종교 가운데 힌두교, 불교, 자이나교와 같은 종교가 처음으로 발생했던 발상지이다. 특히 힌두교를 이해하지 못하면 인도인을 전혀 이해할 수 없다고 할 정도로 힌두교는 인도사회의 일상생활에 깊이 침투해 있고, 사회제도와 문화 그리고 예술의 대부분 또한 힌두교에 뿌리를 두고 있다. 힌두(Hindu)라는 단어는 인더스강을 산스크리트어로 신두(sindu:大河)라고 한데서 유래했다는 말과, 고대 페르시아인들이 인더스(Indus)강 유역을 힌두라고 부른데서 유래되었다고 하는 설이 있다.


종합해 보자면 ‘인도’라는 이름은 인더스 강 끝머리의 ‘신드’ 지방에서 비롯된 그리스식 이름으로, 신드가 힌두로, 다시 인도로 전해진 것이다. 어쨌거나 힌두라는 단어는 종교적 의미를 초월해서 지역적 문화적 인종적 특성을 포괄하는 의미를 갖는다.


힌두교는 기원 전 1500년경 유입된 아리아인들의 종교와 인도 토착신앙, 철학 등이 모두 합쳐져 만들어진 일종의 합동 종교다. 이러한 힌두교에는 무려 3억 3000만에 달하는 신들이 있다고 하는데, 부처까지도 수많은 신들의 하나로 간주한다. 그 중 가장 유명한 3신을 뜨리무르띠(trimurti)라고 하는데 창조의 신 브라흐마, 유지의 신 비슈누, 죽음과 파괴의 신 시바를 일컫는다. 그 중 대중적인 인기를 끄는 신이 비슈누와 시바신이다.




「마니쉬아로라」의 2012 S/S 컬렉션은 이러한 인도의 문화와 어떤 개연성이 있을까? 패션쇼에 지속적으로 새가 등장하는데, 이는 인도 신화에 등장하는 신조(神鳥) ‘가루다’와의 연관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사진 2)


가루다는 인간의 몸체에 독수리의 머리, 부리와 날개, 다리와 발톱을 가진 모습으로 형상화 되며 비슈누 신을 태우고 다닌다. 황금 날개에 태양을 싣고 동쪽에서 서쪽으로 운반한다고 하여 태양신으로도 알려졌다. 인도의 신들은 아직은 현대인에게 낯선데, 그렇기 때문에 더 신비로워 보인다.


「베르사체」가 그리스 로마 신화의 아름다운 여신들을 현대 여성과 접목하려 했다면, 마니쉬 아로라는 인간도, 여성도, 신도 아닌 새로운 존재자를 탄생시켰다.(사진 3)
힌두교의 목적은 탈아적 합일의 초월적인 기쁨을 누리는 신비적 체험을 하는 것이다. 즉 자아가 전체와 일치를 이룰 떄 원래의 자아가 회복되며, 열락에 다다른다.


(사진 4)는 이러한 환희와 열정, 열락의 순간을 표현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하나가 되어 기뻐하는 실제적인 모습과 기쁨의 감정을 폭죽이 터져나오는 것처럼 화려한 색과 문양으로 형상화하였다.



고학수 전문기자
marchberr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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